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 ‘내조의 여왕’은 누구
민주당 경선 ‘내조의 여왕’은 누구
  • 정찬대 기자
  • 입력 2012-08-27 15:56
  • 승인 2012.08.27 15:56
  • 호수 956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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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 없는 전쟁’... 내조경쟁 ‘불’ 붙다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민주통합당 첫 지역 순회경선이 지난 25일 제주를 시작으로 막이 올랐다.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순회경선이 본격화되면서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후보 등 각 주자들의 내조경쟁도 한층 가열되고 있다.

후보자 못지않은 일정으로 ‘남편 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부인들은 남편의 단점을 보완하고 인간적인 면을 좀 더 부각시킴으로써 자상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은 물론 자칫 남편이 놓치거나 둘러보지 못한 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유권자와의 접촉면을 늘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컷오프 이후 ‘총성 없는 전쟁’에 뛰어든 후보 부인들은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해가며 책 발간, 인터뷰, 공식일정 참석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남편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고 있다.

‘유쾌한 정숙씨’ 文부인... ‘우렁이 각시’ 孫부인... ‘억척 살림꾼’ 金부인

민주통합당 ‘내조의 여왕’이 뜨고 있다. 오랫동안 남편의 정치적 동지로 살아온 그들은 최근 경선이 진행되면서 후보자의 단점 보완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커졌음을 실감하듯 과거 공식 일정을 함께하는 전통적 내조에서 한발 나아가 개성 있고 과감한 행보를 통해 ‘남편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선이 가까워지면 후보만큼이나 부인들의 역할도 막중해진다. 유권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진솔한 부분을 드러냄으로써 자칫 딱딱할 수 있는 후보자의 이미지를 보완하는 것은 물론 후보자가 미치지 못한 영역을 부인이 손수 챙김으로써 그의 분신 역할을 함께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너무 튀거나 소극적이어선 안 된다. 유권자들은 내조하는 모습을 보면서 후보자는 물론 영부인감으로써 이들의 평가도 함께 내리기 때문이다.

청와대 안주인 자리를 향한 이들의 소리 없는 전쟁은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되고 있다. 문재인 후보의 부인 김정숙 씨는 케이블방송에 출연하는 등 대중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손학규 후보의 부인 이윤영 씨는 ‘우렁이 각시’라는 별칭답게 외유내강의 모습으로 남편을 뒷바라지 하고 있다. 김두관 후보의 부인 채정자 씨는 김 후보가 챙기지 못한 일정을 직접 소화하며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다.

▲ 문재인 후보와 아내 김정숙씨 <뉴시스>

대중적 친밀감, 문재인 부인 김정숙씨

“마치 정치인 같다. 대중 앞에 나서길 두려워하지 않는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힘으로 흡입력까지 갖췄다”

문재인 캠프의 이목희 공동선대본부장은 지난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후보의 부인 김정숙 씨를 이렇게 평가했다. 활발한 성격과 대중과의 스킨십에 스스럼없는 그가 다소 진지하고 딱딱한 이미지의 문 후보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데 적잖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대선경선에서 각 후보들 못지않게 주목받고 있는 김씨는 활발한 방송출연으로 ‘귀요미’, ‘유쾌한 정숙씨’ 등의 별칭이 붙었다. 지난 1월 SBS ‘힐링캠프’에 문 후보와 함께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12일에는 케이블방송의 한 토크쇼에서 출연, 문 후보를 ‘재인씨’라 부르며 입담을 과시했다. 또한 지난 17일에는 문 후보와 함께 한 방송 시사프로그램에 동반 출연해 진솔한 얘기를 나누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씨는 성악을 전공하던 경희대 음대 1학년 시절, 법대 3학년이던 문 후보를 만나 캠퍼스 커플이 됐다. 유신시절 함께 시위를 다녔고, 7년여 열애 끝에 결혼에 성공했다. 지난해 8월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앞에서 열린 봉화음악회에서 ‘청산에 살리라’를 독창해 과거 서울시립합창단 경력을 뽐내기도 했다.

현재 가장 활발한 외조를 보이고 있는 김씨는 잇따라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다. 아울러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한 동영상 ‘문재인 스타일’을 함께 찍어 춤을 추는 등 망가지는 모습도 서슴없이 보여주고 있다. 젊은층과 소통을 위해 권위의 벽을 스스로 허문 것이다.

김씨는 또 대선 예비후보의 아내로는 이례적으로 책을 출간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김씨의 저서 <정숙씨, 세상과 바람나다>는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를 비롯해 방송인 김제동, 가수 이은미 등 대표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과의 진솔한 대화를 담은 인터뷰집이다.

김씨는 26일 저자와의 대화를 시작으로 다음달 11일까지 서울과 부산에서 3차례 북 콘서트를 가질 예정이다. 이번 경선을 통해 ‘인기인’으로 거듭난 김씨가 대중과의 접촉면을 늘리며 문 후보 알리기에 적극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씨는 민주통합당 예비경선 컷오프 직후인 지난 2일 1박2일 일정으로 광주·전남을 방문, 지지자들과의 호프타임, 광주여성단체협의회 간담회, 문화예술·시민단체 대표 조찬간담회 등 14개 일정을 소화하며 살인적인 일정을 진행했다.

▲ 손학규 후보와 아내 이윤영씨 <뉴시스>

‘외유내강’ 스타일, 손학규 부인 이윤영씨

손학규 후보의 부인 이윤영 씨는 ‘외유내강’ 스타일이다. 손 후보가 민주화운동으로 오랜 기간 수배생활을 했던 터라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그는 과묵하면서도 묵묵한 내조 스타일을 보이고 있다.

이화여대 약대 출신인 이씨는 손 후보가 민주화운동으로 수배생활을 하고 이후 군복무를 마칠 때까지 7년 여 동안을 그를 지지하며 따랐다. 결혼 뒤 약국을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간 그는 남편의 든든한 정치적 후원자이며 동반자였다. 아울러 강원도 칩거생활을 함께 한 ‘잉꼬부부’이기도 하다.

남편의 수배생활로 가장 역할까지 해야 했던 이씨는 경찰 추적으로 신혼 초 남편 얼굴조차 보기 힘들었다. 경찰을 따돌리고 어린이대공원에서 남몰래 남편을 만나기도 했으며, 딸과 함께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 전신)에 잡혀가 취조를 당하기도 했다.

그는 대중 앞에 나서지 않은 채 손 후보를 묵묵히 지원해 왔다. 이 때문에 ‘우렁이 각시’라는 별칭도 따라 붙었다. 그러나 최근 이씨의 바깥출입이 잦아지면서 남편과 함께 공식일정을 소화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현재 손 후보의 인간적이고 서민적인 면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23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자신의 남편이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점에 대해 “그게 지워지려면 참 오랜 세월이 흘러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것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해 아내로서의 애틋한 심경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씨는 지난달 5일 서울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저녁이 있는 삶’ 출판기념회에서 손 후보와 나란히 모습을 드러낸 후 공식일정을 함께하고 있다. 손 후보는 특히 이날 출판기념회에서 연애시절 당시 읊어주던 시를 낭송해 자상한 남편의 모습을 보여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손 후보의 아내는 지난달 25일 광주합동연설회, 26일 부산합동연설회, 27일 대전과 28일 서울합동연설회에 참석해 남편에게 큰 힘을 보탰으며, 지난 12일에는 강원 화천에서 열린 이외수 문학관 개관식에 참석했다.

약사인 이씨는 손 후보의 건강을 챙기는 것은 물론 빼곡한 지역 일정도 마다하지 않는다. 현장 곳곳을 누비며 유권자들과 스킨십을 강화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한 여성지 인터뷰에 응하는 등 대외적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 김두관 후보와 아내 채정자씨 <뉴시스>

‘내조의 베터랑’, 김두관 부인 채정자씨

김두관 후보의 부인 채정자 씨는 내조에 이골이 난 사람이다. 10년 연애 끝에 1987년 결혼해 그해 이장 선거 때부터 김 후보를 도왔다. 넉넉지 않은 살림으로 늘 그를 지지하며 지원했다.

채씨는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뼈다귀해장국집을 직접 운영하며 김 후보가 남해군수가 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장부터 시작해 지사직까지 오른 김 후보 못지않게 온갖 고생을 겪다보니 이제는 ‘내조의 베터랑’이라는 말까지 듣고 있다.

김 후보가 이번 대선에 출마한다고 했을 때 채씨는 이를 한사코 말렸다. 험한 길을 가려는 남편을 보며 눈물짓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어느 누구보다 그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사실 채씨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아내이자 어머니의 표상이다.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간호사 꿈을 접은 게 가장 안타깝다는 그는 해장국집과 양품점 등을 운영하며 남편과 자식들을 뒷바라지 해왔다. 이 때문에 ‘억척 살림꾼’이라는 별칭도 붙었다.

‘이장에서 대통령까지’를 꿈꾸는 김 후보 만큼이나 이들 부부의 러브스토리에도 사연이 많다. 채씨는 고교 1학년 때 사촌의 소개로 두 살 위인 김 후보를 만났고, 이후 이웃집 오빠, 동생 사이로 10년을 지낸 끝에 결국 부부의 연을 맺었다.

지난달 8일 김 후보가 해남 땅끝마을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할 당시 채씨는 그 옆을 지켰고 이후 그의 광폭행보는 본격화됐다. 남편이 놓친 일정을 직접 챙기는 열성을 보이며 ‘동해 번쩍, 서해 번쩍’ 지방 일정도 척척 소화해내고 있다.

광주전남 방문에 이어 지난 9일에는 김해지역 당직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또 15일에는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숙소를 찾았으며 다음날엔 충북을 방문했다. 17일 고(故) 장준하 선생 서거 37주기 추모식에 참석한가 하면 18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 3주기 식장에 김 후보 대신 홀로 참석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22일 울산과 23일 부산방문에 이어 오는 27일에는 전주-익산-군산-정읍 등을 돌며 전북지역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채씨는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 당시 암 판정을 받은 와중에도 묵묵히 김두관 당시 경남도지사 후보의 선거유세를 강행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남편에게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은 채 선거는 물론 취임식까지 모두 치른 뒤에야 비로소 치료를 받은 사실은 지금도 회자된다.

▲ 정세균 후보와 아내 최혜경씨 <뉴시스>

정세균 후보의 부인 최혜경 씨는 유력 정치인의 부인들 중 가장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선정국에 접어들었음에도 그는 여타 부인들과 달리 공식적인 외부활동을 최소화하며 자녀교육과 집안일 등에 전념하고 있다. 이화여대 영문학과 재학시절 미팅을 통해 처음 정 후보를 만난 최씨는 현재 공식 활동은 자체한 채 조용히 지역인사들만 만나거나 봉사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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