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강길홍 기자] 구자홍 LS그룹 회장이 해운업 진출을 시도하면서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였다. LS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LS니꼬동제련(회장 구자명)이 설립한 자회사 CS라인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LS니꼬동제련은 지난 4월 현대미포조선에 벌크선 1척을 발주했고, 지난 3일 CS라인에 80억 원을 출자하면서 출자목적에 대해 해상물류사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향후 LS그룹이 CS라인에 그룹 내 운송 물량을 몰아줄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특히 LS그룹의 일감몰아주기가 향후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LS니꼬동제련, 자회사로 해운사 설립하고 선박 수주
그룹 내 물류 전담 가능성 높아…경영권 승계에 관심

LS그룹의 비철금속 업체인 LS니꼬동제련의 해운업 진출이 가시화 되고 있다. LS니꼬동제련은 지난 3월 자본금 80억 원을 출자해 CS라인을 설립하고, 4월에는 현대미포조선에 동정광과 황산을 같이 운송할 수 있는 3800만DWT급 핸디사이즈 다목적벌크선 1척을 발주했다. 가격은 2500만~3000만 달러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내년 9월 인도될 예정이다. LS니꼬동제련이 선박 발주는 이번이 처음이다.
LS니꼬동제련은 연간 180만톤 규모의 동정광을 칠레·호주 등에서 수입하고 있고, 울산 제련소에서 수입한 동정광을 정제해 구리와 황산을 생산하고 있다. LS니꼬동제련은 선박을 인도하면 칠레로부터 수입하는 동정광 운송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LS니꼬동제련이 인도한 선박을 운영할 회사가 바로 CS라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S니꼬동제련은 지난 3일 CS라인에 80억 원을 추가로 출자했다. CS라인의 자본금은 160억 원으로 늘어났고, LS니꼬동제련이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LS니꼬동제련은 CS라인에 대한 출자가 해상물류사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LS니꼬동제련 측은 CS라인을 통해 내부 물량 운송을 전담케 하는 것이 제련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LS그룹이 해운업 진출을 목표로 자체 물류를 시작한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CS라인 설립으로 해운업 첫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향후 LS그룹이 본격적으로 해운업에 뛰어들면서 그룹내 운송 물량을 몰아주고, 본격적인 해운업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CS라인이 선박 1척을 운영하는 것으로는 실익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해운업계는 선박 1척을 운영하기 위해 자가 선박을 이용하는 것은 오히려 물류비용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박 1척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면서 비용을 얼마나 절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최근 해운업계의 시황이 좋지 않아 운임이 낮아졌기 때문에 기존 해운사를 이용하는 것이 오히려 비용절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LS의 해운사 설립이 사업 확대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작됐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해운업계도 규모의 경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선박 1척으로 해운사를 운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 투자비용을 비롯해서 회사를 운영하는 관리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선박 1척으로 물류비용을 낮추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며 “LS그룹의 본격적인 해운업 진출을 고려하지 않고 LS니꼬동제련의 자체 물량 운송만을 위해 해운회사를 설립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물류비용 오히려 높아질 수도
결국 CS라인의 해운업 성공 여부는 그룹 내 일감몰아주기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LS그룹이 초기 투자비용과 회사 운영비용을 고려해서라도 자연스럽게 그룹내 물량을 CS라인에 몰아줄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일감 수주에까지 나서 본격적인 해운사로 키워나갈 가능성도 엿보인다.
특히 LS그룹의 또다른 계열사도 이미 선박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 기업인 E1은 LNG운반선을 보유하고 있다. E1은 보유 중인 LNG운반선으로 KSS해운과 2016년 5월까지 LPG 운송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E1은 이 계약이 만료되면 선박을 인수해 자체물량을 소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추가 선박을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1이 선박 운영을 CS라인에게 맡길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CS라인이 그룹내 물량을 소화하면서 커나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이와 함께 또다른 계열사인 LS산전, LS전선 등의 운송 물량까지 CS라인이 담당할 가능성도 있다.
LS그룹이 그룹내 물류를 CS라인에 몰아준다면 현대차그룹의 글로비스와 비슷한 길을 가게될 가능성도 높다. 글로비스는 현대차 물류를 바탕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또한 정의선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수단으로 활용된 기업이기도 하다. LS그룹은 지난해부터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계열사 파운텍의 지분을 오너家가 집중적으로 증여·매입하면서 경영승계 작업이 시작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CS라인이 글로비스와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LS그룹은 모든 의혹을 일축하고 있다. LS니꼬동제련 관계자는 “현재 해운업의 시황이 안좋은 건 맞지만 활황일 때는 배를 잡기도 힘들다”며 “이 때문에 안정적으로 자체 물량만 소화하기 위해 해운사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운사를 설립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해운업에 진출한다는 우려는 있을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전혀 계획이 없다”며 “현재 수주한 선박이 그룹내 모든 물류를 처리할 수 있는 선박도 아니기 때문에 일감몰아주기라는 주장도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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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홍 기자 sliz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