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총장직선제 폐지 논란…또다시 5共 시절로 회귀?
국립대 총장직선제 폐지 논란…또다시 5共 시절로 회귀?
  • 고동석 기자
  • 입력 2012-08-13 10:51
  • 승인 2012.08.13 10:51
  • 호수 954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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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돈줄 쥐고 국립대 구조개혁 强드라이브...사실상 '낙하산 총장제' 부활

▲ 정부가 추진하는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국립대학교 법인화, 성과급적 연봉제, 학장 직선제 폐지, 총장직선제 폐지, 대학운영 성과목표제, 학장 및 학과장 공모제 등)에 반대하는 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회장 김형기) 회원들의 옥외집회 모습.<뉴시스>

[일요서울|고동석 기자] 최근 전국 국립대 교수들이 교육과학기술부의 총장직선제 폐지와 관련해 정부의 위헌위법적인 총장직선제 폐지 강박과 그에 굴복해 총장직선제 폐지에 앞장서고 있는 국립대 총장들의 반민주적인 작태를 규탄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하 국교련)는 대학 운영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일방통행 식의 관치 형태로 회귀시키려는 속셈이라며 항의의 수준을 넘어 강도 높은 대정부 비판과 저항 의지를 곧추세우고 있다. 심지어 이주호 장관의 탄핵과 사퇴를 요구하는 대정부 투쟁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일요서울]은 교과부와 국교련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국립대 총장직선제 폐지 논란의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19885월 대학 내 민주화바람을 타고 전남대에서 처음 도입된 이후 총장직선제는 1991년 교육공무원법이 개정되면서 전국 국립대로 확대 시행돼 왔다. 5공화국 시절 국립대학 총장은 교과부 장관의 임용 제청을 받아 대통령의 재가로 정부가 일괄 배정하는 방식이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교과부는 20여년간 대학 자율에 맡겨졌던 총장직선제 폐지를 구조개혁차원에서 숙원사업으로 여기고 있다. 그 추진 배경은 국립대가 그동안 운영경비와 사업비를 국고로 지원받으면서 총장 선출 과정에서 무분별한 선심공약을 난발해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져 재정부담은 물론, 교육의 질과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교과부의 평가지표에 따른 것.

교과부는 우선적으로 규모가 작은 국·공립대를 대상으로 재정지원과 교수, 학생 정원 감축이라는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을 앞세워 압박에 나섰다.

그 결과 현재 전국 38개 국립대 중 35개 대학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학칙 개정을 통해 직선제 폐지를 확정했다. 국교련은 지난 9일 오후 경북대 교수회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장직선제 폐지 강박을 감행한 이명박 정부가 교수들 총의를 부정하고 자율성의 토대를 스스로 허물어뜨려 국립대의 명예를 훼손한 총장들은 즉각 퇴진하라고 성토했다.

아울러현재의 심각한 사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국립대학법' 제정 등의 방안을 관철함으로써 국립대의 자율성과 자존심을 바로 세워나가겠다고 입장을 거듭 재확인했다.

그간 총장 직선제를 유지해왔던 국립대학들은 정부의 재정지원 축소와 구조개혁이라는 강압에 못 이겨 속속 백기 투항하듯 총장직선제 폐지를 수용했다. 교과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38개 중 35개 대학이 총장 추천제 또는 공모제로 전환했다. 나머지 부산대와 전남대, 목표대 등 3개 대학만이 총장직선제 폐지를 거부하는 최후의 보루로 남아 있는 상태다.

교과부, “총장직선제 폐단 방치할 수 없는 수준

교과부는 국립대 총장들이 지역사회와 공생발전을 선도하고 대학 혁신을 강력히 추진할 수 있도록 총장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직접적으로는 총장직선제 선거 과정에서 파생된 교수들의 줄서기, 파벌형성, 논공행상, 보직 나눠먹기 등 각종 부작용이 심각해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교과부 장보현 국립대학제도과장은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국립대학이 과거에 지역을 주도했던 데에서 퇴보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총장직선제로 인한 갈등구조 때문이라며총장 선거를 하다 보니 교수들이 캠프를 차려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고 불법 선거 운동하는 것들이 국회의원 선거만큼 오히려 더 많으면 많았지 덜하지 않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장 과장은이러한 총장직선제 폐단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모색된 것이 총장 추천제이고 공모제라며 직선제를 선호하는 교수들은 선거부작용에 대해 자정노력으로 바로잡겠다고 하지만 스스로 어렵다는 걸 알고 있고 말은 쉽지만 실질적으로 바로 잡기힘든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또 각 국립대 총학생회까지 나서 직선제 폐지를 반대하고 있는 데에는학생들은 자신들을 학교 경쟁력 높이고 교육 연구를 혜택을 주기 위해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는 것인데 민주화 이념 쪽으로 흘러가다보니 덩달아 반대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일부 교수들이 대학 자율화와 민주화를 내세워 반발해도 대학 발전을 가로막는 선거 폐해가 심각한 수준이어서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총장직선제 폐지를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예단했다.

나아가 총장직선제 폐지를 거부하는 대학 교수회나 국교련 교수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에 불과하고 대다수 교수들은 관심도 없다는 게 교과부의 시각이다.교과부는 이달 말까지 각 국립대로부터 총장직선제 폐지 여부를 보고 받고 이를 대학 평가지표에 반영하겠다고 통보했다.

만약 총장직선제를 고수하는 남은 대학에 대해선 구조개혁 중점 추진대학으로 지정, 학자금 대출과 입학 정원 감축 조치 등 행정, 재정적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 교과부-강원대,강릉원주대 구조개혁방안 추진을 위한 MOU체결식이 열린 가운데 이주호 교과부 장관(오른쪽)과 강릉원주대 윤경호 총장직무대행의 체결식(2011.12.9)<뉴시스>

총장공모제 전환은 민주주의 말살 의도

이처럼 정부는 총장직선제 폐지를 밀어붙이기 위해 교육역량강화사업이라는 평가지표를 앞세워 재정 지원 압박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래서 대다수의 국립대학이 무릎을 꿇었고 완강하게 맞서고 있는 대학들도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교련은 이달 들어 연일 대정부 비판 성명을 내고 교과부가 위헌위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총장직선제 폐지를 강박하고 있으며 직선제 폐지를 행재정적 제재와 연결시키면서 사실상 관치를 하고 있다상아탑 민주주의의 퇴보를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교련은 앞서 624일에는 야권을 통해 이주호 장관에 대한 탄핵 소추 발의 및 해임 건의를 청원해놓은 상태다.

국교련 공동의장인 손창현 경북대 교수는 총장 공모제로 전환되면 그야말로 상명하복 식의 군대조직처럼 교과부의 지시에 순응하는 내·외부 인사를 낙하산 총장으로 앉혀 대학 운영을 획일적으로 좌지우지하면서 정부 기관으로 귀속시키겠다는 속셈이라며 이렇게 되면 대학 자율화와 구성원들의 언로를 가로막고 마치 효율성과 성과만 따지는, 회사나 군대 조직처럼 정부의 무조건적인 명령과 지시에 따라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대학 내 민주주의 퇴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대학총장임용추천위에서 초빙 형태로 출신 관료들이 총장 공모에 나서는 경우에는 현행법상으로 별문제 없다고 보고 있다.
 
결국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국립대로서는 재정 확보와 각종 연구과제 선정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선 정부와 친밀도가 높은 총장을 선출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총장직선제 폐지를 찬성하는 교수들 중에는 자율화와 민주화보다는 경쟁력에서 대학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간 20여년간 총장직선제로 인한 각종 선거 부정과 폐단은 교수사회가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교수사회에 자정 노력과 기회를 주지 않고, 교과부의 입김대로 대학 운영을 휘두를 총장들로 채워 넣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독재적 발상은 지난 5년간 효율성만 강조해온 MB정부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빚어낸 일방통행의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올 가을학기 전국 국립대 총학생회로 번져나갈 총장직선제 폐지의 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kds@ilyoseoul.co.kr

고동석 기자 kd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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