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우진) 심리로 열린 15차 공판에서는 이번 사건에 함께 기소된 김씨가 증인신분으로 출석해 한씨에게서 3억원을 빌리고 갚은 경위, 한 전 총리에게 보고한 시점 등에 대해 진술했다.
지난 재판에 이어 두 번째로 증인석에 선 김씨는 대부분 일관되게 증언했지만 한 전 총리에게 돈 빌린 사실을 털어놓은 상황에 대해서는 말을 바꿨다.
김씨는 당초, 지난해 4월 불법 정치자금 관련 기사가 나오자 한 전 총리에게 '내가 한씨로부터 개인적으로 2억원을 빌려 이미 갚았다'고 실토했다가 두달 뒤 '경선기탁금 명목'으로 말을 바꿨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빌렸으면서 경선기탁금 때문에 빌렸다고 거짓 보고한 이유로는 "괜한 의혹을 사기 싫어 그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검찰이 지난해 4월 기사를 제시하며 "이 때부터 경선기탁금이라고 언급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자, "기억에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4월초 개인적으로 빌렸다고 한 1~2일 후 경선기탁금 명목으로 총 2억원을 빌렸다고 한 전 총리에게 말했다"고 정정했다.
김씨는 또 같은해 6월 한씨의 수표 1억원이 한 전 총리 여동생 전세자금으로 사용됐다는 보도가 나온뒤에야 "사실 빌린 돈은 2억원이 아닌 3억원이었다고 털어놨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김씨가 쓴 한씨 자금때문에 한 전 총리가 의심받는데도 처음부터 사실대로 말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추궁했지만, 김씨는 "개인 거래이기도 했고 (외부에) 드러나지 않은 부분은 굳이 말하고 싶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밖에 한 전 총리 동생에게 수표를 건넨 경위와 관련해 "마침 있는 수표를 잠깐 빌려주는 거라 별 일 아니라 생각했다"며 "내가 가진 1억원 수표와 (동생이 준비한) 5000만원 상당 수표를 맞교환한 후 며칠 뒤 5000만원을 변제받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다음 공판은 내달 13일 오후 2시 진행되며 이 사건 제보자로 알려진 남모씨 등 증인 4명이 출석할 예정이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3월부터 9월동안 3차례에 걸쳐 H건설업체 대표 한모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지난해 7월 불구속 기소됐다.
김씨는 2007년 2월부터 11월까지 한씨로부터 대통령 후보 경선 지원 등의 명목으로 9500만원을 받고 버스와 승용차, 신용카드 등도 무상제공 받아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씨는 지난해 12월 법정에서 수사단계의 진술을 뒤집어 "한 전 총리에게 어떤 정치자금도 주지 않았다"며 "9억원 중 3억원은 김씨에게 빌려줬고 6억원은 사업상 내가 사용했다"고 번복한 바 있다.
박유영 기자 shi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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