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정 작가는 카프카의 소설에서 영감과 모티브를 얻어 그 형식을 차용했다고 말한다.
중산층 유대인으로 태어난 카프카는 자신의 몽상적인 내면생활을 기록해 온 소설가로 자신의 작품을 모두 불태워 달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으나 그 의도와는 다르게 그의 작품은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진다.
이현정 작가는 바로 이점을 공감하고 연민을 느낀다. 그녀의 작업은 글을 쓰는 행위가 외부와 소통을 시도하기보다는 내적으로 침잠하기 위함이었던 카프카의 글과 성격이 비슷하다. 또한 불확실성과 인간의 내면을 독창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도 일맥상통한다.
화면 안의 흐린 언어들은 뚜렷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는 않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으로 그 의미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작품 속 언어들이 허공으로 흩어지는 표현은 고정된 텍스트가 지워지는 과정에서 연상된 이미지이다. 흩어진 이미지들은 보는 이에게 감성 공유의 통로를 제공한다.
작품 속 그리기는 쓰기와 지우기를 통한 과정을 그대로 반영한다. 글을 쓰고 지우는 행위는 감수성의 표출과 창조로 이어지며 그 과정 자체로 의의가 있다. 또한 불완전한 글의 흔적과 이미지를 통해 감성을 표현하고 그것은 상호 다층적인 교감으로 확장된다.
마음 속 정서와 표현되는 언어를 둘러 싼 미묘한 감정들의 파편은 쓰고, 지우고, 흐리는 일련의 과정 반복을 통해 점차 균형을 잡아간다. 이것으로 작가는 규정지을 수 없는 감정들이 더욱 진정성 있게 드러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서울대학교 서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두 차례의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을 열었던 이현정 작가는 이번 ‘허공의 카프카 展’을 통해 언어가 가진 기호학적인 의미와 더불어 내면 감성을 드러내고자 한다. 또한 캔버스에 쓰고 지우는 행위로 자신의 무의식을 드러내어 작품을 보는 이와 감성을 공유하는 기회를 가지려 한다.
‘허공의 카프카 展’은 9월 5일부터 11일까지 7일간 갤러리 도스(Galley Dos)에서 열린다.
jun6182@ilyoseoul.co.kr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