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가계부채 증가와 경기침체로 갈팡질팡하던 정부가 결국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제한적으로 완화했다. 20~30대 직장인은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최대 25% 늘어나게 되고 소득 입증이 안 돼는 자산가의 자산소득을 인정하기로 했다. 또 6억 이상 주택 구입 시에도 DTI에서 최대 15%포인트의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제3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DTI 규제 보완 방안을 마련해 다음 달부터 은행권에서 먼저 적용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우선 소득에 맞춰 주택담보대출 금액을 규제하는 DTI를 적용할 때 40세 미만 무주택 직장인에게는 ‘10년간 예상 소득’을 반영키로 했다. 예상 소득을 반영해 소득 인정액이 늘어나면 대출을 더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매년 발표되는 국세통계연보의 ‘연령대별 근로자 급여증가율’을 토대로 적용하면 20~30대 직장인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15~25%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월급여가 300만 원인 35세 무주택 근로자는 대출한도 규모가 종전 2억2400만 원에서 최대 2억6000만 원으로 늘어난다.
단, 예상소득을 DTI에 반영하는 대출은 만기 10년 이상의 비거치식 분할상환방식만 해당한다 소득근거는 세무서가 발급한 근로소득 증빙자료 등 만 인정된다.
금융위는 자산은 있지만 은퇴 등으로 소득을 입증하기 어려운 대출자에게 자산소득을 인정하는 기준도 도입한다. 이는 순자산(자산-부채)에 직전년도 은행 정기예금 가중평균금리를 적용해 연간 자산소득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순자산은 대출자와 배우자가 가진 토지·건축물·주책·임차보증금에서 대출자와 배우자의 모든 부채를 뺀 것을 말한다.
다만 보유자산의 환산을 통해 인정되는 소득은 연 5100만 원(도식근로자 가구의 연평균 소득)을 초과할 수 없으며 자산의 소득환산을 통한 주택담보대출은 1건으로 제한된다.
금융위는 고정금리·비거치식·분할상환 대출에 5%포인트씩 최대 15%포인트의 DIT우대 비율 적용 대상을 6억 원 미만 주택구입에서 6억 원 이상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서울에서 6억 원 이상 주택을 살 경우 DTI는 현행 50%에서 최고 65%까지 높아질 수 있다. 인천·경기는 60%에서 75%로 올라간다.
이밖에 ‘역모기지(주택을 담보로 노후자금을 대출 받는 것)’에는 DTI규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소득도 신고하면 DTI 인정 소득에 포함하기로 했다. 신고소득의 인정한도는 4100만 원에서 5100만 원으로 높아지고 체크카드 사용액도 신고소득으로 인정받는다.
또 원금균등분할 상환 대출의 DTI를 계산할 때 첫해 상환액 대신 상환기간 평균 상환액을 분자로 쓰게 했다. 원금균등분할의 경우 소득(분모)이 늘어나는 만큼 DTI가 낮아지는데 첫해 상환액을 분자로 쓸 경우 대출할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들게 돼 이를 개선하기로 했다.
고승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소득 범위에서 대출하는 DTI의 기본원칙을 지키면서 보완할 것은 다 다뤘다”면서 “당분간 추가로 DTI에 손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가계 부채 급증 우려에 대해 “은행들이 대출자의 신인도와 소득 증가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DTI를 정하도록 했다”면서 “상환능력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돈을 빌려주지 않도록 지도·감독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내년 9월까지 이번 대책의 효과와 부작용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연장·보완여부 등을 검토해 나갈 방침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 대해 부동산업계 및 시장에서는 20~30대 젊은 층에 대해 완화하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출이 늘었다고 실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지가 의심스럽고 도리어 자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생활자금 등을 이유로 대출을 늘려 가계 부채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 PB팀장은 “내년에도 시장이 살아나기 쉽지 않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대출을 조금 더 받게 된다고 집을 사는 이들이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오히려 자산을 갖고 있는 이들이 대출을 추가로 받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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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