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불출마 한나라당 전대 양강구도
이재오 불출마 한나라당 전대 양강구도
  • 전성무 기자
  • 입력 2011-06-07 14:07
  • 승인 2011.06.07 14:07
  • 호수 892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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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 던지고… “킹메이커로 나선다”
김무성 · 나경원 · 홍준표

[전성무 기자] = 한나라당 7·4 전당대회를 한 달 여 앞두고 예비 당권주자들 간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무엇보다 유력한 당권주자로 거론됐던 이재오 특임장관이 최근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친이 친박간 정면대결은 피하게 됐다. 당내외에서 출마 예상자로 거론되는 인물은 김무성 전 원내대표, 홍준표 전 최고위원, 남경필 의원, 나경원 전 최고위원, 권영세 정보위원장, 원희룡 전 사무총장 등이다. 대선주자급 인사들이 불참하면서 향후 한나라당의 당권 구도는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할 전망이다.

여론조사 결과 미반영 누가 손해?
‘1인 2표제’ → ‘1인 1표제’로 변경
7월 전대 친이-친박-소장 3파전 예상


4·27 재보선 이후 한나라당의 최대 화두는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였다. 오는 7월 4일 개최가 결정된 뒤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당권-대권을 분리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당헌·당규 개정 문제 때문이다.

당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 유력 대선주자들이 전대에 출마할 수 있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 내부에 팽배해있었다. 그동안 8차례에 걸친 토론을 진행되면서 설전이 오갔다. 하지만 결론은 현행 당헌·당규 유지.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오후 이 같은 방침을 결정하고 전대 개최를 위한 준비체제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정의화 비대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언제까지 전대 룰만 가지고 더 이상의 갑론을박을 할 여유가 없다”면서 “그동안의 8차례의 열띤 토론의 결과 당권-대권 분리 문제와 대표-최고위원 선출 문제는 현행대로 가게 됐다”고 발표했다.

정 위원장은 “표결로 결정짓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표 대결’이 향후 어떤 문제를 가져올 것인지를 다수 비대위원들이 너무 잘 알고 있다”면서 “위원장으로서도 표결처리는 비대위의 실패로 비출 수 있어 부득이하게 현행방식을 유지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전대 출마가 예상됐던 이재오 특임장관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4월 재보선 이후 한 달 만에 전대 불출마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장관은 그동안 정치권 안팎에서 전대 출마가 유력한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이번 불출마 선언의 의도를 두고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 장관 전대 불출마 선언 왜?

이 장관은 이날 한경밀레니엄 특강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국무위원으로서 국정 전반에 대한 무한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당내 현안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먼저 특강에서 “대통령 책임제하에서 국무위원과 청와대 비서진은 자기 개인의 잘잘못을 떠나 국정 전반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며 “우리나라 정치는 국민과 국가에 책임질 일이 있을 때 책임을 누구에게 떠넘길지, 책임을 떠넘기고 난 뒤에 자기가 어떤 자리에 갈지를 계산하기에 바쁘다”고 말문을 열었다.

4ㆍ27 재보선 패배 이후 자신에게 제기된 ‘책임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장관은 한나라당의 7ㆍ4 전당대회 불출마 방침을 분명히 했다. 전대 출마 후보와 관련, 금품 사용 일절 금지, 후원회 제도 폐지, 현역 의원과 원외 위원장의 전대후보 캠프 참여 금지 등을 선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이 장관은 “후보들은 선거 운동을 합동 유세와 정책토론회, 트위터나 페이스북, 이메일과 전화 등으로만 한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등록금 부담 완화 등 새 원내지도부의 ‘좌클릭 정책’에 대해서는 “지금 당직을 맡은 사람들이 개인적인 얘기를 하는 것이고 최고위원 구성 전까지 한달간 당을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좌편향, 우편향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이르다”고 말했다.

또 원내대표 경선 이후 자신을 비롯한 친이계가 구주류로 불리는 것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장관의 이 같은 ‘작심’ 발언은 그의 최근 행보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 접점을 찾을 수 있다. 이 장관은 4월 재보선 이후 ‘여의도 정치’와는 거리를 둬 왔다. 청와대-당 지도부 조찬 간담회(5월 20일), 당ㆍ정ㆍ청 9인 회동(5월 28일)에 일정 등을 이유로 잇따라 불참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 장관의 측근들은 그가 7월 전대 이전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가급적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침묵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장관은 요즘 지방을 돌면서 특강을 하는 이른바 ‘특강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이 장관은 오는 6월 7일 안산시청에서 공정사회와 관련된 특강을 벌일 예정이며, 11일에는 자신의 지지세력인 재오사랑ㆍ조이21 등 회원 3000여 명과 함께 단합대회를 겸해 충남 천안 흑성산을 오르는 등 조직정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기반을 다지기 위해서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는데 정작 본인은 “별 의미는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가 당권을 포기한 만큼 당권 경쟁에서 특정 후보를 만드는 킹메이커를 염두해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예비 당권주자 5명으로 압축

이 장관이 전대에 불출마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한나라당의 당권 구도는 출렁이고 있다. 아직 공식 출마 선언을 한 후보들은 없지만 예비주자들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는 모양새다.

차기 대선주자들의 출마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나올 사람은 뻔한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당 내부에 형성돼 있다. 현재 대표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사람은 모두 5~6명 정도.

김무성 전 원내대표, 홍준표 전 최고위원, 남경필 의원, 나경원 전 최고위원, 원희룡 전 사무총장, 권영세 정보위원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한나라당으로선 이번 전당대회에서 뽑힐 새 대표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4월 재보선 패배로 인해 잃어버린 ‘리더십’을 되 찾아와야 한다는 과제가 놓여있다. 이를 의식한 듯 거론되는 후보들 측은 모두 “이번 전당대회는 계파 세 대결로 가서는 안 되고 화합과 비전 대결로 가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세력 대결 구도를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이미 형성돼 있는 주류-비주류 또는 친이-친박계 간 신경전은 피할 수 없다는 것. 이 때문에 이번 전대는 친이계, 친박계, 소장파 간 세력간 다자구도 싸움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단 김 전 원내대표의 경우 친이계 구주류의 지원이 기대되는 후보다. 김 전 원내대표의 측근은 세 싸움으로 가면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친이계의 지원은 이미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홍 전 최고위원은 친이계로 알려져 있지만 요즘 친박계와 동선을 함께하며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남 의원은 소장파 그룹 내에서 당권 주자로 추대되는 분위기다. 예비주자들 가운데 가장 먼저 여의도에 사무실을 내고 적극적으로 출마를 준비 하고 있다.

소장파 그룹에서는 남 의원이 가장 적극적으로 출마를 준비 중이다. 신주류로 부상한 친박계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지원 여부가 불투명해 지지기반 확대에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 의원은 지난 1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경실련 통일포럼에 참석해 “당과 보수 세력이 혁신 없이는 혁명을 당해 죽을 위기에 처한다”며 보수개혁을 강조했다. 원 전 사무총장과 나 전 최고위원도 남 의원과 마찬가지로 ‘젊은 대표론’ 기류를 타고 주목받는 인물이다.

두 사람의 측근은 “출마를 생각해 본 적 없다”면서 전대 출마설을 부인한다. 하지만 원 전 총장의 경우 친이계의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있는 데다 중립성향 및 친박계의 거부감도 비교적 적다는 평가가 있다. 나 전 최고위원은 대중성이 부각됨과 동시에 친이, 친박계와의 소통력도 장점이라는 분석이 있다. 친박성향이지만 그동안 중립을 지켜온 권영세 위원장은 소장파+수도권 중립표에 내심 친박표를 기대하고 있다.

전대 룰 변경으로
주자들 명암 엇갈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이 지난 2일 30% 비율로 반영해오던 여론조사 결과를 전대에서 반영하지 않고, 기존 ‘1인 2표제’였던 선거인 투표수도 ‘1인 1표제’로 변경하면서 예비주자들의 명암이 엇갈릴 전망이다.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은 이날 여의도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선거인단이 획기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표의 등가성 문제 등을 고려해 비상대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배 대변인은 1인 1표제로 투표수가 바뀐 것에 대해서도 “대의원 수가 늘어났기 때문에 더 이상 금권선거와 관련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상태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앞서 대략 21만여 명으로 잡았던 선거인단 규모 역시 전당대회 대의원이 9047명, 전당대회 대의원이 아닌 당원 선거인이 19만3601명,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공모한 2030 청년선거인은 1만 명 이내로 해서 총 21만2648명 이내로 구성하기로 결정됐다.

하지만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결정이 조직에 강한 후보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준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실제 예비후보들 사이에서는 이번 룰 변경에 따라 득실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나 전 최고위원과 홍 전 최고위원의 경우 여론조사 배제에 따른 타격이 예상된다. 두 사람은 타 후보들 보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다.

반면 김 전 원내대표는 대중적 인지도가 두 사람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실보다는 득이 많다는 분석이다.

1인 1표제가 확실한 조직 기반을 가지고 있는 후보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방식대로라면 보통 대표 후보에 1표, 나머지는 최고위원 후보에게 1표를 던졌다면 이번 전대에서는 이 방식이 불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 전대 룰 변경 결정이 다른 후보에게 영향을 일부 부담을 주겠지만 당락을 결정지을 정도는 아니다”라며 “오히려 이 장관이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 당권 구도의 가장 큰 변화 아니겠냐”고 말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사진=정대웅 기자] photo@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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