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국회는 세비 깎는데 우리만 올린 뻔뻔한 작태
미·일 국회는 세비 깎는데 우리만 올린 뻔뻔한 작태
  • 정용석 교수
  • 입력 2012-09-11 12:08
  • 승인 2012.09.11 12:08
  • 호수 958
  • 1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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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 국회의원들은 경제가 어렵다며 의원 세비를 깎자고 서로 앞장섰다. 그러나 유독 한국 국회만 세비를 무려 16%나 올렸다. 우리 국회의원들은 나라를 위한 국민의 대표가 아니라 내 몫만 챙기는 시정잡배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했다.

국회는 올해 의원들의 세비를 전년도 보다 16%나 몰래 인상하였다. 세비 인상으로 의원 1인당 연간 세비는 특별활동비(회의에 참석하면 주는 수당)를 포함, 1억4737만 원이다. 작년 1억2698만 원 보다 무려 16%나 크게 인상한 것이다.

미국 상·하 의원들은 작년 “일괄적으로 세비의 10% 삭감,” “물가 상승을 반영한 세비의 자동 인상 폐지,” “예산안 처리 시한 못 지키면 25% 삭감,” 등을 각기 제안하였다. 이유는 명백하였다. 클레어 매카스킬 상원의원이 밝힌 대로 “많은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일을 하는 사람들도 연봉 인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만 자동적으로 인상된 돈을 챙길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국회의원 다운 발언이었다.

일본 국회의원들도 미국과 같이 연봉 감축을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 3월 집권당인 민주당은 당직자 회의를 통해 국회의원 세비를 14% 삭감하기로 결정하였다. 민주당의 고시이시 아즈마(興石東) 간사장은 “정치인도 뼈를 깎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한국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이 일자리를 잃고 일 하는 사람들도 연봉 인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속에서 자신들만 16%나 올렸다. 그것도 국민들의 반발이 거셀 것을 우려 몰래 처리했다. 국회의원들이 앞장서서 “뼈를 깎는 모습”을 보이기는 커녕 뒤로 숨어서 내 배나 불리는 몰염치한 짓을 한 것이다.

작년 미국 뉴욕 월가(Wall Street)에서는 “1%대 99%”의 반(反)월가 시위가 거세게 일었다. 돈 많은 1% 부자들의 탐욕을 공격하며 공평배분을 주장한 시위였다.

그 때 우리나라 정치권도 집권당이나 야당 할 것 없이 모두 소외된 99%를 위해 뛰겠다고 공언하였다. 그랬던 바로 그 국회의원들이 99%의 고통을 외면한 채 세비를 16%씩이나 인상하여 1%의 특권을 누리려 한다.

실상 국회의원들은 연봉을 그토록 많이 인상하지 않고서도 소수 1%의 특권을 향유하고 있다. 그들은 200여 가지 특혜를 누린다고 한다. 1억4737만 원 세비 외에 사무실 운영비·차량유지비·입법활동비 등으로 연간 9800여만 원을 지원받는다. 항공기는 비즈니스 석이 제공된다. 국회 회기 중에는 고속열차인 KTX를 무료로 탄다. 골프장 예약에서도 회원 대우를 받는다. 국회 의원회관 지하에는 고급 호텔급 사우나 시설도 갖춰져 있다. 해외 출장 시 공항에서는 귀빈실을 이용한다. 보좌진은 7명이나 된다.

국회의원은 며칠만 하고 나와도 65세가 넘으면 매월 120만 원씩 종신연금을 타먹는다. 교수·공무원·군인 등은 20년에서 몇 개월만 모자라도 연금을 타지못한다. 120만 원 종신연금제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에 의해 19대 국회 부터 전면 폐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고 하는데, 그것도 관철될지 믿을 수가 없다.

국회의원들은 대한민국 국민들 중 1%가 아니라 0.1%의 특권층에 속한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의정 양태를 보면 조폭(조직폭력배)이나 다름없는 추태를 드러내기 일쑤다. 이웃 나라 국회의원들은 세비를 10~14%씩 깎자고 나서는 판인데 우리나라 의원들은 세비를 16%나 몰래 올렸다. 뻔뻔스럽기 그지 없는 작태다.

우리 국회는 세비를 16% 인상할 것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 같이 10~14% 깎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아니하면 성난 국민들에 의해 거센 세비 삭감운동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 본면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정용석 교수 webmaster@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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