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청계재단’, 장학금보다 이자액에 ‘골머리’
‘수상한 청계재단’, 장학금보다 이자액에 ‘골머리’
  • 정찬대 기자
  • 입력 2012-08-27 16:05
  • 승인 2012.08.27 16:05
  • 호수 956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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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갚는 돈’이 장학금보다 많은 MB 청계재단

▲ 이명박 대통령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부동산 등 사재 330여억 원을 기증해 설립한 청계장학재단이 장학금보다 이 대통령의 대출이자를 갚는 데 더 많은 돈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은 2007년 대선공약으로 자신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고, 시간이 지나면서 시민사회단체로부터 공약 이행의 압박을 받기도 했다. 대통령 취임 후 1년 반 만인 지난 2009년 8월 청계재단을 설립, 당시 청와대는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이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그러나 당초 취지가 무색하게 재단이 운영되면서 재단 설립의 진정성에도 의심을 받고 있다.

지난 22일 통합진보당 정진후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에 의뢰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계재단의 매년 수익금은 13억 원 가량이며, 이 가운데 이 대통령 대출금 이자로 2억 원이 넘는 돈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대출 이자를 갚는 돈이 장학금보다 많다는 것. 여기에 인건비를 포함한 재단 운용비도 장학금보다 더 많은 액수를 차지하고 있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1년 재단 지출내역 살펴보니

청계장학재단은 330억 원 규모의 부동산 임대·관리비 매출로 2011년 한해만 13억 4974만원의 수익을 올렸지만, 장학금 지급액으로 불과 2억 7865만원을 기부한 게 전부다. 이는 전체 수익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특히 이 대통령 빚을 변제하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받은 50억 원에 대한 이자비용으로 장학금보다 더 많은 2억 7950만원이 지출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민적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9년 8월 자신이 소유했던 서울 서초구 소재 빌딩 세 채를 출연해 청계재단을 설립했다.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대선공약을 지킨 것이다. 그러나 그는 2007년 대선 당시 천신일 전 세중나모 회장에게서 36억 원을 빌린 뒤 2008년 자신의 건물을 담보로 이를 갚았고, 청계재단에 이 건물을 기부하면서 은행 빚까지 함께 떠넘겼다.

이후 청계재단은 50억 원을 은행에서 대출받아 이 대통령의 빚을 변제했고, 그 이자비용으로 지난해만 2억 7950만원을 지출한 것이다. 결국 재단 수입 상당부분이 이 대통령의 대출금 이자를 갚는데 쓰이면서 재단이 사금고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통합당 김현 대변인은 22일 논평에서 “무엇을 위해 만든 재단인지 수상하다”며 “청계재단이 장학사업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재산관리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 스스로 기부를 결정했고 국민은 진정성을 기대했지만 돌아가는 사정을 보면서 속은 느낌”이라며 “혹시라도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우롱한 것이라면 응당 그에 부합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0년 재단 운용실태는?

청계재단의 2010년도 전체 수익은 12억 1677만원. 이 중 장학금으로는 3억 1915만원을 기부했다. 항목별로 보면 재단 설립 당시 납부하지 않고 미룬 양도소득세 6억1792만 원을 포함해 관리비 명목으로 11억 원 가량이 지출됐으며, 이 대통령 대출금 이자비용으로 2억 6372만원이 나갔다. 또한 인건비는 2억 원을 차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사위 조현범씨가 사장으로 있는 한국타이어에서 2010년, 2011년 각각 3억 원 을 재단에 기부해 2년간 전체 장학금 지출 내역은 11억 9780만원을 기록하고 있지만 한국타이어의 기부금을 제외하면 결국 재단 장학금으로 순수 지출된 금액은 6억 원이 채 되지 않는다.

청계재단의 2011년 수익은 2010년보다 늘었다. 그럼에도 장학금으로 지출된 돈은 전년보다 줄었으며, 수혜를 받는 학생 수도 447명에서 408명으로 감축됐다. 이에 대해 청계재단 측은 “지난해 장학금 수혜 학생이 줄어든 것은 고등학교 졸업 등으로 지원 대상이 줄었지만 장학생 충원을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청계재단의 총 자산은 이 대통령이 출연한 건물 세 채와 지난해 이 대통령의 처남 권모씨가 기부한 100억 원 상당의 ㈜다스 주식을 포함해 모두 430억 원에 달한다. 자산 규모와 재단 운영비에 비해 현재 지출되는 3억 원 미만의 장학금은 참으로 초라한 모습이다.

정진후 통합진보당 의원은 지난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청계재단은 매년 11억 원 이상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해 그 금액의 대부분을 장학사업에 쓰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2011년 청계재단의 총 자산은 430억원”이라며 “다른 재단에 비해 자산규모에서 여유가 있는 재단이므로 일부 부동산 등 소유자산 처분으로 장학사업을 확대할 수 있으나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청계재단이 이 대통령의 채무 변제용 이자를 갚느라 장학금을 축소한데 대해 “기본자산 처분 등을 통해 다음달 21일까지 은행 채무를 상환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재단 측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자산 처분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인사로 채워진 MB재단... 안철수재단과의 차이는?

청계재단의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최근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따라 기부활동을 자제키로 한 안철수재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관위는 안철수 원장을 대선 입후보 예정자로 분류, 그의 이름을 딴 안철수재단의 기부활동이 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재단 측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활동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선관위의 제동에 따라 실질적인 기부활동은 대선 이후에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안 원장은 지난 2월 자신의 안철수연구소 주식 절반을 기부해 안철수재단을 설립했다. 출연기금만 1500억 원으로 사회적으로 상당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안 원장은 재단설립 전 재단 운영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해 공익재단의 선구적 역할을 해온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를 직접 만나는 등 재단 설립에 강한 열망을 보이기도 했다.

안 원장은 재단 이사장으로 여성운동계 대모인 박영숙 전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을 선임했다. 시민사회 원로이자 여성운동의 대모로 불리는 박 이사장의 내정은 재단의 성격을 잘 말해주고 있다. 여기에 윤정숙 전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고성천 삼일회계법인 부대표, 김영 사이넥스 대표(전 주한 미대사관 선임상무관), 윤연수 카이스트 교수 등이 이사진에 참여, 공익재단의 대표인사와 전문가들이 재단을 함께 꾸려가고 있다.

반면, 청계재단은 공익재단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이 대통령 측근들로 채워졌다. 이 대통령의 고려대 동기이자 후원회장을 지낸 송정호 전 법무장관이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절친한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도 이사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도 김도연 전 교과부장관, 박미석 전 청와대 수석, 이상주 변호사 등 측근들이 이사진에 대거 포함돼 있다. 특히 이 변호사의 경우 대통령의 큰사위로 알려지면서 편법 증여에 대한 의혹이 일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2009년 8월 청계재단 설립 당시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사회를 위해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꽤 오래전부터였다”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재단 구성원의 면면과 그간의 기부활동에서 이 대통령이 주장한 재단 설립에 대한 진정성은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운영 실태에 국민적 눈총은 더욱 따가워지고 있다.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은 지난해부터 청계재단이 상속세 등 각종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위장 기부재단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국회 교과위 간사를 맡았던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 “청계재단이 이 대통령의 기부정신을 살리기 위해서는 관련 재산을 전액 매각해 다른 장학재단에 기부하거나, 임원을 지인이나 친인척이 아닌 전문가로 영입해 실질적인 장학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바 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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