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박근혜 측근에 대한 ‘씁쓸한’ 단상
어느 박근혜 측근에 대한 ‘씁쓸한’ 단상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1-06-13 17:40
  • 승인 2011.06.13 17:40
  • 호수 893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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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에 폭언까지, 주류 언론이였다면…”
‘나쁜 언론사’만 있는 게 아니라 ‘나쁜 취재원’도


[홍준철 기자] = ‘정치가 지겹다’는 말들을 동료, 선후배기자한테 종종 듣는다. 하지만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마력도 동시에 갖고 있다. 특히 ‘팩트’를 중심으로 기사를 써야 하는 기자로선 ‘말’이 ‘팩트’인 정치 기사 특성상 이런저런 고충과 취재에 어려움이 많다. 그중 가장 민감했던 기사중 하나가 ‘미래권력’인 박근혜 전 대표관련 기사다.

지난 주 기자는 ‘국회 출입기자들, 박근혜 이럴때 2% 부족해(본지 892호)’라는 제하의 기사를 작성했다. 보도 내용은 국회출입기자들 특히 박근혜 전담마크 기자들과 허심탄회한 대화 내용을 지면에 싣게됐다. 박 전 대표 전담 마크맨들이 목도한 ‘일화’를 중심으로 ‘박근혜 회의론’과 ‘대안’을 게제했다. 사단은 기사가 나간 지 3일차 날이었다. 그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일찍 귀가한 기자에게 밤늦게 한통의 전화가 왔다. 박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A 의원이었다.

A 의원은 대뜸 “홍 기자 그럴 수 있어? 박근혜 대표에 대해 이처럼 악의적인 기사는 처음 봤다”며 “내 뱃지를 걸고 모든 조치를 다 취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대표를 겨냥해 ‘독재자의 딸’이라는 표현까지 쓴 점에 이르자 감정이 격앙된 A 의원은 “당신은 어머님 아버님도 없느냐, 박 대표 불쌍하지도 않느냐”며 막판 ‘폭언’까지 퍼부으며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었다. 일단 기자는 A 의원과 안지 5~6년이 될 정도로 친분도 있고 평소 ‘선배’로 불렀기에 참았다. 사실 관계도 A 의원이 감정적이었지만 기자가 확인 취재를 못한 잘못도 한몫했다.

일단 본지는 A 의원이 지적한 사항에 대해 편집국 회의를 통해 수정한 기사를 다시 올리기로 했다. 그 결과를 알려주기 위해 다시 A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느 정도 감정이 누그러진 A 의원은 자신이 ‘폭언’을 한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하지만 여전히 본지 기사에 대한 ‘억울함’은 남아 있었다.

그 다음날 우연찮게 보수언론의 유력지인 조선일보 사설을 목도했다. 조선일보 5월 27일자 사설에서 ['박근혜당' 이후의 박 전 대표 처신 어렵다], 이어 6월 3일자 [조선일보] 최보식 선임기자의 ‘불길한 예감’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박근혜 본선 경쟁력’에 대해 우려감을 표명했다.

이후 7일자 [조선일보] 사설을 통해 “朴 전 대표, 동생 부부 의혹 공격적으로 규명해야”, 9일자 [조선일보]의 [박지만씨 건(件), 국민이 끝났다 해야 끝나는 것]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박 전 대표를 ‘의도적’으로 깎아 내린듯한 기사가 실렸었다.

본지 기사의 내용이 사실확인이 덜된 부분만 제외하고 박 전 대표에게 지적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자는 갑작스런 의문이 들었다. 과연 A 의원이 대한민국 메이저급 신문인 조선일보 기자나 또는 신문사에 그것도 9시가 다된 시간에 전화를 걸 수 있었을까. 그것도 개인적인 폭언까지 하며… 본지가 주간지 타블로이트판에 비주류 매체로서 받는 ‘차별’ 아닐까 생각하니 마음이 씁쓸했다. 특히 한나라당내 비주류 출신에 금뱃지를 달아 누구보다 ‘비주류’의 설움을 잘 아는 A 의원이 이젠 ‘당당하게 주류’가 된 박 전 대표가 ‘불쌍하지 않느냐’는 개인적인 감정으로 정당한 비판까지 피해가는 모습이 A 의원을 떠나 박 전 대표마저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최근 광고주협회에서 ‘나쁜 언론사 5곳’을 선정해 논란이 인 바 있다. 우연찮게도 모두 주간지, 경제지, 인터넷 매체중에서 ‘비주류 중의 비주류 매체’만 골라서 ‘본보기’로 삼았다. 정말 나쁜 언론사는 다른데 있는데도 말이다. 기자로선 이번 일을 겪으면서 ‘나쁜 언론사’만 있는 게 아니라 ‘나쁜 취재원’도 있다는 경구를 새기는 계기가 됐다. 특히 미래권력에 대해 ‘맹목적인 취재원’일 경우 더 말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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