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최은서 기자] 최근 가정주부 성폭력 살해 사건,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 등 성폭행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 전자발찌 착용, 화학적 거세 등 현행 성폭력 전력자 규제 제도에 대해서도 그 실효성 논란이 이어 지고 있다. 정부가 19세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성범죄에 대해서도 화학적 거세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국회에서는 ‘물리적 거세’를 위한 법안이 발의돼 논란이 일었다. 또 재범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형기를 마쳤더라도 구금을 연장시키는 강제구금과 같은 방지책을 마련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성범죄가 만연해지자 일각에서는 ‘성범죄 증가는 성매매 단속으로 인한 풍선효과’라고 주장하며, 해결책으로 공창제도의 도입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직 고위공직자 A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창제도 도입’을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A씨는 성폭행범을 멧돼지에 비유했다. 성폭행범이 야생에서 먹을 것이 없으면 민가로 내려와 농작물을 망치고 사람까지 공격하는 등 행패를 부리는 멧돼지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것. 그는 “과거 김강자 총경이 성매매 업체를 단속해 환영을 받았지만 성범죄는 늘었다”고 지적하며 “값싼 비용으로 성욕을 해결할 길이 없어진 짐승들이 가정집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매춘은 인간의 역사와 시간을 같이한다고 전제한 뒤 공창을 합법화 하는 것을 고민해야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동물의 본능을 숨기고 성매매에 돌팔매질만 하는 사이 정작 인간의 마을이 공격당하고 있다”면서 “이건 남자, 여자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욕망과 그 욕망으로부터 공동체를 보호하자는 것이다”라고 공창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A씨는 자신의 페이스북 해당 글의 댓글에 한 네티즌 논객의 주장과 관련 기사, 지만원 박사의 주장 등을 인용해 자신의 주장의 근거로 제시했다. A씨는 이어 현재 주요 선진국에서도 성매매와 관련해 합법주의 즉 공창을 허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공창제도를 실시하는 나라들의 여성인권 보호가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낫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씨의 주장대로 국가가 성매매를 승인하고, 직업으로 인정해주는 국가들이 있다. 일부 유럽 및 중남미 국가, 영연방 국가 중 캐나다와 호주는 합법화하고 있다. 이들 나라는 성매매 여성들에게 세금을 걷어가고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성매매 합법화의 주요 근거는 성매매 여성의 안전과 건강이다.
이 같은 공창제도의 도입 주장은 최근 국민들의 인식과도 궤를 같이 한다. 한국 남성의 절반 이상은 성매매를 전면 금지한 ‘성매매방지특별법’ 때문에 성범죄가 더 증가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일 한국갤럽의 발표에 따르면 ‘성매매방지법이 성범죄 증가의 원인이 됐다는 주장에 공감하느냐’라는 질문에 남성의 56%가 공감한다고 답했으며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36%에 그쳤다. 반면 여성은 43%가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하고 41%가 공감한다고 응답했다. 성인의 48%는 공감한다고 답했으며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40%였다.
특히 성범죄 발생을 줄이기 위해 ‘특정지역 내 성매매 일부 허용’ 즉 ‘공창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48%가 찬성한다고 답해 적지 않은 성인들이 제도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대의견은 42%였다. 이 질문은 남녀 성별 응답률에 뚜렷한 차이가 났다. 남성은 찬성 58%, 반대 34%로 찬성 의견이 더 많았으나, 여성은 찬성 39%, 반대 50%로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
김기원 방송대 경제학 교수는 공창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여성의 인권을 보호해주는 것이라고 본다. 그는 성매매를 술이나 마약, 도박과 같이 비가치제로 규제해야할 대상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도 김 교수는 “지금처럼 성매매를 불법으로 단속하면 성매매 거래량은 줄어들지만 화대 갈취, 단속 공무원 부패, 여성의 안전문제 등이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며 “매춘을 장려하자는 말이 아니다. 공창제도를 도입하면 거래양은 늘어나나 성매매 여성의 안전이 담보될 수 있다. 성매매의 양적 축소를 중시하느냐, 성매매와 관련된 범죄의 축소를 중시하느냐에 따른 가치 판단에 따라 성매매 단속에 대한 태도가 틀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성매매 규제는 하되 성매매 여성과 성매수남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는 것이 추세다. 다수 선진국이 성인의 자발적 성매매를 인정하는 까닭을 따져볼 필요성이 있다”면서 “공창제도를 도입하고 사회복지를 강화해 생계형 성매매 여성의 숫자를 줄이는 것이 정공법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제한적인 공창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김강자 전 총경은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공창제도 도입을 다시 검토해 볼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성폭력을 저지를 강력범들은 사창가가 있다고 해도 성폭력을 저지르기 마련이다. 성매매 단속과 성폭력 증가를 연관시키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공창제도의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크다. 과거 한명숙 전 총리는 2002년 여성부 장관시절 공창제도 도입과 관련해 우리나라 실정과 맞지 않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한 전 총리는 “성매매를 일종의 관행처럼 보려는 우리사회 일각의 낡은 의식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하며 “필요악이라고 해서 한 지역에 공창제도를 허용하면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성매매 상황을 도저히 막을 길이 없다”고 말해 공창제도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성매매근절을 위한 한소리회 관계자는 공창제도 도입 주장과 관련해 “공창제도는 반대한다. 공창제도는 역사적으로 한번 실시한 적 있다. 우리나라가 일본에 의해 공창제도가 만들어지면서 성매매가 더 확산이 됐다”며 “공창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성매매가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인정한다는 것인데 다시 되묻고 싶다. 아무리 노력해도 살인 등의 강력범죄를 막을 수 없다고 해서 강력범죄허용지역을 만드는 것이 해결 방법이 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공창제도를 허용하면 인신매매성 성매매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욕구를 올바르게 해소하지 못하는 사람, 성을 매수할 돈이 없는 사람, 성매매를 하는 습관이 생긴 사람들은 성매매를 하기 어려워지면 성폭력을 저지르게 된다. 성매매 단속으로 성범죄가 늘어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끝으로 “공창제도의 도입은 성폭력을 오히려 더 증가시킬 것이라고 본다. 또 존엄성 있는 인간의 몸을 상품화하는 것은 여성의 인권을 하락시키는 것이므로 공창제도 도입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