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이날 "남한이 지난달 비밀접촉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자고 애걸했다"며 이명박 정부의 '이중적인 대북정책'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비핵화에 대한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정상회담은 의미가 없다고 천명했었다.
그러나 아직 북한의 주장이 어디까지 진실이고 거짓인지 명확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번 폭로로 이명박 정부는 우리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 것처럼 인식돼 적잖은 '정치적 내상'을 입었다. 대국민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이 같은 북한의 전격 폭로에 대해 당혹해 하며 뚜렷한 해명이나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패닉상태라는 반증이다.
하지만 북한의 이러한 폭로는 예견된 일이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안보라인이 시스템적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실례로 현 정부의 대북 안보라인은 지난달 김정일 방중 당시에도 '먹통'상태였다. 지난달 20일 오전 언론들은 김정일 방중을 김정은 방중으로 오보를 냈다가 그날 오후 김정일 방중으로 바로 잡아야 했다.
정부 고위소식통이 "김정은 부위원장이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과 함께 중국의 최고위 지도부를 만나기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고 잘못 전했기 때문이다.
이후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의 최고권력자가 중국으로 향하는 열차를 탄 것은 맞지만 누가 탔는지는 모른다"고 전했다. 청와대가 뒤늦게 "김정일만 방문한 것 같다"고 밝히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이처럼 우리 정부의 외교 안보라인이 중국을 방문한 인물이 김정일인지 김정은인지 갈피 조차 못 잡은 것은 우리 정부의 대북 정보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다.
김정일 위원장과 김정은 부위원장의 동선은 대북 정보의 핵심이다. 국정원과 통일부, 기무사 등은 이런 대북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존재한다.
우리 정부가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관련 일정에 대해 계속된 '오보'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김 위원장의 방중 시기를 정확하게 잡지 못해 실수를 했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과 농협금융 전산망 무력화도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빚어진 또다른 본보기다.
이런 와중에도 청와대는 대북 관련정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말만 스테레오 테이프 처럼 되풀이 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은 누구를 믿어야 할까. 차제에 이 대통령은 청와대 외교안보라인과 국정원, 통일부 등 대북관계 기관의 핵심 인사들을 모두 새로운 전문가로 바꾸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강경지 기자 brigh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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