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한 전 총리 동생이 사용한 1억원 수표가 건설업자 계열사 명의로 발행된 사실을 확인, 이 돈이 한 전 총리에게 간 불법 정치자금 9억원 중 일부라고 의심해 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우진) 심리로 30일 열린 한 전 총리 공판에서 김씨는 증인으로 출석해 "이 사건 수사 착수 후에도 동생한테 1억원 빌려줬단 내용을 한 전 총리에게 말하지 않았다"며 "개인 거래라 말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고 한 전 총리와 연관지을 일도 없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다만 "내가 건설업자로부터 빌린 3억원에 대해서는 '대여한 건 맞지만 2억원은 이미 갚았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 적 있다"며 "지난해 4월초 언론을 통해 관련 내용이 알려졌기 때문에 말했을 뿐 보도가 안났다면 안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1억원 수표 사용을 한 전 총리에게 말했는지 묻는 검찰 질문에 "(증언하는게 옳은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며 줄곧 진술을 거부했다. 그는 세 차례에 걸쳐 재판을 중단하고 별도로 변호인의 조언을 구한 끝에 이같이 답변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변호인과 검찰 사이에 증거확보와 수집의 범위를 놓고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공소 제기 이후에도 의무기록이나 통신사 가입정보, 심지어 피자주문 내역까지 개인정보를 계속해서 수집하는 등 수사를 일상화하고 있다"며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해달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검찰은 "한 전 총리와 여동생, 김씨 모두 검찰 수사에 불응해 부득이 증인신문 전후로 증거수집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주장을 들은 후 "향후 법원을 통해 증거를 수집하고 제3기관을 통해 받은 자료들은 변호인단과 함께 공유하라"고 조율했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3월부터 9월동안 3차례에 걸쳐 H건설업체 대표 한모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지난해 7월 불구속 기소됐다.
김씨는 2007년 2월부터 11월까지 한씨로부터 대통령 후보 경선 지원 등의 명목으로 9500만원을 받고 버스와 승용차, 신용카드 등도 무상제공 받아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씨는 지난해 12월 법정에서 기존 진술을 뒤집어 "한 전 총리에게 어떤 정치자금도 주지 않았다"며 "9억원 중 3억원은 김씨에게 빌려줬고 6억원은 사업상 내가 사용했다"고 번복한 바 있다.
박유영 기자 shi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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