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궐선거 참패와 함께 시작된 이 혼돈은 내년 총·대선을 앞두고 저마다 소규모로 분파되는 의원들의 행보로 이어지고 있다.
◇ 現 지도부, 마찰음 속 '외길'
재보선 참패가 주류의 책임론으로 이어지면서 비주류로 분류됐던 황우여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신주류'라는 말까지 나오면서 황 원내대표에게 이목이 집중됐으나 현재 현 지도부는 각종 이슈로 당내 마찰음을 내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소장파와 친박계의 지지를 받고 선출된 황 원내대표는 첫 일성에 감세 철회 카드를 빼들었다. 그러나 이후 "법인세는 감세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당내 감세 논란을 키웠다.
이후 황 원내대표는 대학등록금 인하 방안을 제시하면서 '반값 등록금'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지만 당내에서는 찬반의견이 분분하다. 여권 내부로부터도 "포퓰리즘", "덜 익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B학점 이상'일 경우에만 혜택을 준다는 한나라당 정책위의 입장에 대해서는 비난 여론도 만만치 않다.
뒤이어 제시한 재개발·재건축 지역 분양가 상한제 폐지 문제 역시 "상한제만 폐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前 지도부, 잠행 속 조기 전대 '저울질'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한 전 지도부들 중 몇몇은 다음 조기 전당대회에서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전당대회를 앞두고 저마다 물밑 작업을 진행중이다.
재보선 이후 결성된 당내 소장파 의원들의 모임 '새로운 한나라'의 좌장격으로 활동하는 정두언 전 최고위원은 전대 출마가 전망됐었으나, 정 전 최고위원이 재보선 책임을 지고 전대 불출마를 선언, 최고위원들 중 함께 전대 출마가 거론됐던 나경원 전 최고위원까지 나오기 어렵게 됐다.
그러나 지난 전대에서 2위를 하면서 차기 전대 도전이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는 홍준표 전 최고위원은 물론, 김무성 전 원내대표도 최근 의원들간의 교류가 부쩍 잦아졌다는 이야기들이 들려오고 있다.
소장파이지만 4선의 중진 의원인 남경필 의원도 전대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재보선 패배 이후 즐겨하던 트위터도 하지 않은 채 잠행 중인 원희룡 전 사무총장도 최근까지 전대 출마 의사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 저마다 모임 결성하는 의원들
재보선 이후 당내에는 각종 의원들의 신생 모임 결성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일에는 당내 소장파 의원들이 주축이 된 '새로운 한나라'라는 모임이 결성됐으며 이후 꾸준한 의원들의 가입으로 현재 구성원은 40여명에 이른다.
당의 쇄신을 기치로 내걸고 모인 이들은 당대표 권한대행 문제로 논란이 됐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대해 강력한 자신들의 요구를 주장, 관철시켰으며 이후 당헌당규 개정 등과 관련해서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을 두고 '신주류'라며 향후 행보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친이계 의원들로 결성된 '한나라당 민생토론방'도 지난 17일 모여 향후 전당대회 경선 룰과 내년 총·대선에 대비한 민심이반 대책 등에 대한 꾸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소장파 의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황 원내대표가 '등록금 인하 방안'을 제기한 것과 관련, 당내 충분한 논의가 없었고 내년 총선을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으로 오해될 수 있다며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무조건적인 비판보다는 당의 정체성을 되찾아야 한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
재보선 이후 위기감을 느낀 한나라당은 쇄신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그 방법론과 대상을 놓고는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이같은 혼돈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은미 기자 ke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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