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최은서 기자] 소셜데이팅 시대에 접어들면서 ‘소개팅 어플’, ‘채팅 어플’등을 통한 젊은 남녀들의 즉석 만남이 늘고 있다. 이로 인해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소개팅이나 남녀 간 만남 등의 판도도 바뀌고 있다. 실용적이고 편한 만남으로 이어지기도 하나 익명 간 만남이기에 개인 정보를 속이는 경우도 잦다. 심지어는 이들 앱을 통한 만남 중 상당수가 원 나이트 스탠드, 외도, 성매매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이 뿐 아니다. 주요 포털사이트의 남성커뮤니티에는 채팅앱으로 여성을 만나서 유혹한 후기가 넘쳐난다. 특히 하룻밤 잠자리를 가진 뒤 사진이나 동영상 등 이른바 ‘성관계 인증샷’도 무분별하게 게시돼 있는 등 개인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범죄행위가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PC통신이 일반화됐었던 1990년대 중반에는 온라인 채팅을 통해 많은 인연이 맺어졌다. 1997년에 개봉했던 영화 ‘접속’은 당시 PC통신 세대를 잘 반영했다. 영화가 히트를 친 이후 갑작스러운 만남인 ‘번개’가 유행하기도 했다. 10여 년간 신세대들의 만남을 주선했단 PC기반 채팅·만남은 스마트폰과 모바일로 경향이 바뀌었다. 이성에게 쪽지를 보내는 앱부터 랜덤으로 대화 상대를 연결해주는 앱, 위치정보를 이용해 주변에 있는 이성을 연결해주는 앱, 간단한 신상정보만 입력하면 원하는 스타일을 자동 추천해 연결해주는 앱 등 남녀 간의 만남을 주선해주는 앱 종류도 천차만별이다.
스마트폰 통해 인스턴트 만남
하지만 이들 앱은 수많은 문제를 양산하며 변질돼가고 있다. 이 같은 앱을 통한 만남의 목적이 원 나이트 스탠드, 외도, 성매매 등 불건전한 만남이 차지하는 경우가 높아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스마트폰만 갖고 있다면 별다른 인증절차가 없어 미성년자도 이 같은 검은 유혹에 무방비로 노출된다는 점도 문제다.
이들 앱이 처음부터 역기능을 초래한 것은 아니었다. 서로를 전혀 모르는 타인이 이들 앱을 통해 대화를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순기능을 했다. 하지만 일부 사용자들이 ‘익명성’을 악용해 본능의 고삐를 풀면서 역기능이 나타났다.
점차 불건전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만 장악하게 되면서 각종 스마트폰 채팅앱은 범죄 혹은 불건전한 만남의 창구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성매매 범죄 등에도 채팅앱이 빈번하게 등장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채팅앱이 만남의 장에서 성범죄의 도구로 전락한 셈이다.
특히 청소년들도 이 같은 앱을 통해 성매매 유혹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가정환경이 어려워 돈을 벌기 위해 성매매에 나서거나 학교폭력으로 인해 성매매에 나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앱을 통한 성매매 범죄는 최근 들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16일에도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만난 여고생과 성매매를 한 이모(32)씨가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6월 27일 오후 7시께 부산 서구 토성동의 한 모텔에서 채팅으로 만난 여고생 A(16)양에게 10만 원을 주고 성관계를 가졌다.
실제로 채팅앱들을 스마트폰에 설치해 실행하면 노골적으로 ‘섹스파트너’, ‘원 나이트 스탠드 파트너’를 찾는 사람들의 채팅, 쪽지가 폭주한다. 오히려 건전한 내용의 채팅이나 쪽지를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다.
20대 여성으로 설정해 스마트폰 채팅 앱을 실행하면 대부분의 쪽지는 ‘지금 만나서 술 한 잔 하자’, ‘어떤 스킨십을 좋아하나’, ‘너무 외롭다. 나랑 사귈 사람?’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자신의 나이와 신체적 스펙, 지역을 밝히면서 노골적으로 원 나이트 스탠드나 섹스파트너를 제안하는 쪽지 역시 적지 않았다.
쪽지에 답장을 해주거나 채팅에 응하면 카카오톡 아이디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며 만나자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여고생으로 가장해 실행할 경우 음란메시지의 수위는 한층 더 높아진다. 조건만남을 하겠냐는 남성 이용자들의 메시지가 폭주한다. 거부 의사를 표시해도 집요하게 조건 만남을 요구한다.
채팅앱들을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보면 어떻게 변질됐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주요 채팅 앱들을 검색하면 ‘OO앱으로 여자 낚기 쉬워지는 팁’, ‘OO앱으로 홈런(성관계를 의미하는 은어) 성공’ 등의 게시물들이 범람하고 있다.
더 문제는 채팅앱들이 불법 성매매를 위한 용도 등으로 변질돼 가고 있지만 이를 통제한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 마켓 등에 접속해 내려 받을 수 있는 채팅앱만 수십여 개에 달한다. 이들 모두 사용절차는 지나치게 간편하다. 인증절차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앱은 거의 없으며 대부분 간단한 성별 입력만으로 사용 가능하다. 때문에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과 관리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이들 앱을 통한 ‘인스턴트 만남’이 빈번하게 이뤄지면서 문란한 성문화 확산과 성범죄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원 나이트 스탠드 경험담, 무용담처럼 올려놔
채팅앱의 ‘익명성’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만남으로 이어질 경우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상대방이 밝힌 정보들의 사실 여부를 알 수 없고 유일한 정보인 전화번호도 대포폰 번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 잠재적인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를 낳는다.
최근 남성커뮤니티 사이트들의 게시물들은 이런 우려들을 더하고 있다. 남성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스마트폰 채팅 앱으로 여성을 만나 이른바 ‘작업’한 후기가 적나라하게 올라오고 있다. 제목도 내용도 노골적이고 대부분 ‘성관계’에 집중돼 있다.
한 남성 커뮤니티에는 아예 앱 게시판을 마련해두고 다시 ‘앱으로 여성을 공략하는 노하우’, ‘앱으로 여성을 유혹하는 멘트공유’, ‘앱으로 받은 상대여성 사진’, ‘만남 전·작업 중·만남 중 실시간’ 등의 글을 올리는 게시판을 다시 세분화시켜 놓았다.
각 게시판의 글들을 보면 내용은 노골적이고 적나라하다. 마치 실적을 자랑하듯 경쟁적으로 여성들과의 에피소드를 올리고 ‘스킨십 진도’를 좀 더 빠르게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문의하기도 한다.
특히 일명 ‘홈런했다’는 제목의 게시물에는 앱으로 만난 여성과 하룻밤을 보낸 뒤 적나라한 후기와 사진을 올려놓고 있다. 이런 게시물을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사진 뿐 아니라 동영상과 음성파일까지도 첨부해 자랑해 놓듯 게시해놓고 있다.
글을 올리는 남성은 상대 여성과의 채팅과정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스킨십 진도가 나갔으며 성관계 내용은 어땠는지까지 전과정을 상세하게 올린다. 그러한 과정의 게시 글을 적으며 중간 중간 해당 여성의 사진을 첨부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모자이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여성의 정면 사진과 도찰한 듯 한 사진들과 함께 피해 여성과 성관계를 했다는 자신의 글이 사실임을 증명하기 위해 상대 여성의 나체를 몰래 촬영해 인증사진으로 올린다. 사진 뿐 아니라 성관계시 촬영한 동영상이 올라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단 상대 남성의 모습은 사진이나 동영상에서 철저히 배제돼 있다. 심지어 모 남성커뮤니티에는 인증샷 후기라는 게시판을 따로 마련해두고 있기까지 하다.
이런 게시물에는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글과 사진·동영상을 올린 글쓴이를 질책하거나 비난하는 댓글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여성을 유혹한 노하우를 묻거나 ‘부러움’ 일색이다. ‘대단하다’, ‘부럽다’ ‘명불허전이다’ ‘스킬을 한번 배워보고 싶다’ ‘여자들도 즐기고 싶어서 그냥 넘어가 준 것 같다’등과 같은 내용의 댓글도 수백 건에 달한다.
해당 게시물에는 해당 여성의 얼굴이 제대로 모자이크가 되어 있지 않고 지역, 나이, 직업 등의 신상정보도 공개된 경우가 많다.
피해 여성들은 자신도 모르게 나체 사진이나 동영상이 찍히고 적나라한 게시물과 함께 인터넷에 떠돌아 2차 피해를 입게 된다. 이 같은 동영상이나 사진들을 모은 자료들은 ‘일반인 성관계 사진·동영상’ 등의 이름으로 P2P를 통해 공유되는 등 피해는 확대 재생산된다.
이러한 커뮤니티들은 회원 수만 수만 명에 달하고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이 같은 커뮤니티는 여성 회원들이 많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악의적인 게시물에 대해 충격과 분노를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경찰에 신고해 법적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 ‘사진이나 동영상까지 자랑인 것처럼 올리는 것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등의 글이 올라오며 파문이 일었다. ‘앱 등을 통한 일회성 만남을 갖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을 제기하는 여성들도 있었다. 익명성이 더해진 만남에 진심어린 관계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현재까지 이 같은 피해사례가 접수된 것은 없다”면서도 “신상을 알 수 있을만한 정보를 공유하거나 얼굴이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더라도 이 같은 동영상이나 사진 등을 공유될 경우 고소·고발이 가능하다. 형법상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위반되는 행위로 처벌 받을 수 있다. 이러한 행위가 중대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