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이날 국방위 대변인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을 통해 비밀접촉을 폭로하며 "정치적 흉심을 위해 앞뒤가 다르고 너절하게 행동하는 이명박 역적패당과는 더 이상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선언은 이명박 정부 임기 내에 정상간 만남은 추진하지 않겠다는 완곡한 표현으로 풀이된다.
우리 또한 북한이 비밀접촉의 내용은 물론 접촉사실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남북간 불문율을 깨고 신의를 저버린 이상 다시 물밑접촉을 제안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북한 국방위 대변인 주장에 따르면 우리측은 비밀접촉에서 '북과 달라 이남은 복잡하다. 비밀접촉에서 오고간 이야기가 이남에 알려지면 좋지 않으니 꼭 비밀에 붙여달라'고 거듭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도 청와대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내년 서울에서 열리는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에 초청한다는 내용의 '베를린 제안'을 기자들에게 설명하면서 비밀접촉 사실을 언급했다며 "약속도 헌신짝처럼 버리는 불한당들"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접촉 사실을 비밀에 붙이자는 남북간 약속이 깨지면서 대화 분위기는 급속히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특히 비밀접촉에 임한 우리측 대표단이 돈 봉투까지 내밀며 남북대화를 요구하고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유감'이라도 표명해 달라며 자세를 낮추고 애걸했다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 황당해 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내 남북 정상회담이 아예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남북관계 개선 없이 6자회담이나 북미관계 개선이 이뤄지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기회를 보아 대화를 제의해올 가능성은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미관계가 개선되는 일련의 흐름 속에서 북한이 천안함·연평도 문제를 정면돌파하고자 비밀접촉 내용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사회에 남한의 '이중성'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지 완전히 문을 닫았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는 "위기가 기회일 수 있다"며 "이런 때일수록 통 크게 유연성을 갖고 인도적 지원과 민간교류를 확대하면서 비정치적 분야에서의 대화 분위기와 남북간 신뢰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정 기자 hj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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