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고동석 기자] 헌법재판소는 지난 23일 낙태 시술한 조산사, 산부인과 의사 등을 징역에 처하도록 한 형법 조항에 대해 재판관 4(위헌) 대 4(합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이날 낙태시술을 2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형법 270조 1항과 관련해 낙태 시술한 조산사 송모씨가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사건과 관련해 이같이 판결했다.
이로써 헌재의 결정으로 현행 형법에 규정된 낙태 시술에 대한 처벌 기조가 그대로 유지되게 됐다.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조산원을 운영하던 송씨는 2010년 원치 않는 임신을 했다며 태아를 낙태시켜 달라는 김모씨의 부탁을 받고 임신 6주인 태아의 낙태 시술을 했다. 그러나 낙태 시술 당시 동행했던 김씨의 애인 박모씨로부터 고소를 당해 부산지법에서 재판을 받게 되자 위헌제청 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임산부가 낙태하는 것 자체를 처벌하는 자기낙태죄와 관련해 낙태를 처벌하지 않거나 형벌보다 가벼운 제재를 가하게 된다면 현재보다도 훨씬 더 낙태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며 "자기낙태죄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낙태가 대부분 의료업무종사자를 통해 이뤄지는데 태아의 생명을 박탈하는 시술을 한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면서 “경미한 벌금형은 낙태시술의 기능이나 약품 등을 알고 있는 것을 남용해 영리행위를 추구하는 조산사에 대해 위하력(범죄 억제력)을 가지기 어려운 만큼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도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헌재 관계자는 “이번 사건 심판대상은 조산사에 관한 부분이지만 형법에서는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등이 낙태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나와 있는 만큼 의사 등에도 같은 취지의 결정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위헌 의견을 낸 이강국,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통해 “적어도 임신 초기에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낙태를 허용해 줄 필요성이 있다. 자기낙태죄 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들 재판관은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부의 임신 초기 낙태까지 일률적으로 처벌한다는 점에서 위헌이므로 임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 시술을 한 조산사를 처벌하는 법률 조항도 이 범위 내에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고동석 기자 kd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