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최은서 기자] 지금 전 세계는 ‘강남스타일’에 푹 빠졌다. 스스로를 B급이라고 자처한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 노래 한곡으로 해외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인 호응을 이끌어 낸 비결에 대해 전문가들은 싸이 효과, 중독성 있는 춤과 반복구, 문화적 배경이 달라도 바로 공감할 수 있는 장면들로 구성된 뮤직비디오 등을 꼽고 있다. 유튜브 등을 통해 강남스타일의 패러디물을 적극 활용한 것도 파급력을 높이는데 한 몫 했다. 이른바 토종 한국산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히트 친 유례없는 강남스타일 신드롬은 하나의 사회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강남스타일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발매 이래 미국·호주 등 아이튠즈 뮤비차트 1위, 유튜브 조회수 1억 건 최단기간 돌파 등 각종 기록을 세우고 있다. 싸이가 이 한 곡으로 음원 판매 수익, 음반 판매 수익, 광고 모델료를 포함해 100억 대의 수입을 올렸을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한 외국인 VIP 전문 여행사가 주한 외국인 및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과반이 넘는 56%의 지지를 받으며 가장 만나고 싶은 한국인 1위로 선정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스타인 박지성(17%)과 김연아(9%)도 가뿐히 제쳤다. 이제 싸이를 ‘월드스타’라고 칭해도 과장이 아니다.
전 세계가 ‘강남스타일’ 열광
강남스타일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영국 가수 로비 윌리엄스, 미국 랩퍼 티페인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강남스타일에 대한 반응을 SNS에 남기면서부터였다. 특히 힙합 뮤지션 티페인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MV이다”라고 표현했다.
해외 네티즌들은 이들 스타의 SNS를 퍼다 나르며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 열광했다. 이 뮤직비디오 파급력의 일등공신은 바로 문화적 배경이 달라도 바로 공감하고 웃을 수 있는 ‘코믹’요소다. 지하주차장, 놀이터, 한강 둔치, 유람선 위, 엘리베이터, 목욕탕, 지하철, 경마장, 요가 학원, 횡단보도 등의 배경으로 벌어지는 엽기적 퍼포먼스는 세대와 국경을 뛰어넘어 폭소를 선사한다.
전 세계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뮤직비디오에는 싸이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싸이는 ‘한심하고 어이없는 행동들’, ‘세상의 지루한 관습과 일상에서 벗어난 유쾌한 일탈’을 표현할 에피소드들을 뮤직비디오에 담았다.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며 노래하는 장면, 목욕탕에서 마치 수영장인 것처럼 수영을 하는 장면, 진지한 얼굴로 놀이터에서 썬탠을 하는 장면, 엘리베이터에서 저질 춤을 추는 장면, 모터보트 위, 도심 한복판에서 말춤을 추는 장면 등에서 나오는 ‘엽기 코드’는 굳이 보는 사람에게 일일이 설명해 주지 않아도 보는 순간 이해하게 만드는 ‘공감’ 요소가 존재했다. 이처럼 대놓고 코믹을 표방하고 있는 강남스타일에 해외는 신선함을 느끼고 있다. 또 이와 동시에 미국식 B급 유머를 떠올리게 하는 키치(Kitsch: 통속 취향에 영합하는 저속한 예술 작품)적인 코믹함에 열광하고 있다.
특히 이 뮤직비디오에는 한국 거리와 문화를 배경으로 보여주고 있는데다 한국의 특정 지명이 가사에 반복해서 등장한다. 해외 팬들이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한국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 이 곡 한 곡이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데 공을 세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그는 스스로를 희화화해서 풍자의 대상에 올려놓아 보는 것만으로도 누구나 웃을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한다. 특히 우스꽝스러운 말춤은 누구나 한번 쯤 흉내 내고픈 욕구가 생기게 하는 중독성 강한 춤이다. 또 웃기면서도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춤동작은 선정적이기까지 하다.
여기에 세계적인 트렌드인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듣는 사람에게는 익숙함을 준다. 케이팝 특징으로 꼽히는 중독성 강한 후렴구도 반복된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후렴구는 한국어를 몰라도 이른바 ‘떼창(일제히 가사를 따라 부르는 것)’이 가능하게 해주고 반복해서 듣게하는 힘을 갖게 한다. 특히 영어권 사람들에게 ‘오빤 강남 스타일’ 후렴구가 영어권에서는 ‘오픈 콘돔 스타일(Open condom style)'로 들리는 것도 강남스타일에 대해 흥미를 일으키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강남스타일 인기를 두고 1994년 스페인 팝 듀오 로스 델 리오의 ‘마카레나’, 1995년 미국 팝 가수 스캣맨존의 ‘스캣맨’의 열풍을 비슷한 사례로 제시한다. 강남스타일이 제 2의 마카레나·제 2의 스캣맨 열풍을 몰고 올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동연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은 “가장 유행하고 있는 일렉트로닉과 힙합이 합쳐진 음악이고 춤이나 뮤직비디오에서 구사하고 있는 B급 문화를 지향하고 있다. 즐겁고 신나는 컨텐츠기 때문에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굉장히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며 “특히 한국 사회는 하나의 유행형식이 나타나면 언론과 방송, CF 등에서 이를 도배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문화적 파급 효과는 굉장히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남스타일의 인기가 일회성으로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강남 스타일이 일회성 해외 토픽으로 끝날지 케이팝의 도약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 소장은 “일회성으로 그칠 것이라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라고 딱 잘라 이야기했다. 그는 이어 “태생적으로 이 노래가 유행을 타는 노래로 명곡은 아니기 때문에 6개월~1년을 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며 “물론 싸이가 이 같은 노래를 계속해서 만들 수는 있겠지만 이 노래 자체가 6개월 이상 지속적 인기를 끄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인기를 견인하기 위해서 싸이는 강남스타일을 기반으로 삼아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여야 할 과제가 존재하는 셈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류의 파급력을 한 단계 올려 놓은 것”으로 “운동선수로 비유한다면 김연아나 박태환과 같다”고 이야기했다.
양지로 모습 드러낸 B급 문화
강남스타일의 성공을 두고 ‘B급 문화가 A급 문화를 누르기도 하는 세상이 됐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B급 문화는 주류에서 벗어난 하위 문화다. 금기시된 소재를 끄집어내 대중의 가려운 구석을 긁어주고, 저예산으로 어설픈 모방을 하는 문화적 경향을 말한다. 주류에 대한 반감, 사회 비판 정서를 담고 있어 마이너 층의 지지를 받는다. 때문에 B급 문화는 소수만이 즐기고 누리는 특성이 강했다. 하지만 음지에 머무르던 B급 문화는 강남스타일을 계기로 양지로 과감히 모습을 드러냈다.
강남스타일의 경우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강남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부와 특권의 상징이었던 강남은 이 노래를 통해 이미지가 반전된다. 싸이는 미국 ABC 방송에 출연해 “강남은 한국의 베벌리힐스와 같은 곳”이라고 소개한 뒤 “춤, 장소, 뮤직비디오 주인공 모두 베벌리힐스 스타일이 아닌데도 계속 베벌리힐스 스타일이라고 우기는 게 포인트”라고 ‘반전의 묘미’를 설명했다.
B급 문화가 하나의 주류 문화로 올라섰다는 분석에 대해 이 소장은 “너무 섣부른 이야기”라고 했다. “그렇게 치면 과거에도 싸이와 같은 B급 문화가 굉장히 많았다. 과거 김흥국씨의 ‘호랑나비’와 같이 코믹하고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많았다”며 “강남스타일의 인기는 싸이니까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강남스타일은 과거 B급 문화와 같이 분류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설 교수는 “강남스타일은 겉으론 B급 문화로 보이지만 그 자체를 놓고 볼 때 B급 문화는 결코 아니다”라며 “B급 문화는 남을 모방하거나 독창성 없는 엉성함 등의 특성을 보여주는데 강남스타일은 오히려 대중의 정서를 날카롭게 포착해 만든 문화”라고 평가했다.
B급 문화도 시대에 따라 가치가 다르게 평가받기도 한다. 락이나 힙합, 재즈도 B급 문화로 분류됐다. 하지만 현재는 보편적인 주류 대중문화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원론적으로 보면 판소리도 한국의 클래식으로 평가받는 등 A급 문화로 자리 잡고 있지만 과거에는 민중의 노래로 B급 문화였다”라고 전제한 뒤 “강남 스타일은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지고 코믹한 요소를 많이 갖추고 있지만 그것 자체가 다른 것을 모방하거나 저열한 속성 등을 띠지 않기 때문에 B급 문화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강남스타일은 B급 문화 탈을 쓴 A급 문화로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설 교수는 “ 외양은 B급 문화처럼 보이나 치밀한 전략으로 B급을 흉내낸 것으로 사실상 독창성이 있는 A급 문화로 볼 수 있다”고 봤다.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