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문재인 대세론이 매섭다. 파죽지세로 10연승을 차지, 2위인 손학규 후보와는 2배가량 격차를 보이며 1위 자리를 곤고히 하고 있다.
누적득표수도 과반을 넘어 결선투표 없이 후보가 확정될 가능성도 커진 상태다. 결국 수도권 결과에 따라 비문재인 후보 측은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달리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결선투표에 가더라도 모바일투표에서 역전하지 못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그런 점에서 누적득표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손학규 후보의 고심은 클 수밖에 없다.
손 후보 측은 현재 모바일투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표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로선 허점투성이인 모바일투표에 대한 문제제기 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당 선관위나 지도부는 ‘문제없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속은 더 타들어간다.
민주통합당 네 명 후보 측 대리인과 당 대표 간 비공개 회담이 지난 7일 오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손학규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이날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김두관 후보 측이 제안한 4+1 회담을 받아들여 회동을 연 것으로 안다”면서 “모바일투표를 곧바로 공개하는 현행 룰에서 서울지역 경선에서 한꺼번에 개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이것만으로 큰 변화를 가져온다고 할 수는 없지만 현재 당심과 모바일투표 결과가 너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당원들의 반발이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모바일투표 결과의 추후 공개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비문재인 후보 측은 이 같은 경선룰 변경을 통해 문 후보가 연승하는 이른바 ‘밴드 웨건’(우세한 쪽으로 편승하려는 심리) 효과를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일각에선 문 후보 대세론을 꺾을 비장의 카드가 나오지 않는 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민주통합당 비주류 의원을 중심으로 긴급 의원총회 소집을 위한 서명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어느 캠프에도 속하지 않은 중립적 의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이들은 경선 불공정 시비 등을 문제 삼으며 당 지도부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이해찬-박지원 2선 후퇴론’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손 후보의 최측근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혁신파 의원들이 모바일투표 등 다양한 의혹과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전한 뒤 “이러한 목소리와 반응을 지도부가 보고 잘 판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도부 압박을 위해 이들과 교류한 적이 있냐’는 기자의 물음에 “이들과의 교류는 전혀 없다. 초선 의원들이 많고 또 자발적인 모임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면서 “다만, 내부적인 목소리가 왜 커지고 있는지를 지도부가 잘 판단해주었으면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통합당 경선 투표율은 50%가량으로 저조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후보 간 갈등과 경선 파행 등이 국민적 비판을 불러오면서 경선 흥행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손 후보 측은 결선투표가 진행될 경우 이들의 표심을 끌어와 ‘또 다른 선거혁명’을 노리겠다며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민주통합당 경선에 실망한 선거인단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문재인 후보나 지도부에게 등을 돌린 상당수 선거인단이 막판에 손 후보의 손을 들어주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손 후보의 최측근은 7일 기자와 통화에서 “경선룰의 전면적 수정은 불가능하다. 지도부의 태도나 입장에서 잘 알 수 있다”고 언급한 뒤 “그렇다고 판을 깰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면서 “현재 투표하지 않은 50%의 선거인단을 어떻게 끌어 모으는가가 중요하다. 지금으로선 이들에게 기대를 걸어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