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고동석 기자]1조원 상당의 가짜석유를 제조, 판매한 일당이 검거됐다. 35명으로 구성된 유통조직단은 지난 2009년 10월말부터 원료 3억2천만ℓ를 사들여 시가 1조597억원어치의 가짜석유를 만들어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1일 가짜석유를 제조해 시중에 유통한 혐의(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위반)로 조직 총책 서모(39)씨 등 21명을 검거해 6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14명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덜미를 잡힌 유통조직단은 가짜석유 적발 사례 중 최대 규모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들은 자금관리와 원료 공급, 운송책 등 역할을 분담해 기업 형태의 체계적인 유통망을 조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판매 단계에선 유령법인을 설립해 석유 원료를 사들여 전국에 유통시켰다.
제조 현장은 주로 인적이 드문 야산이나 폐공장, 고속도로 갓길 등으로 가짜 휘발유 2억2천ℓ와 가짜 경유 1억ℓ가량을 만들었다. 유통 경로는 전국 길거리 판매업자와 주유소 등에 공급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 뒤 원료공급 대리점에서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정상적인 유통으로 가장했다. 가짜 휘발유는 작은 철 깡통에 나누어 페인트 가게나 길거리 소매상에 넘겨 경찰의 단속을 피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경찰은 지난 5월 수사에 착수해 제조공장부터 훑던 기존의 방식 대신 원료공급책부터 제조ㆍ판매책에 이르는 전방위적인 추적 끝에 이들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또 가짜석유 유통조직 배후에 조직폭력배가 연계된 사실을 포착하고 뒤쫓고 있다.
한편 한국석유관리원 등 관계기관과 협조해 범행 가담자가 더 있는지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고유가 시대에 30％가량 가격이 싼 가짜석유에 현혹되는 소비자가 많다”며 “하지만 차량을 운행하다 사고가 나면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데다 연료탱크 부식으로 폭발 등의 치명적인 사고가 일어날 수 있으니 가짜석유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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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석 기자 kds@ilyo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