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훈과 서건창, 그들의 부진이 치열한 혈투의 서막을 열다
신인왕. 언뜻 보면 유치해 보이는 이 세 글자는 그 경쟁 자격조차 생애 단 한번밖에 가질 수 없는 영광의 이름이다. 특히 출전 기회를 얻는 것도 쉽지 않은 프로라는 무대에서 그 후보로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그 선수의 가치는 충분히 입증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과연 ‘2012 팔도 프로야구’에서 이 영광을 차지하게 될 주인공은 누가 될까. 개막과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불타올랐던 ‘신인왕 후보 4인방’의 경쟁은 시간이 갈수록 혼란 속에 빠져들고 있다.
시즌 초반 서건창(23), 한현희(19·이상 넥센), 박지훈(23·KIA), 심창민(19·삼성)이 올해 신인왕에 오를 유력한 인물로 떠올랐고, 이후 시즌 절반이 흘러가는 시점부터 그 대결은 점차 박지훈과 서건창 투·타 2파전으로 압축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들마저 최근 잇따라 부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며 주춤하고 있다. 이로써 그들의 신인왕 경쟁은 더욱 치열한 혈투를 예고하고 있다.

신인왕 후보 4인, 얼마나 부진하기에?
먼저 넥센의 서건창은 5월(타율 0.303)과 6월(타율 0.349)에 환상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이로써 신인왕 후보 경쟁에서 한 발 앞서나가며 신인왕 자리를 자신의 이름으로 예약한 듯 보였다.
하지만 7월부터 타율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3할을 가뿐히 넘기던 타율은 어느새 0.269에 머무르고 있고 특히 한때 5경기 타율이 0.063까지 떨어지는 등 타격감이 바닥을 치고 있다. 결국 서건창은 타격감을 찾는 것만이 그가 예약했던 신인왕 자리로 안내 받을 수 있는 길이다.
또 다른 신인왕 후보 서건창의 같은 팀 후배 한현희는 불펜에서 안정적인 투구 내용으로 무난한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신인왕 후보로서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 보일 찰나인 지난 6월 22일 선발 투수로 보직을 바꾼 후 악몽이 시작됐다. 선발로 보직을 변경하고 등판한 경기에서 3패, 평균자책점 5.65이라는 그의 성적표가 그의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최근까지도 그의 부진이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것. 지난 14일 목동 두산 전에 선발로 등판한 한현희는 4이닝 동안 3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비록 경기가 우천 취소되면서 패배는 면했지만 한현희가 좌타자에 약하다는 취약점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 경기였다.
시즌 중반까지 KIA 불펜의 필승 계투진으로 활약하며 서건창과 대결구도를 형성했던 박지훈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박지훈은 현재 부진과 체력 저하로 지난 1일 2군행을 통보받은 상태다.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2승 2패 1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2.59의 환상적인 투구를 자랑하던 박지훈은 7월 이후 2홀드를 추가했지만 9.0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말았다. 상대 타자들 위에 군림하던 그의 투구 수가 읽히고 있는 모양새라 그 해결방법을 모색할 때다.
신인왕 4인방 중 2군행 통보를 받은 것은 박지훈 만이 아니다. 올 시즌 2승 2패 3홀드 평균자책점 1.93을 기록하고 있던 심창민도 정신무장 하라는 류중일 감독의 지시로 지난달 26일에 2군으로 내려간 상태다.
심창민의 단순성적만 놓고 보면 준수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4월부터 6월까지의 24경기에 달하던 출장 경기가 7월 이후 단 6경기 출장에 그치며 불펜에서 밀려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팀 주전에서도 밀린 선수에게 신인왕은 그저 꿈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심창민은 2군에서 몸과 마음을 새롭게 다잡고 1군으로 복귀해야만 신인왕 경쟁에 뛰어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인왕 후보 4인방’을 위협하는 또 다른 후보들

당초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조용히 자신의 제 몫을 해내던 선수들이 있었다. 그리고 신인왕 후보들의 부진을 틈타 그들이 이름과 진가가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먼저 이들을 위협하는 인물로 두산의 허경민이 있다. ‘허종범’이라는 대단한 별명으로 불리며 프로에 데뷔한 허경민은 다소 부족한 파워가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간결한 스윙과 팀 배팅으로 팀에 서서히 녹아드는 모습이다.
현재 39안타 14타점 28득점 0.269의 기록을 내고 있으며 특히 두산 손시헌의 부상 공백을 큰 차질 없이 막아내고 있어 팀 기여도에서 많은 점수를 얻고 있다.
두 번째 선수는 기아의 윤완주. 얼마 전 2군으로 내려갔다가 지난 15일 팀의 중심타자 최희섭을 대신해 다시 1군에 등록됐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 전체지명 90위로 기아에 입단한 무명선수에게 기대를 거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윤완주는 기아가 주축선수들의 부상에 허덕일 때 그 공백을 기회로 삼아 급부상했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윤완주는 내야 백업으로 요긴하게 활용되며 시즌 타율 0.263를 기록하고 있다. 또 90타석만 소화하면서도 빠른 발을 이용해 도루를 5차례 성공시켰다. 더불어 그의 소년 같은 외모는 팬들의 뇌리에 더욱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이 두 명의 선수가 뒷심을 발휘해 제몫만 해준다면 얼마 남지 않은 올해 신인왕 경쟁이 더욱 재미있어질 전망이다.
이처럼 이변 없이 신인왕을 차지할 것으로 보였던 박지훈과 서건창이 시즌 막바지에 접어들어 약속이나 한 듯 부진의 길을 걸으면서 ‘신인왕 후보 4인방’과 또 다른 ‘신인왕 후보’들은 또다시 같은 출발선에 서게 됐다.
‘누가 먼저 부진을 걷어내고 타이틀을 향해 스타트를 할 것인가’ 하는 그들만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일생 단 한번뿐인 타이틀 신인왕. 그 영광의 자리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펼쳐지는 격전에 많은 야구팬들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