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민주당 핵심실세 A 의원과 비공개 회동설
이재오, 민주당 핵심실세 A 의원과 비공개 회동설
  • 전성무 기자
  • 입력 2011-05-24 10:40
  • 승인 2011.05.24 10:40
  • 호수 890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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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이재오, “당권·대권 다 노린다”
[정대웅 기자] photo@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한나라당 7·4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주자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김무성 전 원내대표와 홍준표 전 최고위원이 유력한 당권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4·27 재보선 패배 이후 쇄신정국을 주도한 남경필 의원과 나경원 정두언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들 외에 이재오 특임장관의 움직임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권과 당권 사이를 저울질 하고 있는 이 장관의 ‘행보’가 어느 쪽으로 향하느냐에 따라 여권 권력 지형이 들썩이기 때문이다. 여권 일각에선 당헌·당규 개정 추진과 관련해 당권·대권을 다 노리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제기하고 있다. 한나라당 전대를 둘러싼 이 장관의 속내를 알아봤다.

한나라당의 차기 당권주자들 가운데 가장 먼저 본격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은 김무성 전 원내대표와 홍준표 전 최고위원이다. 소장파 그룹과는 달리 당 쇄신논의에서 한 걸음 물러나있지만 전대 룰이 확정되면 이들의 당권도전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원내대표는 이달 초 원내대표 퇴임 이후 정치적 현안에 조심스런 입장이었다. 그러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속내를 내비쳤다. 소장파 의원들의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당권 도전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김 전 원내대표는 이날 “소장파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해 기대를 크게 했는데 방향 설정을 잘못해 화가 난다”며 “이미 역풍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정운영을 책임진 여당 대표는 큰일을 하는 자리로 연륜과 경험, 모나지 않게 아우를 수 있는 너그러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당권도전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홍 전 최고위원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그 역시 4월 재보선 패배 이후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언론의 인터뷰 요청도 모두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최고위원은 요즘 정권 재창출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당권 도전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지만 그의 전대 도전이 유력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이후 열렸던 7·14 전대에 도전할 때보다 상황이 좋기 때문이다. 홍 전 최고위원은 지난해 7월 전대에서 소장파 그룹을 누르고 1위와 2%차이로 2위에 오르는 등 ‘노익장’을 과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당권 도전도 홍 전 최고위원이 서울 출신의 4선 중진이라는 ‘선수’가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요즘 당 내부의 쇄신 움직임에 맞춰 서민특위위원장이라는 경력도 긍정적 요인이다.


소장파 당권 도전 여부는?

소장파 그룹의 당권 도전 여부도 이번 전대의 관전 포인트다. 4선인 남경필 의원과 재선의 나경원 정두언 의원 등이 소장파 주요 당권주자로 꼽힌다.

이들 3명은 4ㆍ27 재보선 직후 쇄신 돌풍을 일으킨 주역이다, 현재 ‘새로운 한나라’에 속해있으면서 중도개혁 성향 모임인 ‘통합과 실용’에서도 교류해왔다.

이 때문에 소장파에서 이들 3명 의원 등을 대상으로 ‘미니 경선’을 실시한 뒤 전대 단일후보를 내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나온다.

하지만 이들은 이 같은 시각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단일 후보에 대한 입장 차가 엿보인다.

남 의원은 ‘적임자에 대한 중지 모으기’를 강조했고, 정 의원은 “논의가 이뤄진 바 없다”면서도 “과거 후보 단일화의 경험 등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나 의원은 당권 도전에 ‘관심 없다’는 입장이다.

차기 당 대표의 자질에 대해서는 “당을 국정의 중심으로 이끌 인물이 돼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하지만 현실화 여부를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남 의원과 정 의원은 “젊은 세력이 당을 맡아 운영해야 한다”며 ‘젊은 대표론’에 힘을 실었지만, 나 의원은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미래가 있는 대표’를 강조한다.

나 의원과 정 의원은 당권ㆍ대권 분리규정 완화에 동의하지만 남경필 의원은 부정적이다.

당의 정책 기조 설정 문제에도 ‘소장파 3인방’의 의견이 엇갈린다. 남 의원은 “이념 갈라치기가 아닌 중산층이 원하는 정책”을 주장했다.

나 의원은 “무조건 좌클릭하는 쪽으로 (민주당을) 따라가서는 안된다”며 보수 가치 강화에 초점을 맞췄고, 정 의원은 “보수 가치를 시대변화에 맞게 수정하는 중도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3인방은 모두 당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쇄신국면인 현재 도전의사를 내비칠 경우 진정성에 의심을 받는 등 역풍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한나라당 당권을 둘러싸고 신주류와 구주류 측에서 각각 유력 주자들이 떠오르고 있지만 무엇보다 믿을만한 ‘카드’는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재오 역할론’ 확산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이 특임장관의 ‘역할론’에 기대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 장관의 당 복귀 여부에 여권의 시선이 쏠려 있는 것.

4월 재보선 패배 후 소장파와 개혁세력들은 ‘책임론’을 제기했고, 친이계인 ‘이재오계’는 순식간에 구주류로 밀려났다. 이 장관은 현재 소장파의 공세에도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측근들에 따르면 이 장관은 여권 안팎의 상황에 예의주시하며 당 복귀 시기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쇄신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즉각적인 당 복귀는 친박과 정면 충돌을 야기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비주류 출신인 황우여 원내대표가 원내를 장악한데다 각 계파 구성원들도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상황.

하지만 이재오계 인사들은 여전히 이 장관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재오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 장관이 당으로 돌아와 중심을 잡아 줘야 한다”는 역할론이 우세하다.

당초 해체설이 나돌았던 이 장관을 지지하는 모임 ‘함께 내일로’는 지난 18일 모임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 장관의 당 복귀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모임은 이날 여의도 사무실에서 전체 회원 80여 명에 육박했지만 이중 20명만 모여 사실상 해체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는 앞으로 당당히 이명박 대통령이 성공하고, 대한민국이 나아가도록 앞장 서겠다”고 밝혔다.

특히 친이 주류를 내세워 원내대표 선거에 강한 자신감을 표출했던 안경률 의원은 “함께 내일로의 역사적 과제, 국민적과제는 남아 있다”고 역할론을 강조했다. 심재철 의원 역시 “함께 내일로는 연구모임인데 해체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이 복귀할 경우, 흩어진 친이계의 결집이 예상된다. 이 장관은 이를 바탕으로 당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장관은 최근 측근들에게 차기 대선 도전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4월 재보선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이 장관에게 있어서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당권 이후 대권 도전설이다. 대권에 도전할 경우에 경선이라는 1차 관문에서 ‘박근혜’라는 거대 산맥을 넘은 뒤 본선 2차 관문을 통과해야 대선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하지만 당권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이 장관은 현재 친박계에 맞설 수 있는 독자조직을 갖춘 당에서 몇 안 되는 인사다. 우선적으로 당권을 잡고 대선 고지를 넘볼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한나라당에서 논의되고 있는 당헌·당규 개정 움직임에도 이 장관은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은 이 때문에 이 장관의 움직임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 장관은 4월 재보선 이후 민주당 핵심 실세인 A 의원과 비선 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은 A 의원과 비공개 회동을 한 자리에서 자신과 민주당의 공동 생존 전략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의원은 이 장관과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한 뒤 “중요한 손님이 온다”면서 보좌진을 비롯한 측근들을 모두 내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함께한 자리에서 이 장관은 MB정권, 내년 총선과 대선, 그리고 북한 문제에 대해 A 의원과 집중 논의 했다고 한다.

또 이 장관과 민주당이 모두 살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머리를 맞댄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두 거물의 만남은 그리 어색한 일이 아니다.

이들은 현재 정당은 다르지만 과거부터 민주화 전선에 투신한 ‘전략적 동지’ 관계로 통한다. 이 장관이 지난해 7월 은평을 국회의원 재선거를 통해 여의도 복귀에 성공했을 때도 가장 먼저 찾아가 인사를 한 인물이 A 의원이다. 여야가 극한 대립각을 세울 때도 이들은 종종 만나 해법을 모색해 왔다.

이 때문에 이 장관과 A 의원은 차기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적’인 박 전 대표와 맞설 비장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흘러나온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이 박 전 대표를 제거할 카드로 세간에 묻힌 ‘박근혜 파일’을 확보하고 대선 전에 터뜨릴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이 장관은 최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자신의 지지모임 ‘대구평상포럼’ 창립대회와 ‘강원평상포럼’ 창립총회, ‘전북평상포럼’ 창립총회에 잇따라 참석했다. 포럼은 지역에서 이 장관의 지지 세력을 넓히겠다고 밝히는 등 이 장관의 행보에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장관 당권 견제 움직임 포착

이 장관이 당권 우선 도전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자 당 내부에서는 소식에 밝은 발 빠른 인사들이 먼저 나서 견제하는 움직임이다.

현기환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9일 이재오 특임장관이 7·4전당대회에 출마할 가능성과 관련해 “분명히 자제해야 될 일”이라며 “이는 또 다른 분열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친박계 초선인 현 의원은 이날 오전 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상도입니다’에 출연해 “그렇게 되면 국민에게 보여줄 마지막 기회마저 놓쳐 버리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당내 최대모임이자 친이계로 구성된 ‘함께 내일로’가 해체하지 않기로 한 것을 두고서는 “차기 전대에서 특정 계파 인물을 밀기 위해서라든지 당권을 차지하려고 결속을 유지했다면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한나라당 내부에선 당권을 둘러싸고 각 세력 결집체들의 복잡한 셈법이 공존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정치권의 시선은 점점 이 장관의 발걸음으로 주시하면서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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