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특수, 어디까지 왔나
2012 런던올림픽 특수, 어디까지 왔나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2-08-14 10:49
  • 승인 2012.08.14 10:49
  • 호수 954
  • 3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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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는 ‘덩실’, 현지는 ‘글쎄’

- 국내 후원사는 물론 식음료·의류·모바일까지 호황
- 정작 런던 현지는 특수 없어… 역대 올림픽의 저주는?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2012 런던올림픽 특수를 만끽한 기업은 어디일까. 우리나라 선수들의 금메달 소식과 함께 후원기업들의 명단이 언론보도를 통해 속속 알려지고 있다. 특히 체조의 양학선 선수는 우승과 함께 아파트와 포상금 등 그 액수만도 수억 원에 이르는데, 양 선수를 후원했던 포스코의 체조사랑도 알려지면서 포스코가 함께 주목받는 실정이다. 2012 런던올림픽 공식 후원사를 비롯해 올림픽으로 반짝 호황을 누리는 국내 기업들의 웃음을 짚어본다.

우리나라가 10일 오전 현재 금메달 12개, 은메달 7개, 동메달 6개 등 종합 5위를 기록하고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축구 4강까지 오르는 쾌거를 이루면서 국내 후원사들이 2012 런던올림픽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이번 런던올림픽에는 SK텔레콤의 수영선수 박태환, KT의 사격선수 진종오, 삼성전기의 배드민턴선수 이용대, 한국가스공사 유도선수 차동민, 대한항공 탁구선수 김경아, 포스코 체조선수 양학선 등 100대 기업 중 21.2%의 기업들이 후원하는 선수들이 출전해 좋은 기량을 선보였다.

또한 개막 이전부터 영국 현지 삼성 호프 릴레이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성화봉송을 하면 1마일당 1파운드를 대신 기부한다”고 밝혔고, 기아차 오성과한음은 “5000만 국민의 성원을 한국음악으로 응원한다”, 하나은행 오필승코리아적금은 “축구팀의 8강을 우대금리로 응원한다” 등을 모토로 내걸고 마케팅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전통적으로 올림픽 기간 동안 매출이 늘어나는 식음료업계는 물론 선수단에 유니폼을 제공하는 의류업계도 바쁘긴 마찬가지다.

제일모직은 국가대표 선수단 개·폐회식 단복을 만들어 제공하면서 한정 소장판도 소량 출시했는데 이미 품절 직전이다. 비슷한 디자인의 ‘빈폴 런던 에디션 라인’ 제품은 타 빈폴 제품보다 2배 이상 판매됐고 매출도 전년동기보다 10% 이상 늘었다.

휠라코리아 역시 올림픽 메달 수상 시 착용하는 시상복을 총괄 제작해 선수단에 제공하면서 한정 소장판도 매장에 출시했다. 차츰 메달 개수가 늘어나면서 선수들이 시상대에 오르는 횟수가 잦아지자, 일부 사이즈는 품귀 현상을 빚고 있으며 매출도 전 동기대비 약 20%가량 신장했다는 귀띔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업계도 올림픽 중계와 다시보기(VOD) 제공으로 인기를 끌었다. CJ헬로비전의 N스크린서비스 ‘티빙’은 올림픽 기간에 운영 중인 ‘런던올림픽 전용관’의 최고 동시접속자 수가 개막 전에 비해 4~5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KT의 ‘올레TV나우’도 올림픽 개막 전 주에 비해 트래픽이 다소 올라갔는데 3G, LTE 등을 포함하면 7%가량 트래픽이 증가해 평균치를 훨씬 웃돈다는 평가다.

포털사이트인 네이버·다음·네이트 등의 방문자 수도 급증했다. 코리안클릭과 랭키닷컴에 따르면 주요 인터넷 포털의 스포츠 섹션 방문자수가 개막 이전과 비교해 2~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림픽 특별페이지의 경우 전체 방문자 수가 개막 전과 비교해 최대 30배까지 늘어나 올림픽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웹페이지뿐 아니라 모바일을 통한 스포츠 섹션 트래픽도 평균 3~4배 상승했다. 네이버의 경우 모바일 올림픽 특집 페이지의 페이지뷰(PV)가 평소보다 3배 정도 증가했다. 모바일 앱 이용자수도 지난 6월 평균 약 700만에서 런던올림픽 기간 동안 800만까지 급증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경우 전월 대비 일간 PV가 PC는 3배, 모바일은 4배 정도 늘었다. 대부분의 경기가 우리나라 시간으로 새벽에 중계되는 탓에 다음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접속하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통계수치로도 이미 예측된 사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는 국내 매출액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우리기업의 스포츠마케팅 실태와 향후과제’를 조사한 결과, 런던올림픽 특수여부를 묻는 질문에 ‘세계경기가 좋지 않지만, 올림픽특수가 있을 것이다’라는 응답이 60.9%에 달했다고 밝혔다.

또한 ‘런던올림픽 연계마케팅을 펴겠다’는 기업도 34.8%에 달해 2002년 국내에서 열린 한일월드컵(19.7%)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27.3%) 때보다 연계마케팅이 활발할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연계마케팅을 펴는 기업의 57.1%는 ‘시청자의 시선이 런던올림픽에 쏠릴 것인 만큼 언론매체를 통한 제품 및 기업광고를 늘릴 것’이라고 답했으며, ‘한국팀 선전 시 경품을 지급할 것’이라는 응답도 23.8%, ‘스포츠스타 출연 광고 송출’은 19.0%로 집계됐다. ‘선수단 성적이 오르면, 마케팅 지출을 더 늘리겠다’는 기업도 38.9%였다. 올림픽마케팅으로 기대되는 혜택에 대해서는 ‘기업이미지 향상’이 71.4%, ‘기업이미지 향상 및 매출증대’가 23.8%의 비율이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최근 유로존 위기로 지구촌의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올림픽 반짝 특수가 기대되고 있다”면서 “국내기업들이 불황기에 비용절감 대신 런던올림픽을 활용해 스포츠마케팅을 펼침으로써 시장확대와 매출신장의 기회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유로존 금융위기는 ‘올림픽의 저주’ 때문?

한편 일각에서는 유로존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몰리는 그리스의 불황이 실은 2004 아테네올림픽 때문이라는 일명 ‘올림픽의 저주'설을 거론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리스의 경우 아테네올림픽 특수로 2004년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는데 개최 전 건설 경기가 살아나며 부동산 열풍이 불어닥쳤던 것을 제대로 조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그리스 정부는 당시 올림픽 예산으로 한화 약 1조8400억 원에 해당하는 16억 달러를 배정했으나 실제로는 그 10배에 이르는 160억 달러의 지출이 이뤄져 빚더미에 앉아야만 했다.

타 국가들도 마찬가지였다. 올림픽 개최국이나 개최도시는 폐막 이후 결산해 보면 대부분 흑자가 아닌 적자로 나타나 ‘상처뿐인 영광’을 끌어안아야 했다. 우리나라 역시 1988 서울올림픽 이후 주식과 부동산이 추락하고 경제성장률은 반토막났던 바 있다. 화려한 행사 욕심에 개최비용은 한없이 올라가지만 수반되는 경제효과는 미미한 탓이다. 이로 인해 ‘올림픽 이후 경기침체(Post-Olympic Economy Depression)’라는 단어가 생겼을 정도다.

정작 런던 현지에서는 올림픽 특수가 없다는 평가가 한창인 만큼, 영국 정부가 폐막 이후 계산기를 두드릴 때는 과연 흑자일지 적자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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