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돈벌이 위해 멸종위기종 밀수?
한화, 돈벌이 위해 멸종위기종 밀수?
  • 강길홍 기자
  • 입력 2012-08-14 09:34
  • 승인 2012.08.14 09:34
  • 호수 954
  • 2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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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플라넷 ‘고래상어’ 의혹 ‘일파만파’

[일요서울ㅣ강길홍 기자]  한화그룹(회장 김승연)이 ‘고래상어’ 두 마리 때문에 홍역을 앓고 있다. 한화호텔&리조트(대표 홍원기)가 운영하는 ‘제주아쿠아플라넷’은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종인 고래상어를 전시하기 위해 수입을 추진하다가 무산되면서 개관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지역 어민이 우연히 발견한 고래상어를 기증받으면서 예정대로 개관할 수 있었다. 그러나 포획 과정이 워낙 ‘기적적’이어서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주해양경찰이 수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한화그룹의 도덕성에 흠집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입 금지되자 어민이 우연히 발견…한화 측에 무상기증
제주해경 의혹 수사 나서…한화그룹 도덕성 치명타 될까

아쿠아리움은 한화그룹이 신성장 동력 사업으로 삼을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다. 올해에만 여수와 제주에 잇따라 새로운 아쿠아리움 시설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달 13일 공식 개관한 제주아쿠아플라넷은 연면적 2만5600㎡(약 7740평)의 공간에 500여종 4만8000마리의 해양생물이 서식하는 아쿠아리움을 비롯해 펭귄·돌고래·바다코끼리 등과 우크라이나 싱크로나이즈드팀의 공연장인 오션 아레나, 해양 과학관인 마린 사이언스, 센트럴 코트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수조 용적량이 1만800톤으로 일본 오키나와 추라우미 아쿠아리움(1만400톤)을 넘어서는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메인수조 ‘제주의 바다’는 가로 23m 세로 8.5m 규모(6000톤)로 물을 채우는 데만 2주가 걸리는 세계 최대 수조다.

의혹에 휩싸인 입수과정

규모보다 더 큰 관심을 모았던 것이 ‘제주의 바다’에 전시된 ‘고래상어’ 2마리다. 세계적으로 희귀종인 고래상어는 포유류인 ‘고래’와 비슷해 보이지만 연골어류 수염상어목 고래상어과에 속하는 상어다. 사실상 ‘물고기’인 셈이다. 국내 최초로 ‘고래상어’가 전시되면서 관심을 모았지만 이를 위해 한화 측은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했다.

한화호텔&리조트는 63씨월드의 수달, 여수아쿠아플라넷의 흰돌고래처럼 제주아쿠아플라넷의 대표 동물을 일찌감치 고래상어로 결정하고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추진했다. 고래상어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CITES) 2종에 해당하는 희귀동물이라 연구 목적을 위해서만 국제간 거래가 가능한데, 제주아쿠아플라넷은 해양생태 과학관을 겸하기 때문에 수입을 추진할 수 있었다. 마리당 가격은 운반비용까지 10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중국 측이 한중 어업 분쟁을 이유로 고래상어 수출을 금지하면서 제주아쿠아플라넷은 난관에 부딪혔다.

개관마저 어려울 수도 있는 상황에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개관 예정일을 일주일가량 앞둔 지난달 7일 제주 애월읍의 어민 임모씨가 바다에 쳐놓은 가두리 양식장에서 고래상어가 발견된 것이다. 한화 측은 임씨의 제보를 받고 현장에 달려가 고래상어임을 확인했고, 임씨는 제주아쿠아플라넷에 무상기증하기로 했다. 기적은 멈추지 않았다. 이틀 뒤 임씨의 어장에서 또 한 마리의 고래상어가 발견됐고, 역시 제주아쿠아플라넷에 기증됐다.

그러나 기적 같은 이번 사건이 사전에 조작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고래상어가 발견되기 며칠 전부터 임씨의 정치망(그물망)에 스쿠버들이 드나들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고래상어를 처음 본 임씨가 해경이 아닌 한화 측에 먼저 연락한 것도 의문스러운 점이다. 또 당초 무상기증했던 것으로 알려진 임씨가 한화 측으로부터 억대의 어구 보상 비용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 때문에 시민·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한화의 ‘밀수’ 의혹이 퍼져나갔다. 한화의 밀수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제주해양경찰도 수사에 돌입했다.

이에 한화 측은 밀수 의혹에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나섰다. 지난달 20일 한화호텔&리조트는 “고래상어는 어류인 만큼 국가에 신고를 할 필요는 없다”며 “고래상어를 처음 잡은 어부가 아쿠아플라넷에 연락을 해 온 것도 아쿠아플라넷 오픈을 앞두고 신문, 공중파는 물론 지역언론에 널리 소개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물에 걸린 고래상어는 대부분 폐사 후 어판장에 위탁되는데, 크기가 5m에 달한다 해도 20만~120만 원 사이에서 거래돼 왔다”며 “최초 신고자도 이 같은 사실을 알기 때문에 흔쾌히 무상 기증을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멸종위기종 이용해 돈벌이

한화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해경의 수사결과에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제주해경 관계자는 “아직까지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면서 “당초 일주일이면 수사가 마무리될 줄 알았는데 확인해야 할 부분이 많아 수사가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 마리라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연이어 두 마리가 그물에 걸려들었다는 점은 상식적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최초 발견자가 해경에 신고하지 않고 곧바로 한화 측에 연락해 기증한 부분도 중점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화 측이 멸종위기종인 고래상어로 돈벌이 나서고 있다는 지탄도 끊이지 않고 있다. 남방큰돌고래를 지키는 모임인 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국제적 멸종위기종 고래상어를 업체의 이윤을 위해 수족관에 감금시켜서는 안된다”며 “아쿠아플라넷에 있는 고래상어 두 마리는 당장 바다로 돌려보내라”고 요구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어민으로부터 고래상어를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자마자 수족관으로 이송해 ‘아쿠아 플라넷 제주’의 개관일에 맞춰 전시한 것은 돈벌이에 그 목적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한화호텔&리조트 측은 “고래상어는 국내에서 과학적으로 생태와 번식에 대한 연구가 전혀 이뤄어지지 않고 있다”며 “애초부터 고래상어를 반입하고자 했던 이유는 전시만의 목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slize@ilyoseoul.co.kr

강길홍 기자 sliz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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