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면 말고 식' 폭로…국회의원 면책특권 남용 제한돼야
'아니면 말고 식' 폭로…국회의원 면책특권 남용 제한돼야
  • 장진복 기자
  • 입력 2011-06-09 12:01
  • 승인 2011.06.09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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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부산저축은행의 캄보디아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막후에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면책특권의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심 의원은 최근 "부산저축은행그룹은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특수목적법인(SPC) 9개 회사를 통해 캄보디아에 투자했는 데 여기에 김 원내대표가 깊이 개입했다"고 주장, 김 원내대표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면책특권을 이용해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신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야당 역시 이번 국회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주요 여권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른바 '이(李) 폭로'라고 불리는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대정부질문을 통해 "지난 1월 서울 청담동의 K 퓨전 한식집에서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의 측근인 이웅열 코오롱 회장 등이 회동했다"며 삼화저축은행 로비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이 의원은 자체 제작한 좌석 배치도 등을 제시했지만 신 명예회장을 포함한 이들 3명이 회동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공개하지 못해 이 의원의 폭로를 두고 신빙성 논란이 일었다.

지난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에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의 청탁이 핵심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대통령이 직접 "국회의원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면책특권을 이용해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것이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여야 의원들의 잇단 폭로를 계기로 현행 면책특권 제도가 과연 합리적이냐는 등의 논의가 확산되는 등 정치권 내 면책특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헌법 제45조에 규정된 면책특권은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 권한'으로 국회의원이 누리는 대표적인 특권 가운데 하나다.

국회의원에게 면책특권을 제공하는 이유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입법부가 독립적 지위를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이 실제로는 상대 정파를 공격하고 근거없는 비방을 하기 위해 면책특권을 남용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또 여야 의원들의 근거 없는 비방 및 폭로에 대한 처벌 규정 역시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회법 제146조는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서 다른 사람을 모욕하거나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대한 발언을 했을 경우 면책특권이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규정했다.

국회법 155조에 따르면 '국회법 제146조를 어겼을 때 윤리특별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그 의결로써 이를 징계할 수 있다'라고만 돼 있어 징계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지적에 여야 원내 사령탑은 '폭로자제 신사협정'을 맺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국민이 부여한 소중한 시간이 정쟁과 폭로전으로 얼룩진다면 국민 앞에 송구스러울 것"이라며 김진표 원내대표와의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본인들에게 주어진 특권을 버리고 스스로 법 개정에 나서지 않는 한 면책특권 제한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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