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열의 광고비평] 드라마 스토리라인(Storyline) 급습한 ‘지미 추(Jimmy choo)’ PPL광고
[김재열의 광고비평] 드라마 스토리라인(Storyline) 급습한 ‘지미 추(Jimmy choo)’ PPL광고
  •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 입력 2012-08-21 14:34
  • 승인 2012.08.21 14:34
  • 호수 955
  • 4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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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슈즈로 여성 구매욕구 닥치고 자극하지만 값싼 마케팅 속살만 보여

▲ ‘신사의 품격’속 지미추(Jimmy Choo)' 슈즈
PPL(Product Placement)은 드라마나 영화에 상품이나 브랜드를 등장시켜 이를 보는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이미지를 심는 간접광고다. 일상의 틈을 은근하게 파고드는 기법이다. 종전에는 제품이나 기업의 로고를 모자이크 처리했지만 2010년 1월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런 규제를 풀자 PPL은 요즘 TV를 통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상품 표시의 노출시간은 해당 프로그램 시간의 100분의 5를, 크기는 화면의 4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다.

그런데 요즘 드라마 속 PPL은 지나치게 노골적이고 기습적이며 당당하지를 못 하다는 느낌을 준다. 최근 SBS의 종영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김도진(장동건 분)은 서이수(김하늘 분)에게 ‘지미추(Jimmy Choo)'슈즈를 선물한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탐욕스러운 현대인들의 물질 만능주의의 표상인 명품에 대한 허황된 환상을 부추겼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앤드레아삭스(앤 해서웨이 분)’를 완벽한 ‘명품녀’로 변신시켰던 바로 그 브랜드다. ‘지미추를 신는 순간 이미 넌 영혼을 악마에 판 거야!’라는 대사로 더욱 유명해졌다. 하이힐은 여성의 자존심에 자주 비유된다. 10㎝가 넘는 뒤 굽 높이는 여성의 각선미를 한껏 돋보이게 해준다. 여성들의 이런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며 아찔한 힐과 화려한 디자인 그리고 높은 가격을 뽐내는 슈즈가 ‘지미추’다.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전 세계 소녀들에게 신데렐라 판타지를 심어주며 신은 슈즈였으며 헐리웃 스타들의 일상에서도 레드 카펫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섹시하고 우아한 하이엔드(Highend) 슈즈의 대명사다.

‘신품’에선 마치 이 드라마와 콜라보레이션(협업 : Collaboration)을 하는 척하며 대중 속으로 과감히 엄습해 들어왔다. 그러면서 거리낌 없이 당당히 자신의 가격을 알려준다. “능력 좋네, 서이수, 명품 구두 선물이라. 130만 원짜리 한정판이야.” 친구 홍세라(윤세아 분)의 말을 통해서다. 너무 비싼 가격을 의식해서인지 김도진은 “사치스럽게 말고 가치스럽게 신어요.”라고 고가품의 소비를 합리화시키기도 했다. 숫제 까놓고 ‘이 장면은 PPL이요’라고 한 것이다. 한눈에 봐도 광고임이 명백한 장면으로 인해 시청자들을 너무 깔본 것이 아닌가 하여 글로벌 명품답지 않는 ‘지미추’의 값싼 마케팅 그 속살을 훤히 들여다보는 듯 했다.

PPL은 드라마의 제작자나 광고주의 입장에서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진다. 늘 부족한 제작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드라마 속 PPL은 프로덕션 입장에선 그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실제 최근 국내 드라마들은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PPL로 충당할 정도로 그 비중이 커지고 있다. ‘신품’도 차량, 휴대전화, 식·음료, 책, 약품, 프랜차이즈업체, 액세서리, 의상 소품 등을 망라한 PPL로 드라마가 통째로 광고인 듯했다. 드라마에서 장동건의 손목은 자주 비춰진다. 그가 차고 있는 ‘까르띠에’시계를 노출하기 위해서다. 일명 ‘김도진 시계’로 이름 지어진 이 시계의 가격은 최고 7000만 원에 이른다. 또한 그는 서이수보다 더 애지중지하듯이 ML63 AMG 자동차를 몰고 다닌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고 성능 모델로 소비자들에겐 선망의 대상이다. 이밖에도 그의 옷핀과 서이수가 매고 다녔던 크리스찬 디올(Christian Dior)의 ‘리시모’ 백 등 고가의 명품 브랜드들이 드라마 스토리라인 곳곳에서 노출된 바 있다.

▲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지미추(Jimmy Choo) 슈즈 선물 장면

PPL은 광고주의 입장에선 더 많은 이점이 있다. 커뮤니케이션 과잉 현상과 마케팅 메시지에 지루해 하는 요즘의 소비자들에게 광고를 통한 접근은 결코 쉽지 않다. TV광고를 리모컨으로 회피하는 재핑(Zapping)이 일상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PPL은 드라마의 세트나 스토리라인 그리고 대사 속 등의 배치를 통해 자사 제품을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인지시킬 수 있게 된다. 또한 PPL은 광고로 지각하지 않는 인식 때문에 소비자들은 별다른 저항감 없이 해당 제품을 받아들이는 장점도 있다. 특히 PPL은 시청자들이 선망하는 주인공이 드라마 속에서 직접 해당 제품을 사용하는 상황을 리얼하게 보여 주기 때문에 소비자들도 은연 중 PPL된 제품을 사용하고 싶어진다. 변환광고(Transformational Advertising)는 소비자가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이 제품을 사용하는 장면을 본 후 자신의 일상적 상황에서도 그 장면을 떠올리며 해당 제품을 사용하게 만들게 하려는 광고다. 나아가 그 제품의 소비를 경험한 감정과 드라마의 제품 사용 장면에 의해 유발 되는 감정을 동일하게 느끼게 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PPL이 노리는 궁극적 목표인 것이다. 드라마 속에서 여주인공 패션이 인터넷 등의 입소문을 타면서 '완판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만큼 해당 제품들이 불티나게 팔리는 결과가 이를 설명한다. ‘신품’을 통해서는 ‘김하늘 가방’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PPL이 지나치게 과도하면 극 중 몰입을 방해할 뿐 아니라 드라마의 완성도를 떨어뜨려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가 어려워진다. PPL이 흔해지자 시청자 관심이 줄어드는 역효과를 내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한 패션 회사가 7억 원이 넘는 돈을 PPL에 썼는데도 불구하고 광고 효과를 거의 보지 못 해 화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요즘과 같은 불황기에 ‘지미추’처럼 고가의 브랜드에 대한 노골적 PPL은 일반대중에게 위화감과 상대적 박탈감만을 조장할 수 있어 적절한 조절이 필수적이다. 보다 효과적인 PPL을 위해 중요한 것은 '맥락 짓기(Contexting)'의 활용이다. 광고임을 단번에 들켜버리는 무모한 노출이 아니라 해당 브랜드가 스토리라인과의 적절하고도 자연스런 연결고리가 있어야 한다. 그러면 그 안에 위치한 브랜드는 거부감을 주지 않으면서 긍정적 인상을 남기게 된다.

시청자는 '저거 다 광고야'하며 알만큼 안다. 하지만 선택할 수 없어 피할 수도 없는 드라마 속 PPL은 공해가 되기도 한다. ‘지미추’의 PPL은 이보다도 더한 습격에 가까운 듯하다.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  IMI (Issue Management Inc.)대표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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