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13일 ‘건설업 금융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 브릿지론 부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 매입 등으로 8조 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우선 금융위는 P-CBO 발행 규모를 1조7000억 원에서 3조 원으로 늘려 건설사에 긴급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P-CBO는 아파트나 빌딩 등 건설사의 자산을 특수목적법인(SPC)으로 모아 발행하는 유동화증권으로 다음 달 7일 1차 발행을 시작해 차례로 발행한다.
기존에 P-CBO 발행에 편입됐거나 발행액을 아직 갚지 못했어도 신규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발행 한도는 중소 건설사 500억 원, 중견 건설사 1000억 원이다.
2008년과 2010년 약 1년간 한시적으로 도입된 브릿지론 보증도 2년 만에 부활한다. 이는 공사 대금 채권을 담보로 돈을 빌릴 때 신용보증기금이 보증하는 제도다. 브릿지론 보증은 이달부터 내년 7월까지 운영되며 공공 공사대금 채권을 담보로 업체당 300억 원까지 보증을 제공한다. 공급 규모는 약 5000억 원 규모다.
금융위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뱅크를 통해 2조 원 규모의 부실 PF채권을 사들이기로 했다. 이달 중 1조 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먼저 사들이고, 부실이 추가되는 사업장이나 정상화가 늦어지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1조 원을 더 사들일 계획이다.
은행들은 이와 별도로 자체적으로 올해 말까지 1조7000억 원 규모의 PF부실 사업장의 정상화를 추진한다.
올해 말 종료예정이던 ‘중소기업 패스트트랙(신속지원제도)’를 내년 말까지 1년 연장한다. 패스트트랙 적용 건설사는 보증비율이 40%에서 65%로 높아진다. 지원 예상 규모는 약 5000억 원. 패스트트랙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해 평가를 통해 신규대출을 해주고 신용기술보증기금이 보증해 주는 제도다.
채권 행사를 최장 3년까지 유예하는 ‘대주단 협약’도 내년 말까지 1년 연장한다. 협약에는 17개 시중은행과 173개 금융회사 등이 가입돼있으며 대주단에 속한 채권단이 4분의 3(채권액 기준)이상 찬성하면 채권 행사를 유예하는 기간을 더 늘릴 수 있다.
최근 문제가 된 주채권은행과 대주단사이의 자금지원 갈등 문제는 ‘정상화 약정(MOU)’을 만들어 해결하기로 했다.
이에 따르면 PF 사업자금은 대주단이, 다른 자금은 주채권은행이 지원하고 공사 대금 지급 관련 이면 계약을 할 수 없게 했다. 다만 PF 사업의 대주단과 건설사의 주채권 은행 중 어느 쪽이 지원해야 할지 불분명한 자금에 대해서는 양측이 반씩 지원하고 이후 정산하기로 했다. 또 주채권은행과 대주단의 이견조정 기구를 설치키로 했다.
이처럼 금융위가 건설업계에 대대적인 금융지원을 하고 나선 배경에는 심각한 수준에 이른 건설경기를 꼽을 수 있다. 실제 올해 2분기 건설 시공 실적은 14조9000억 원으로 2001년 4분기 14조4000억 원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건설투자 실적도 67조 1330억 원으로 최근 5년 내 가장 저조했던 지난해 상반기(67조2590억 원)에도 못 미쳤다. 건설사들의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건설업 경기실사지수는 65.7로 2009년 82.5보다 크게 떨어졌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건설업은 서민층 고용 비중이 높아 우리 경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며 “우수한 건설사들이 일시적 유동성 부족 때문에 퇴출되는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채권은행은 책임지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반응과 함께 이미 시행됐던 정책들을 재탕하는 수준이여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 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다소 숨통은 트일 수 있겠으나 특별히 상황을 호전시킬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미 부도를 맞아 법정관리 등의 경영상 위기를 맞은 업체들이 적잖은 상황에서 나온 대책”이라며 “금융권이 건설업계의 입장을 충분히 공감하고 상생할 수 있는 자세로 전환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흥순 건설협회 실장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위험 변수가 엄청나다”면서 “미분양이나 입주 갈등이 불거진 부실징후 사업장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뒷북을 치는 대신 선제적으로 잠재 부실에 대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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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