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스플릿 시스템…그 양면을 들여다보다
프로축구 스플릿 시스템…그 양면을 들여다보다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2-09-11 10:28
  • 승인 2012.09.11 10:28
  • 호수 958
  • 5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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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 오일뱅크 K리그 2012 FC 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매치에서 관중들이 K리그 NO.1이라는 카드섹션을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 프로스포츠 최초 승강제도 도입, 15일 강등전쟁 시작

한국 프로 축구리그는 그동안 1부 리그(K리그)와 2부 리그(N리그) 등으로 엄밀하게 나누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경계가 무너진다. 바로 ‘스플릿 시스템’의 도입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스플릿 시스템은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SPL)의 승강제도에서 착안했다. ‘스플릿 시스템’이란 K리그 16개 팀이 정규리그 성적을 토대로 그룹A(상위 8개 구단)와 그룹B(하위 8개 구단)로 나눈 후 홈․어웨이 방식의 경기를 각 팀당 14경기씩 치르는 방식이다. 앞서 지난해까지 실시됐던 챔피언십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폐지됐다. 

이 같은 ‘스플릿 시스템’은 2013년부터 시작될 K-리그 승강제도를 위한 초석이다. 결국 최종 순위에 따라 구단의 운명은 천지간을 넘나든다.

그룹A의 1위 팀은 K-리그 우승 상금 5억 원을 받는 동시에 ‘2013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본선 출전권’이 주어진다. 뒤를 잇는 2위와 3위 팀에게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돌아간다.

이같이 그룹A가 영광을 좇는 동안 그룹B는 팀의 사활을 걸고 혈전을 펼쳐야 한다. 그룹B 중 7위와 8위 팀은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내년부터 새롭게 출범하는 2부 리그로 강등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오래전부터 실시되고 있는 유럽 축구리그에서는 그간 수많은 진풍경이 연출돼 왔다. 더불어 매년 시즌이 종료될 즈음엔 각 리그의 우승팀보다 ‘누가 강등권을 탈출하게 되는가?’ 하는 것이 축구계의 화두로 떠오르곤 했다.

프로의 세계에서 팀이 1부 리그에 소속된다는 것은 수많은 의미를 가진다. 우선 2부 리그에서는 상상도 할 수없는 천문학적인 돈과 그에 걸맞은 명예가 돌아온다. 그리고 무엇보다 팬들에게 ‘나는 1부 리그 팀의 팬이다’라는 자긍심과 추억을 선물한다.

현재 한국의 프로축구는 리그 구분이 마무리됐고, 기본적인 틀도 완성됐다. ‘스플릿 제도’의 숨 막히는 위력은 정규리그를 통해 이미 한 차례 증명됐다.

마지막 단계였던 일정 조율까지 발표된 가운데 오는 15일 프로축구가 대 전쟁의 서막을 앞두고 있다. 과연 한국 최초 승강제도의 도입이 어떤 양상을 불러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드라마틱한 스플릿 시스템 … K리그의 새로운 흥행 요소

지난달 26일 경남FC 선수단이 상위리그 진입을 확정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경남FC 공식 페이스북>

지난달 26일 저녁 7시. 스플릿 시스템이 만들어낼 ‘강등전쟁’의 예고편이 펼쳐졌다. 상·하위 리그로 나눠지기 전 마지막 라운드에서 8위 자리를 놓고 인천과 대구, 경남과 성남이 숨 막히는 일전을 벌였다.

이날 경기는 모두 같은 시간에 시작되며 짜릿함을 더했다. 선수들은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기를 선사했고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은 타구장에서 들려오는 골 소식을 접하기 위해 경기를 보는 내내 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못했다. 8위의 향방을 알기 위해서였다.

결국 이날 전쟁에선 경남이 8위 자리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반면 올해 새 구장으로 단장한 인천과 새롭게 팀을 정비해 숨겨진 매력을 보여줬던 대구는 하위리그로 떨어졌다.

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이날의 경기들은 흥행적인 측면에서 성공적인 시작을 알렸다.

앞서 29라운드 8경기에서 총 4만1271명, 경기당 평균 5159명이 입장한 반면 최종전이었던 30라운드에는 8경기 총 7만3549명, 경기당 평균 9194명이 입장기록을 세웠다. 2배 가까운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이는 올 시즌 정규리그 30라운드 중 7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흥행에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이러한 분위기는 스플릿 리그에서 더욱 뜨겁게 재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그룹B에 속한 팀들은 서울, 전북, 수원 등 막강한 화력을 상대하는 대신 전력상으로 대등한 팀들과 대결하면서 강등을 피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겼다.

또 그룹A에서는 하위권들과의 대결로 인한 체력소모는 없지만 매 경기 최상의 전력을 구축해 우승권 팀들을 따돌려야 하기 때문에 더욱 수준 높은 경기를 선보일 수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팀들이 안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정규리그 30경기를 마친 현재 서울이 승점 64로 단독 1위를 달리고 있지만 2위 전북(승점 59)과는 승점은 5점 차밖에 나지 않는다. 자칫하다간 언제든 순위가 바뀔 수 있다.

그룹B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1위 전남(승점 29) 15위 상주(승점 27) 등 4팀이 승점 2점  내에 포진돼 있다. 매 경기 결승전 같은 긴장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스플릿 시스템’ 하나가 K리그 팬들과 일반 스포츠팬들이 모두 바라는 축구장의 분위기로 몰아넣은 셈이다.

자국 리그 대신 타국의 2부 리그까지 중계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강등전쟁’이라는 극적인 요소가 K리그를 대중에게 얼마나 가깝게 데려다 줄지 주목된다.

뒤돌아 봐야할 점은 없는 것인가?

지난 2006년 고양 국민은행은 내셔널리그에서 우승하며 K리그 승격자격을 얻었으나 거부한 바 있다. ‘스플릿 시스템’이 시작되기에 앞서 국민은행이 왜 K리그를 거부했는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표면적으로 나타났던 국민은행의 법적문제는 은행법이었다. 금융기관이 은행업무 이외의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위원회의 인가를 받도록 명시돼 있던 것이다. 이어 독립법인 설립 또는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자는 대안이 거론됐지만 이는 은행 운영진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쉽게 풀이하자면 운영비의 문제였다. K리그는 가입비와 발전기금만 내면 얼마든지 가입이 가능하다. 즉 N리그에 있는 팀들이 수준이 떨어져 N리그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돈이 없거나 투자할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K리그의 경우 N리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운영비가 들어간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재 내셔널리그 팀들은 1년에 30억 원 정도의 예산을 사용한다. 하지만 프로 구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근검절약한다고 해도 최소 연 1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고 본다.
 
만약 ‘돈이 되는’ 승격이 아닌 ‘돈이 드는’ 승격이 이어진다면 강등되기 위한 경기가 나오는 우스운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어떤 선수와 구단도 축구에 대한 열정만으로 프로의 세계를 견딜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이런 이유로 프로축구 2부 리그를 따로 구성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일은 발생할 수 없다”며 “현재 안산과 충주가 협의를 마쳤고 네 팀에서 다섯 팀이 협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악의 상황을 대비할 것이다. 명색이 프로축구 2부 리그인데 단 4팀으로 운영해 우스워질 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하며 “최선을 다해 모든 구성을 마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힘찬 출발을 알린 ‘스플릿 시스템’이 파국으로 치닫지 않기 위해서 보다 완벽한 제도와 리그 구성이 요구되고 있다. 

이밖에 문제로 중위권 팀들에 대한 동기부여가 지적되고 있다. 최하위 강원(승점 25)과 11위 인천(승점 40)의 승점 차는 15다. 무려 5경기 차이가 난다.

우승의 희망도 강등의 절망도 없는 위치에서 12월까지 14경기를 치르는 인천에게는 무료한 리그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중위권 팀들을 향한 관심도 당연히 줄어들 위험이 있다.

K-리그가 모델 삼은 SPL의 경우 왜 스플릿시스템이 단 5라운드로 구성돼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들은 K리그가 ‘흥행 돌풍’만 이어간다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때문에 ‘K리그는 적극적인 홍보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점과 ‘방송국과 언론이 먼저 축구팬들의 생각과 관심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제 K리그는 역사상 처음 하위 팀들의 싸움으로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 점을 축구 팬들은 알 권리가 있고, K리그 운영진과 매체는 전달해야만 하는 이유가 생겼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높아지는 ‘스플릿 시스템’에 대한 관심 속에 팬들과 K리그 운영진 그리고 다양한 매체들 간에 어떤 연쇄반응이 나타날지 또한 15일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K리그 현재 순위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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