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열의 광고비평] ‘빠름빠름’하며 모처럼 호평 받는 KT 징글(Jingle) 광고
[김재열의 광고비평] ‘빠름빠름’하며 모처럼 호평 받는 KT 징글(Jingle) 광고
  •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 입력 2012-08-28 11:31
  • 승인 2012.08.28 11:31
  • 호수 956
  • 4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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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담빠담(Padam Padam)’ 원곡 이미지 과도하게 비틀어

▲ KT LTE ‘빠름빠름빠름’ 광고시리즈 모음
우수 가득한 샹송은 프랑스 서민들의 삶과 사랑을 노래하지만 가사의 서정성과 아름다운 멜로디로 세계인들의 감성을 사로잡는 음악 장르이다. 그 중 샹송의 전설이라 일컫는 ‘에디트 삐아쁘(Edith Piaf)’가 부른 ‘빠담빠담(Padam Padam)’은 가슴이 ‘두근두근’한다는 여인의 설렘을 노래한 곡으로 국내의 올드 팬이나 음악 애호가들의 가슴 한 자락에 아련한 추억으로 간직되고 있다. 여인의 심장 박동소리는 곧 환희로 다가오는 사랑에 대한 신호가 아니던가.

최근 KT는 자사의 LTE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이 노래의 멜로디와 가사를 ‘빠름빠름'으로 편곡, 개사하여 TV광고 시리즈로 내보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KT LTE의 차별화된 특징은 가상화 기술인 CCC(Cloud Communication Center)를 기반으로 하는 ‘속도'다. 통화량이 많아 데이터가 몰려도 이를 분산시켜 통화 연결이 ‘빠르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KT의 LTE 출시와 함께 나온 첫 광고는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주인공 다스베이더(Darth Vader)였다. 순간 이동을 표현하기 위해 휙 사라졌다가 갑자기 나타나는 시꺼먼 옷의 이 캐릭터는 눈길을 끌기는 했지만 비호감도 그만큼 컸었다. 그런데 이번에 KT LTE의 새로운 광고 시리즈의 호감도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 달 한국CM전략연구소가 조사한 지난 달 7월의 CM(Commercial Message)월간동향에서 KT의 시리즈 광고 중 ‘아빠와 택배’편이 해당 광고에 호감을 갖고 상기하는 비율인 MRP(Mind Rating Point)가 12.24로 가장 높게 나타나는 등 다른 기관의 조사도 유사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중순 경부터 2개월 간 이 광고는 ‘런던올림픽' 등 16편을 쏟아냈다.

이 광고는 속도를 나타내기 위해 광고 속 그림의 일부분을 번지게 하는 효과인 ‘모션 블러(Motion Blur)’기법까지 동원했다. 여기에 요즘 젊은 층에 인기를 끌고 있는 ‘버스커버스커’ 그룹 멤버로 미대를 졸업한 가수 장범준이 ‘빠름 송’의 노래를 불렀음은 물론 직접 광고 속의 손바닥 그림인 독특한 일러스트(Illustration : 삽화)까지 그렸다하여 화제를 모았다.

그 중에서도 이 광고가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는 가장 큰 요인은 ‘빠름빠름’하는 중독성 있는 징글(Jingle)의 사용이 아닌가 싶다. 광고에서의 징글은 짧은 멜로디나 효과음 등을 반복적으로 들려줌으로써 보다 쉽게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수단인 CM(Commercial Message Song)을 뜻한다. 예컨대 농심 새우깡의 ‘손이 가요 손이 가…’, ‘짜라짜라짜짜 짜~파게티’ 등의 사례를 들 수 있다. 광고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것은 정보 전달 면에서 사람들은 그림이나 이미지 등의 비주얼(Visual)적인 것보다도 음악적 매개에 더 예민하다는 연구들이 뒷받침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이나 이미지는 한번 스쳐 지나가면 그만이지만 귓속 깊이파고든 음악은 그 잔향이 그림이나 이미지보다 훨씬 더 오래간다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특히 징글 광고 속 음악은 멜로디(Melody)·리듬(Rhythm)·운율(Rhyme)·반복(Repetition) 등의 요소들이 간결하고 재미나는 가사와 함께 어우러져 전달됨으로써 광고의 개념을 보다 쉽고 빨리 이해시키며 제품에 대한 기억을 높이게 된다. KT의 ‘빠름 송’ 광고 MRP가 높게 나타나고 있는 점도 징글의 이 같은 의도를 잘 살렸기 때문일 것이다.

▲ KT경쟁사 SK LTE ‘done' 광고

그러나 광고음악이 광고 메시지 기억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된 연구들을 살펴보면 광고음악이 광고메시지 기억을 촉진시킨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에 한편으론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연구는 물론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다는 결과 등으로 엇갈리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KT 광고 효과를 기억만으로 평가할 때는 MRP가 높게 나타나지만 실질적인 이익이 되는 판매효과로 연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과 맥락을 같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의 배경에는 음악 자체의 특성으로 설명된다. 즉 음악은 소리의 크기, 다양성, 음의 변화와 같은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정보 부하(Information Load)로 인해 음악 자체가 인지적(認知的) 자원을 소모하기 때문에 광고 정보를 처리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KT의 광고는 여성 키의 원곡 ‘빠담빠담’을 남성 키 장범준의 ‘빠름빠름’으로 편곡 된 것이 비교되면서 음악 자체가 인지적 자원을 스스로 소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운 것이다. 특히 장범준의 음이 ‘가슴이 두근두근’한다는 은근하고 호소력 짙은 선율 이미지의 ‘빠담빠담’에 대한 아련한 추억 같은 감성을 뭉개버리면서 묘하게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점은 오히려 역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우려다. 특히 과다한 징글은 노이즈마케팅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또한 이 기법은 새우깡 같은 스낵이나 비누, 두통약 등 구매행위의 중요도가 낮은 저가 제품에 더 적합하지 KT의 LTE 같은 고가품의 고 관여 브랜드엔 부적합 할 수 있다. LTE는 ‘빠름’ 하나만으로 쉽게 구매 동기를 유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광고에서의 징글은 ‘브랜드의 확장된 음악적 슬로건'이기도 하다. 국내 광고 중 대표적인 징글은 종근당의 종소리였다. 이 광고는 TV화면을 보지 않고 종소리만 들어도 종근당 광고인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인지도가 높았다. 브랜드의 음악적 슬로건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딩딩딩’이라는 경쾌한 징글로 익숙한 인텔 인사이드 또한 비슷한 사례이다.

KT의 LTE 서비스가 여러 가지 사정 상 늦어지면서 시장 점유율이 좀 떨어지긴 했다. 이러한 속앓이 때문에 ‘빠름송’ 이전의 광고마저 허둥대는 듯이 보였지만 지금은 모처럼 만에 호평 받는 광고를 하고 있다. 하지만 KT는 국민 통신 기업 이미지에 걸맞게 차제에 인텔이나 종근당의 징글처럼 음악적 슬로건을 통한 브랜드 관리를 모색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  IMI (Issue Management Inc.)대표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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