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의 장막’ 박근혜 ‘캠프해체론’ 검토
‘人의 장막’ 박근혜 ‘캠프해체론’ 검토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2-09-11 09:16
  • 승인 2012.09.11 09:16
  • 호수 958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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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불출마 협박에 근본적인 대책案 마련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여의도가 안철수측 ‘금태섭’발 폭탄 발언으로 대권 시계가 안갯속에 빠졌다. 박근혜 캠프 참모가 ‘여자.뇌물 문제’를 빌미로 안철수 불출마를 종용한 것은 ‘사실상 협박이었다’는 폭로는 박근혜 후보에게 적잖은 내상을 입히고 있다. 일단 박 전 대표는 ‘압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며 초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폭로한 정준길 공보 위원은 ‘사의’를 표한 상황이다. 친박계 일각에서는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후보 본인보다 주변 인물들의 과도한 충성과 도 넘는 행동이 ‘설화’나 ‘비리의혹’으로 이어져 박 후보가 곤욕을 치루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 후보를 둘러싼 고질적인 비판중 하나인 ‘인의 장막’이 화근이라는 얘기다. 해법으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과 ‘차떼기 정당’이라는 오명속에 던진 ‘천막 당사’ ‘천막정신’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다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안철수측 ‘네거티브 대응’을 담당하고 있는 금태섭 변호사의 폭로로 촉발된 ‘안철수 불출마 종용’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질 전망이다. 박근혜 캠프 정준길 공보위원은 대학교 동기동창인 금 변호사와 ‘친구끼리 나눈 대화’일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무엇보다 새누리당 대권 후보인 박근혜 후보의 반응에 정치권은 초미의 관심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정가에는 ‘안철수 불출마 종용 협박설’에 대한 박근혜 후보의 예상 답변으로 ▲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네요 ▲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 본인(정준길)이 아니라면 아니겠죠 ▲ 병 걸리셨어요? ▲ 슬기롭게 해결해야 합니다 등이 떠돌아다닐 정도였다.

강대강 안vs박 다툼…승자는

하지만 박 후보는 ‘안철수 불출마 종용’ 논란 관련 “(정 위원은)압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금태섭 변호사가)개별적으로 통화한 거라고 하던데, 이렇게 확대해석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이해가 안 되고 그런 일을 하는지 몰랐다”며 적극 선긋기에 나섰다.

당 역시 ‘친구끼리 나눈 대화’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오히려 ‘안철수 여자 문제’, ‘포스코 사외이사’, ‘주식내부거래’ 등 안철수 검증 공세를 강화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에 대한 대정부질문장에서 안철수 관련 “협박이 이슈가 되지 않도록 해야하고, 사실관계가 이슈가 되도록 해야 함”이라는 당 지침사안이 휴대폰 문자를 통해 노출됐다.

이에 맞서 민주당과 안철수 측 역시 단호한 모습이다. 민주당은 당내 진상조사위를 구성해 안 원장의 사적인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 만큼 사정기관의 불법사찰 여부 등 진상파악에 나섰다. 또한 여차하면 국정조사도 실시해 박근혜 후보를 비롯해 이명박 정권까지 싸잡아 공격할 태세다.

여야가 ‘안철수 불출마 종용’ 논란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후폭풍이 어디로 튈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정조사를 할 경우 안철수 검증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강하게 밀어붙이기에도 한계가 있다. 새누리당 또한 논란이 커질수록 ‘박근혜 후보와 맞설 유력한 대권 후보를 협박했다’는 점이 드러나 여론이 악화될 경우 궁극적으로 ‘박근혜 후보 책임론’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박 캠프 일각에선 거꾸로 박 후보가 강한 처방전을  내놓아야 한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그 한 방법이 지난 2004년 박근혜 후보가 선거의 여왕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천막 당사’, ‘천막 정신’ 경험을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04년 당시 한나라당은 ‘차떼기 정당’에 ‘노무현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당 존립 자체가 힘든 상황이었다. 열린우리당에선 그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최대 개헌저지선인 200석부터 ‘150+알파’를 예상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 이런 상황에서 박 후보는 총선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 구원투수로 나서 대표로 선출됐다.

박 후보는 당시 수락연설을 통해 “내일부터 구당사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고 실제로 구 당사를 팔아 정부 빚을 갚고 여의도 황량한 부지에 천막과 컨테이너 박스를 설치해 천막 당사 시대를 열었다. 당시 한나라당이 가져간 것은 현판뿐이었다. 이후 박 후보는 흙먼지속에 도시락을 까먹으면서 회의하고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또한 전국을 돌아다니며 ‘붕대 투혼’을 보여준 박 후보는 122석이라는 의석수를 확보하며 ‘선거의 여왕’으로 탄생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놀라운 결과였다.

2004년 천막당사 2012년 천막 캠프?

이후에도 박 후보는 당이 어려울때마다 ‘천막 당사’, ‘천막 정신’을 되새겼고 당이 염창동으로 이전한 후에도 천막 당사 시절 쓰던 물품을 담은 컨테이너 박스를 당사 앞마당에 가져오는 등 애정을 보였다. 천막 당사 물건은 자물쇠가 채워진 채로 먼지에 쌓여 새누리당 대하빌딩 당사에 여전히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천막 당사를 꾸려야 한다’는 친박 내 주장은 궁극적으로 ‘대선 캠프’와 ‘인의 장막’ 해체를 의미해 캠프내 인사들의 반발이 거셀 공산이 높다. 무엇보다 박 후보가 ‘안철수 불출마 종용’ 논란에 대한 문제 의식이 크지 않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하지만 박 후보가 올해초 당 비대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발생한 ‘200만명 당원 명부 유출’, ‘현영희-현기환 공천헌금 파문’ 등 당내 인사의 부정의혹으로 깊은 상처를 입은 바 있다. 또한 경선·대선 캠프 구성을 두고 보이지 않게 벌어진 ‘신구파 파워 게임’에 고위당직자들의 연이은 설화로 박 후보의 대권 가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점 역시 엄연한 현실이다.

이미 본격적인 대선 경쟁이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대선 캠프내에선 ‘쉐도우 내각’(예비 내각) 명단이 작성됐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안대희-김종인 총리 경합설’부터 ‘김종인 총리-안대희 법무부장관 내정’에 ‘청와대 행정관까지 인선이 끝났다’는 사실 확인이 되지 않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 모든 게 고스란히 박근혜 후보에게 비난의 화살이 돼 쏟아진다는 점에서 이참에 ‘판’을 재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이는 지난 2007년 민주당 경선 당시 손학규 전 대표가 취한 정치적 실험이었다. 손 전 대표는 당시 1등을 달리던 정동영 후보의 조직·동원 선거에 불만을 품고 여의도 경선 캠프를 해체 한바 있다. 손 후보는 당내 경선을 포기하고 대국민 장외선거운동을 돌입했지만 결과는 정 후보의 승리로 돌아갔다.

‘위기대응’ 막판카드 재신임-불출마·재추대

그러나 박 후보는 공식적으로 대통령 후보가 된 상황이다. 또한 4년간 보수진영의 표는 확실하게 유지하고 있다. ‘국민대통합’을 내세우며 진보진영을 껴안아야 대권을 거머질 수 있는 만큼 ‘중도파’를 대표하고 있는 안철수 원장과 마찰은 불가피하다. 여기서 기존처럼 안일하게 대처할 경우 지지율이 확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뒤가 있지도 않은 게 박 후보의 처지다. 정치적으로 당내의 대안재나 보완재도 없다.

캠프 해체후 ‘나홀로 선거’외에도 몇 가지 위기대응 방안은 있다. ‘박근혜 불가론’이 확산될 경우에는 비상 전당대회를 소집해 재신임을 묻는 과정을 거칠 수 있다. 한 단계 강도 높은 방법으론 ‘불출마 선언 후-재추대’ 방식도 존재한다. 하지만 두 안을 박 후보가 본격적인 싸움전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박 후보가 ‘안철수 불출마 종용’ 논란을 불식시키고 주도권을 다시 가져오기 위한 실현 가능한 방안으로 ‘천막 당사’, ‘천막 캠프’를 구성해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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