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명동예술극장에서 오는 18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손톤 와일더(Thornton Wilder)의 ‘아워 타운(Our Town)’을 무대에 올린다. ‘아워 타운’은 1938년 초연 이후 전세계에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공연된다고 할 정도로 꾸준히 무대에 오르는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기성극단에서 아마추어극단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공연되어오고 있다.
연출가 한태숙이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작품”이라고 말한 ‘아워 타운’은 무심하게 지나치는 순간의 소중함과 가치를 찾으려는 시도이자, 지친 현대인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이다. 한태숙 연출은 이 작품을 통해 ‘삶은 죽음을 위한 연습’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공연의 1, 2막을 ‘공연 연습’ 컨셉트로 설정하여 살아가면서 점점 완성되어가는 삶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한 연출가는 ‘아워 타운’을 종교인이 성경과 불경을 늘 가까이에 두고 마음의 위안을 얻는 것처럼, 아껴두었다가 꼭 해보고 싶었던 작품으로 생각해왔다.

‘아워 타운’이 공연될 때마다 관객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무대감독’ 역은 2004 동아연극상, ‘2011 대한민국 연극대상’ 김동훈 연극상 등을 수상한 배우 서이숙이 분한다. 서이숙은 작품의 해설자이자,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작가의 분신인 무대감독을 맡아 관객들을 상상력의 세계로 안내한다.
‘아워 타운’은 관객에게 당신은 지금 ‘연극’을 보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라고 요구하는 ‘연극주의’ 작품이다. 연극의 장면을 현실처럼 표현하는 사실주의 기법과 달리 작가가 사용한 방법은, 환상을 깨뜨리고,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며 배우와 관객의 장벽을 허무는 것이다. 작품은 기본적인 무대장치와 최소한의 소품만을 사용하여 관객들이 배우의 동작과 대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며,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무대감독을 등장시켰다. 무대감독은 극의 해설자이자, 과거와 미래의 일을 모두 알고 있고, 어떠한 장소나 시간으로도 갈 수 있는 전지전능한 신과 같다.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인 무대감독은 ‘아워 타운’이 공연될 때마다 늘 화제를 모아왔다. 1989년 배우 폴 뉴먼이 연기, 그 해 토니상 베스트리바이벌상 후보작에 올랐고, 1938년 브로드웨이 공연에선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 작가 손톤 와일더가 직접 무대감독을 연기하기도 했다. 그는 이후 미국배우협회(AEA)증까지 얻을 정도로 무대감독 역에 애착을 보였다. 무대감독은 주로 남자배우가 맡아왔지만, 1971년 미국의 첫 여성 무대감독으로 제럴딘 피처럴드가 출연한 이후, 헬렌 헌트 등 유수의 여배우들이 무대감독으로 열연했다.
이번 공연에서 무대감독 역을 맡은 서이숙 배우는 1막에서는 정답고 이해심 많은 누나 같다가도, 2막에서는 섬세하고 용의주도한 인물로, 3막에서는 엄격한 절대권자와 같이 변화한다. 무대감독 서이숙은 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로 관객의 정서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손톤 와일더는 작품을 3막으로 구성하면서, 1막은 1901년 5월, 평범한 마을의 평범한 아침으로 시작되는 일상을 보여주고, 2막에서는 성장과 결혼을 다룬다. 결혼은 드라마틱한 로맨스이기 보다 어른이 되기 위한 인생과정으로 그려진다. 실제장면으로 설정된 3막에서는 죽음을 통해 삶이 재인식되는데 죽은 자들은 무대 한 켠에서 생기도 없고 감정의 굴레에서 자유로워진 모습이다. 이는 살아 있는 사람과의 대조를 통해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강조하는 것이며, 야망과 사랑, 재산 등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우유배달부와의 일상대화, 철길근처 기적소리, 야구에 빠진 아이들
살아 있는 모든 평범한 미국인들의 이야기
작품의 가상공간인 그로버즈 코너즈(Grover’s Coners)는 북쪽으로 캐나다의 퀘벡 주, 동쪽으로 대서양과 접하는 뉴햄프셔 지방의 머나드녹산(Mount Monadnock) 근처 작은 마을들을 모델로 했다. 시간적 배경은 1차 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인 1901~1913년이다. 손톤 와일더는 작품의 배경을 전쟁 직전, 세상의 관심사에서 비껴난 조용한 마을로 설정하여, 거대한 역사적 사건이나 이념을 배제한 채 일상 속 긍정적인 생의 가치를 발견하고자 했다. 작품이 쓰여진 1930년대가 1차 세계대전의 수습과 경제공황의 여파로, 대부분의 작가들이 어두운 사회문제를 다룬 것을 감안하면 ‘아워 타운’의 주제는 역설적으로 드러난다.
줄거리:
1901년 5월 7일, 뉴햄프셔 주 그로버즈 코너즈의 아침이 밝아오고 평범한 아침이 시작된다. 아침에는 우유 배달부와 일상대화를 나누고, 방과 후 아이들은 숙제를 하고, 교회에서는 성가대 연습이 한창인 평범한 마을. 파리에 한번 가보는 것이 소원인 깁스 부인, 뉴햄프셔주 최고 겁쟁이였던 의사 깁스, 마을 제일의 투수이자 학교 회장인 조지, 지역 신문 편집장 웹, 진지하고 또랑또랑해 보이는 웹 부인, 그의 똑똑하고 예쁜 딸 에밀리, 늘 취해있는 성가대 지휘자 스팀슨과 그를 욕하는 마을 부인네들. 그리고 순경, 신문배달부, 우유배달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려서부터 함께 학교를 다니고, 같이 어울리던 깁스 집안의 아들 조오지와 웹 집안의 딸인 에밀리는 세월이 지나 결혼을 하게 되는데...
공연시간: 평일 7:30 PM | 주말·공휴일 3:00 PM | 화요일 공연 없음
장 소: 명동예술극장
입 장 권: R석 5만원 | S석 3만5천원 | A석 2만원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