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총리는 지난 2월22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에서 "감사원장으로 있을 때 저축은행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 감사에 들어갔더니 오만군데서 압력이 들어오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언이 보도돼 문제가 되자 그는 엿새 후인 2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감사원 감사에 대해 어떤 의미로든지 좀 완화해줬으면 좋겠다는 사실상의 여러가지 청탁 내지 로비는 있었다"고 밝혔다.
이후 이 발언은 그대로 묻히는 듯 했으나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긴급 체포된 뒤 저축은행 로비의 실체를 밝힐 수 있는 유력한 증언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김황식 국무총리가 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 만난 자리에서 감사원장 재직 당시 오만군데서 압력이 들어왔다고 말했다"며 "김 총리에게 압력과 청탁을 넣을 정도면 최소한 부총리급 이상이거나 힘을 가진 권력기관장급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대정부질문에서 김 총리에게 '오만군데'의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해 강도 높게 추궁할 예정이다.
총리실은 발언의 파문이 커지자 대정부 질문에서 적절하게 설명하기로 하고 답변의 수위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만군데'는 정치권, 또는 저축은행 관계자들, 금융감독원 정도로 추측되지만, 김 총리는 감사원에 청탁을 넣거나 외압을 가한 대상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총리실 관계자는 "정말 오만 군데에서 청탁이 있었던 것이 아니고, 당시 처음 금융감독원을 조사하자 감사원의 권한 행사가 너무 과한게 아니냐는 불만이 있어 이를 종합적으로 이야기 했던 것"이라며 "김 총리가 국회에서 이런 발언의 취지를 설명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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