朴 역습에 친이 반격은 없다!

친이 좌장 이재오 무너지고 ‘월박’ 김무성 ‘주춤’
친이 3인방 나경원·원희룡·박창달 “당 대표감으로는…”
[홍준철 기자] = 한나라당 7·4 전당대회관련 룰이 모두 결정됐다. 당초 비상대책위(위원장 정의화) 논란이 됐던 당권·대권 일치, 대표·최고위원 분리 선출은 없었던 것으로 됐다. 또한 비대위에서 결정한 1인1표제 실시, 여론조사 삭제 조항 역시 당 전국위원회가 뒤집으면서 기존대로 ‘1인2표’, ‘여론조사 30% 적용’으로 확정됐다. 무엇보다 경선룰이 친박의 입맛대로 정해지면서 친이계 후보군의 최고위원 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권과 거리가 있는 이재오 특임장관이 ‘불출마 선언’을 했고 친이재오계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김무성 전 원내대표 역시 출마 자체를 고민하고 있다. 한 마디로 친이계는 친박과의 대결에서 차·포떼고 전장에 나서는 셈이 됐다.
결국 한나라당 7·4 전당 대회관련 룰을 만들었던 비상대책위는 ‘핫바지’ 신세로 전락했다. 당권.대권 일치(기존 분리), 대표·최고위원 분리 선출(기존 통합) 등 당헌·당규 개정 논란은 박근혜 전 대표의 ‘가이드라인’ 제시로 원점으로 돌아갔다. 소장파의 당권·대권 분리에 대표·최고위원 분리 선출 절충안 역시 박 전 대표는 “모르시는 분도 있지만 아시는 분들은 지금 당헌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다 안다”며 “9개월 동안 57차례의 공청회를 거쳐 만들어진 안”이라며 ‘현행대로’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친이 박근혜 포위론
역포위당해
박 전 대표의 힘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비대위는 구체적인 경선룰에 있어 선거인단 21만 명 확대, ‘1인1표제 도입’, ‘여론조사 폐지’를 결정했다. 누가봐도 ‘대중적 지지도’가 높은 후보보다 조직에 강한 후보가 유리한 경선룰이었다. 하지만 친박계에선 이해봉 전국위원회 의장이 전국위 회의에 불참한 266명 위임장을 들고 ‘여론조사 30% 반영’을 관철시킴으로서 논란을 종식시켰다. 1인1표제 역시 1인2표제로 부활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친이계를 대표해 출마하려는 친이계 구주류(이재오계)는 신주류(친박+소장파+SD계)에 밀리면서 출마 자체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당권 대권 일치’를 주장한 구주류측의 의도는 전당대회에서 박 전 대표를 비롯해, 이재오, 오세훈, 김문수, 정몽준 등 대권 주자급 인사들의 출마 여지를 만들어 친이 대 친박 대결구도로 ‘박근혜 포위론’을 구상했었다. 비록 박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불참하더라도 내년 총선에서 공천권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대표 자리를 친이계가 잡을 수 있는 ‘1타2피’ 전략이었다.
또한 대표와 최고위원 분리 선출 방안은 당권을 노리는 인사들과 최고위원 자리에 만족하는 후보군이 나눠져 동시 출마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구주류 및 소장파 진영이 선호하는 안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친박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급기야 비상대책위에서는 선거인단을 21만 명으로 확대하되 1인1표, 여론조사 폐지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 안이 조직에 강한 친이계 후보에 유리하다는 판단아래 친박계 반발로 무산됐다. 급기야 친이계 후보군으로선 조직과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후보가 부재해 전당대회가 맥이 빠지게 됐다. 특히 그동안 당권 도전설에 휩싸여 있던 이재오 특임장관이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청와대 회동(6월3일) 이틀전에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백기’를 든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왔다. 친박계 일각에선 “MB-박근혜 청와대 회동전에 박근혜에게 주는 ‘선물’이 아니냐”는 우스개소리마저 흘러나왔다.
실제로 친이계 후보군을 곤혹스럽게 만든 것은 MB-박근혜가 단독회동 한 시간동안 화기애애했다는 말이 돌면서부터다. 박 전 대표의 유럽특사 방문 성과뿐만아니라 정국 현안, 전당대회, 차기 대선 불개입 등 다양한 대화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한달 앞으로 다가온 전당대회 관련 ‘앞으로 친이 친박간 갈등은 없다’는 데 양측이 동감했다는 말이 나오면서 친박, 친이 후보군 특히 친이 후보군의 운신의 폭을 훨씬 줄어들게 만들었다.
당뿐만 아니라 청와대마저 ‘박근혜 눈치보기’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전당대회가 ‘친박후보의 승리’로 다소 싱겁게 끝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경선룰 방식을 보면 이를 더 잘 알 수 있다. 21만 명 선거인단이 70% 대 여론조사 30%로 대표 최고위원을 뽑게 돼 있다. 이중 역대 전대 투표율이 30%대로 12만 명(1인2표) 정도 투표가 이뤄진다. 여론조사 30%는 9만 명(당원 4만5천명)에 해당된다. 여론조사의 중요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현재 자천타천으로 당권도전에 거론되는 인사로는 홍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무성, 유승민, 권영세, 남경필, 박창달, 이군현 등이 남성몫으로 여성출마자로는 나경원, 정미경, 이혜훈 의원 등이 있다. 조직세를 떠나 여론 조사만 볼 경우 홍준표, 나경원, 원희룡 의원 등이 유리하다. 특히 나 의원의 경우 지난 전당 대회 때 여론조사 1위였고 홍 의원은 2위였다. 당 일각에서 나 의원이 당 대표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 다음으로 김무성, 남경필 의원이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친이계 표
홍준표·원희룡·나경원 분산?
상황이 이렇다보니 친이계의 지지를 기대하는 김무성 전 원내대표가 출마 여부를 고민하는 배경이다. 친이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할 경우 낮은 대중적 인지도로 인해 자칫 여론조사 상위권 3인방에 밀려 4위가 될 공산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당·청 분위기가 ‘박근혜 대세론’에 휘청거리면서 친이계 좌장인 이 특임장관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청와대 분위기 역시 ‘친이 친박 대결’을 바라지 않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여권 일각에선 김 전 원내대표가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 특임장관의 후임으로 갈 것이라는 근거없는 ‘설’마저 나돌고 있다.
그렇다고 친이계 후보로 거론되는 이군현 의원은 ‘대중적 인지도’나 ‘조직’ 및 ‘선수’가 약하다는 점에서 당 대표 감으로 미는데 부담스러운 형편이다. 또 다른 친이계 인사로 MB와 친분이 깊은 박창달 자유총연맹 총재가 있다. 하지만 고령의 나이에다 비대중적인 인사라는 점이 한계다. 자칫 ‘친이계 대표’라는 간판을 내세워 4위안에 못 들 경우 자신이 거느리고 있는 ‘뉴 한국의 힘’뿐만 아니라 자총 조직까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급기야 친이계에선 친박보다 앞선 조직세에다 어느 정도 대중성을 담보한 범친이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 바로 원희룡, 나경원 등 소장파로 불리는 두 인사다. 특히 원 의원의 경우 사무총장을 역임하며 ‘주류’가 됐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친이계와 소장파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나 의원 역시 높은 여론지지도를 갖고 있지만 조직이 약하다는 점에서 친이계 그중 SD계로부터 지지를 기대하고 있다. 높은 여론조사에 친이 진영의 표까지 더할 경우 당 대표까지 기대하고 있다.
반면 지난 전당대회 때 ‘독고다이’로 전장에 나서 2위라는 기염을 토한 홍 전 최고위원이 있다. 현재 홍 전 최고위원측은 친박표, 소장파, 친이중도파, 등 골고루 지지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할 경우 당권은 ‘따논 당상’인 셈이다. 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확실한 우군이 없다는 점이다. 그동안 홍 전 최고는 친이계도 친박계도 아닌 중립을 지켜왔다. 최근에 와서 친박계 의원들과 ‘회동’을 가지면서 접촉면을 넓히고 있는 배경이다.
또한 친이계 외곽조직인 ‘뉴 한국의 힘’(회장 이영수)은 홍준표-박창달 연대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친박계로 ‘쏠림 현상’을 차단하면서 보수의 대표 주자라는 박 총재와 시너지 효과를 통해 두 인사 모두 최고위원에 진입시키겠다는 복안이다. 홍 전 최고의 경우 외형상 차기 당권 고지에 가장 앞서 있는 후보이기 때문이다.
그밖에 친박 후보로 유승민 의원, 권영세 의원, 이혜훈 의원 등이 출마를 준비하거나 결심만 앞두고 있다. 유 의원이 출마할 경우 ‘박심’ 논란이 일 수 있어 눈길을 모은다. 권 의원의 경우 소장파 몫에 친박계 투표를 기대하고 있다. 원 전 총장이 출사표를 던질 경우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 이 의원은 친박 여성몫을 노리고 전당대회 도전에 나서고 있다.
바야흐로 전당대회가 한달도 남지 않았다. MB와 박근혜 회동으로 친이계 후보가 부재한 가운데 친박성향의 후보, 친박계 후보, 중립후보 등은 난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친이계의 역습은 없을 전망이다. 벌써 여권 일각에선 ‘1위 누구다’ ‘2위는 누구’라며 당 대표와 최고위원 순위를 매길 정도로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김빠진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