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강북구 우이동에 건설 중인 더파인트리앤스파는 서울시 내에 건립되는 최초의 콘도미니엄이다. 더파인트리앤스파는 지난 2009년 건축허가를 따내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공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지금까지 온갖 소문에 시달린 곳이다. 감사결과 총 15건의 비위·시정사항이 있었으며, 인허가 문제로 인해 서울시의회 의원이 구속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서울시의회는 ‘북한산 콘도개발 비리의혹 규명을 위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콘도 건설과 관련한 비리를 추적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공사 현장을 방문한 후 서울시의회 임시회에서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는지 검토 중”이라며 강경한 자세를 취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때 시작된 더파인트리앤스파는 건설 전부터 환경단체, 지역주민, 등산객들의 반발이 거셌다. [일요서울]은 더파인트리앤스파 건설 공사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진행과정을 살펴봤다.
더파인트리앤스파는 대지면적 8만60㎡, 건축면적 1만3889㎡, 연면적 9만9607㎡로 콘도미니엄 13개 동, 부대시설 1개 동, 산악박물관 1개 동으로 이뤄졌으며 객실수는 총 332개이다.
더파인트리앤스파가 건설되는 옛 그린파크 호텔 부지는 지역주민들에게는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다. 예전에 자리했던 그린파크는 규모는 작지만 서울랜드와 같은 놀이시설로 인근 초등학생들의 소풍 장소로 많이 이용됐으며, 지역주민들도 자녀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런 곳에 대규모 콘도미니엄이 건설되면서 지역주민들은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강북구·서울시·시의원, 3각 커넥션 의혹
북한산은 서울시내에 위치한 유일의 국립공원이다. 면적은 서울시와 경기도에 걸쳐 약 7만9916㎢이며 연평균 856만 명(2009년 기준)의 탐방객이 방문하는 곳이다. 이뿐만 아니라 공해로 찌든 서울의 ‘녹색허파’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이런 북한산이기에 건물을 신축할 때도 고도제한이 적용되는 곳이다.
하지만 지난 2008년 강북구는 ‘북한산·남산 주변 최고 고도지구 완화기준’을 검토하지 않은 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더파인트리앤스파 신축 계획을 상정했다. 기준보다 3.16 ~3.58m 더 높은 25.6~28m까지 건물을 올릴 수 있게 한 것이다. 더파인트리앤스파 전체 14개 동 중 10개 동이 이에 해당된다. 이런 강북구의 신축 계획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그대로 처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전 서울시의원 명모씨가 인허가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해 준다며 시행사인 더파인트리의 실질적 대표 김모씨로부터 2007년 한 해 동안 4억 원을 받았다. 애초부터 인허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해결사로 나선 것이다.
결국 강북구가 문제 있는 신축 계획을 수립하고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이를 승인했으며 시의원 명씨가 중간에서 모종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검은 커넥션 의혹이 초기부터 일었다. 특히 더파인트리의 실질적 대표인 김씨는 콘도 사업을 추진하면서 회삿돈 80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검찰에 구속됨에 따라 그 의혹은 더욱 커져갈 수밖에 없었다.
서울시 공무원 31명이 더파인트리앤스파 건설과 관련해 징계되었지만 모두 경징계로 마무리되면서 이 또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감사결과 15건의 비위·시정 사항이 확인됐으나 2008년부터 2009년 초에 진행된 것이어서 2년의 징계시효가 지나버려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하는데 그쳤다.
누구를 위한 콘도인가
더파인트리앤스파의 객실 322실 가운데 일반적인 콘도 개념의 회원제 객실은 56실이며 나머지 266실은 일반분양이다. 결국 콘도 기능보다는 주거용인 주택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더파인트리앤스파 건설 계획이 발표됐을 때 지역주민들은 건물의 용도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공무원 연수원이다’, ‘국제 컨벤션 센터다’, ‘유스호스텔이다’라는 등 각종 소문이 돌았다.
당시 김현풍 전 강북구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관광객들이 잠을 자야 강북구에 돈이 떨어진다. 우이동에 서울 최초 콘도인 그린파크콘도를 건립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저가형 숙박시설인 청소년유스호스텔도 건립하겠다”고 밝혀 콘도 사업의 당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전 구청장의 말대로 콘도 건설은 진행됐지만 유스호스텔은 조용히 사라졌다.
실제로 더파인트리앤스파 부지 인근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초반에 건물 용도를 제대로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콘도라고 하더라. 그런데 좀 더 지나보니 콘도는 일부이고 나머지는 주택이더라. 모두가 볼 수 있는 북한산의 경관을 막고 있다. 고급주택이라면 구에서 얘기한 지역발전과는 상관없을 것 같다”며 더파인트리앤스파 건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북한산을 찾은 등산객들도 “국립공원 입구에 콘도는 생뚱맞다”, “좋은 곳은 모두 돈 있는 사람들의 차지”라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원순 시장, 해법은 있나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월 16일 더파인트리앤스파 공사 현장을 직접 방문해 현장을 둘러본 후 인허가 과정에서 불거졌던 문제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밝혀내야 한다며 감사를 지시했다. 그리고 3개월 후인 4월 23일 박 시장은 서울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 참석해 김기옥 시의원이 “감사 결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질문에 “일단 강북구청장에게 시정할 부분에 대한 시정지시를 통보했지만 공사가 이미 많이 진행됐다”며 “최종 처분은 공사중지 명령인데 그것이 가능한지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공사중지라는 강수를 둬서라도 자연환경 훼손과 지역주민들의 반발을 막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박 시장의 발언과는 다르게 공사중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난해 1월 이정희 외 44인이 제기한 공사중지가처분소송이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기각되었으며,또한 같은 원고가 제기한 사업계획승인집행정지소송과 사업계획무효화확인소송도 각각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에서 기각되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사전분양 및 아파트로 편법 분양과 관련한 검찰조사도 지난해 10월 무혐의 처리됨에 따라 서울시로서는 공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결국 서울시는 강북구에 일부 시설을 용도 변경해 공공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시행사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스호스텔·가족호텔로 변경해 공공성 확보?
현재 더파인트리앤스파의 공사는 시행사인 더파인트리가 자금난을 겪으면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4월에 완공예정이던 건물은 여전히 골격만 드러나 있고 내부 공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일 [일요서울]이 공사 현장을 직접 방문했을 때에도 대형 덤프트럭이 공사 현장을 출입하고 있었지만 빈도수가 높지는 않았다. 현장 관계자는 “공사가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다. 조금씩 진행되고는 있다”고 설명했다.
공사가 계속해서 지연될 경우 시행사와 시공사의 심한 타격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존 시행사 측은 새로운 시행사를 찾기 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다.
더파인트리앤스파의 시공을 맡은 A건설 측은 “원래 일정이 완전 틀어졌다. 시행사 측에서 아직 분양도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십억짜리 공사도 아닌 수천억짜리 공사인데 제대로 진행이 안 돼 답답하다”고 심정을 밝혔다.
결국 새로운 시행사가 선정되거나 기존 시행사가 자금을 확보해 서울시·강북구와 조율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여러 건의 소송에서 패한 서울시로서는 강북구에 지시해 시행사와 더파인트리앤스파 일부를 용도 변경해 지역주민들과 서울시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일요서울]이 확인한 결과 서울시는 더파인트리앤스파 일부를 유스호스텔이나 가족호텔로 변경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동안 서울시 감사관실과 시의회에서 조사를 했다. 그런데 너무 숙박시설로만 나가다보니 공공성이 부족했다. 그래서 쟁점을 공공성 확보로 잡고 있다”며 “현재 유스호스텔이나 가족호텔로 변경하는 것을 놓고 강북구와 시행사가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공사 관계자는 “우선 모든 협의는 시행사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형태를 완전히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유스호스텔과 콘도가 섞이는 형태는 건축법상으로도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서울시와 배치되는 입장을 내비쳤다.
또한 “검찰과 법원에서 이미 우리 손을 들어줬다. 모든 문제는 깨끗이 해결됐다. 그런데도 시와 시의회에서는 계속해서 발목을 잡고 있다. 이렇게 공사가 더디게 진행되다보면 민간기업의 피해만 커질 뿐”이라며 서울시와 시의회의 태도를 비판했다.
만약 현 시행사가 자금을 확보한 후 공사를 강행해도 서울시가 이를 제지할 근거는 부족한 상황이다. 소송에서 졌기 때문이다. 다만 1심과 2심에서 패소한 소송은 대법원까지 끌고 갈 수는 있지만 패소할 경우 시의 재원을 낭비한다는 비난의 목소리를 들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시행사 측도 공사를 깔끔하게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서울시와 시의회 그리고 강북구와의 마찰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다. 분쟁이 길어질 경우 당장 분양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간기업과 지자체가 싸우는 모습은 결코 좋지 않다. 미래지향적으로 나가야 한다. 강북구와 시행사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합리적인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시행사 선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건물이 흉물로 남을 경우 이를 서울시에서 인수하는 것도 고려해 볼 것을 조심스럽게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인수는 생각한 적이 없다. 서울시의 예산을 그런데 사용할 수 없으며 예산도 그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해 인수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3년간 각종 특혜 시비로 얼룩졌던 더파인트리앤스파 문제는 현제 결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새로운 사업자가 선정돼 강북구와 협의를 잘 마쳐 많은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뀐다면 사업 초기 일부 잘못된 부분은 충분히 무마될 수 있다. 그러나 사업자가 서울시와 강북구의 의견을 무시하고 사업을 그대로 진행할 경우 마찰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취임 이후 지금까지 ‘공공성’과 ‘주민혜택’을 강조했던 박 시장으로서는 이번 더파인트리앤스파 결론이 어떻게 나느냐에 따라 정책이 탄력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저항을 받을 것인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여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시민들 또한 이 문제를 계속해서 주목하고 있다.
jun6182@ilyoseoul.co.kr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