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 검사장-하복동 위원 같은 동향에 대학 동기”

감사원 구설수 오른 고위 인사들, “전혀 몰랐다”
동료 감사위원, “밥 한번 먹은 게 무슨 대수냐”
국내 최고 감찰기관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지기 일보직전이다.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인해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구속된데 이어 하복동 주심위원까지 브러커 윤여성씨와 접촉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감사원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검찰 수사초기만 해도 은 전 위원이 ‘외부인사’라는 점을 강조하며 내심 내부 인사와는 ‘무관하다’는 게 감사원이었다. 하지만 하 위원의 연루 의혹이 불거지면서 내부 인사들조차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전형적인 감사원 출신으로 승승장구한데다 차관급 감사 위원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하 위원 외에도 ‘감사원 내부 직원이 또 있다’는 악성 소문이 돌면서 초긴장 상태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 시절 BBK 소방수로 활동했던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구속됐다. 이때만 해도 감사원은 다소 느긋했다. 은 전 위원이 외부인사 출신으로 감사원과는 무관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 전 위원은 ‘모래시계’ 검사에 이명박 대통령 후보 BBK 방어팀, 인수위원회를 거쳐 2009년 2월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전형적인 ‘보은인사’다.
이어 감사원의 서울시 지하철 상가 비리 감사의 주심 감사위원이었던 배국환 감사위원(차관급)이 감사 과정에서 비위 사실이 적발된 업체 측 법률대리인을 맡은 이석형 전 감사위원과 감사기간 중 집무실에서 여러 차례 접촉한 사실도 알려졌다. 배 위원 역시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파견나온 위원이었다는 점에서 감사원 내부 분위기는 차분했다.
하지만 감사원의 조용했던 분위기는 하복동 감사위원이 부산저축은행 브로커 윤여성씨와 접촉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달라졌다. 하 위원은 감사원의 부산저축은행 감사의 주심위원으로 지난해 9월 브로커 윤씨를 만나 “저축은행을 잘 봐달라”는 청탁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한 공교롭게도 부산저축은행에 2009년에는 없다가 2010년 부산저축은행 감사를 앞두고 통장이 개설되면서 의혹이 일었다. 본인 3000만 원, 부인 4700만 원, 차녀 1400만 원 등 총 9000만 원 넘게 예금해 놓은 사실도 밝혔졌다.
게다가 하 위원의 감사원내 위상이 높았다는 점에서 더 관심을 모았다. 김황식 감사원장이 총리로 간 사이 감사원장 부재기간동안 원장 직무대행을 수행할만큼 명망과 실력을 인정받았다. 23회 행정고시 출신인 하 위원은 1980년 감사원 심사담당관을 시작으로 원장비서실장, 재정금융국감사국 국장, 기획관리실장, 기획홍보관리실장을 거쳐 제1사무차장을 지낸 전형적인 감사원 맨이다.
외부인사 구속 ‘조용’
내부인사 ‘연루의혹’엔 발끈
차분했던 감사원 역시 하 위원의 연루의혹이 나오자 적극 방어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같은 감사위원인 한 동료는 본지와 통화에서 “브로커 윤씨를 하 위원이 만난 것을 전혀 몰랐다”며 “윤씨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 인사는 “하 위원관련 기사를 보니 밥 먹으로 나갔다가 우연찮게 만난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오히려 언론에선 크게 다루고 있다”며 “친한 후배 따라서 밥도 못 먹느냐”고 항변했다. 또한 부산저축은행에 통장을 개설해 갖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 이 인사는 “감사원 직원뿐만 아니라 공무원들중에 저축은행에 예금을 갖고 있는 사람은 수천명이 된다”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어 그는 “감사 위원으로 부끄럽기도 하고 세상이 싫어지기도 한다”며 “언론들이 너무 감사원을 일방적으로 짓밟고 있다”고 억울해 했다.
나아가 그는 “감사원에서 부산저축은행관련 안한 게 없다”며 “국세청 세무 고발하고 검찰에도 고발했고 금융당국에도 다 통보했다”고 재차 부산저축은행 파문 관련 개인비리일 뿐 감사원 전체와는 상관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감사원에서 2010년 연말까지 고위직을 지내고 공사 감사로 있는 S 감사관 또한 “가슴이 아프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브러커 윤씨에 대해서 만난 적이 있는지를 묻자 이 인사는 “전혀 모른다”며 “나는 금융전공이 아니라서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나아가 그는 “검찰로부터 연락받은 바도 없고 아는 바도 없다”면서 “감사원 후배 직원들의 이름이 언론에 나오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안좋다”고 덧붙였다.
감사원 내부 직원들의 분위기는 ‘더 이상 나올 게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역시 감사원에 대한 검찰 조사에 크게 기대를 걸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하 위원이 현재 저축은행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김홍일 검사장과 동년배에 충청도 출신으로 대학 동기라는 점이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하 위원은 충북 영동 출신으로 1956년 생이고 김 검사장은 충남 예산이 고향으로 역시 56년 생이다.
검찰·감사원
‘도마뱀 꼬리자르기’ 전망
충남 기계공고를 나온 하 위원, 그리고 예천고를 나온 김 검사장은 충남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초동 주변에선 “대학 동기가 있어서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있겠느냐”는 분위기가 벌써부터 읽혀지고 있다. 감사원 역시 비슷한 분위기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제 2, 3의 감사원 고위직원 이름이 거론되고 있어 검찰과 감사원의 분위기대로 흐를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관련기사 16면, 21면]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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