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최은서 기자] 폭염과 열대야가 연일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에는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유행처럼 번진다. 한여름의 온갖 목격담과 괴담에서도 귀신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한 밤의 TV 프로그램과 극장 스크린에도 유령·심령이 넘쳐나는 등 귀신 일색이다. 이처럼 어느 때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귀신을 소재로 한 공포에 눈과 귀를 사로잡히는 이유는 요즘 같은 폭염에는 시원함보다 오싹함이 더 더위를 날려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부족해 직접 귀신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 귀신이 출몰한다는 흉가를 한밤에 직접 찾아다니는 흉가 체험 마니아들이 그들. 이들은 ‘여름이 흉가체험의 피크’라며 전국의 흉가들을 겁 없이 누비고 다닌다.

‘흉가체험’ 등 귀신이 출몰한다는 흉가를 두 발로 찾아다니는 흉가 체험 동호회들은 한 여름이면 더욱 바빠진다. 매번 흉가를 찾을 때마다 귀신이 곡할 노릇으로 납득하기 힘든 이상 현상을 체험하면서도 오싹오싹하고 짜릿한 ‘공포’를 잊지 못해 남들이 모두 잠든 한밤에 어김없이 흉가를 방문하곤 한다.
전국 4대 흉가 둘러싼 무서운 이야기
전국의 4대 흉가로 제천 A가든, 강화도 H목장, 영덕 J해수욕장 흉가, 경기도 광주의 G폐정신병동이 꼽힌다. 이 네 곳은 수년 전부터 ‘납량 관광 1번지’로 떠오른 곳들이다.
제천 A가든은 불황으로 2000년께 문을 닫은 곳으로 알려졌다. 2층짜리 건물인 이곳은 가게 문을 닫은 이후 흉흉한 소문으로 제천의 달갑지 않은 명물이 됐다. 이곳은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은 채 내버려지다시피 해 온 유리창이 깨지고 수풀이 우거져 외관의 모습만으로도 을씨년스럽다. 이 같은 분위기에 온갖 소문들이 더해지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한기를 느끼게 한다. ‘A가든 창고 뒤에서 목을 매 목숨을 끊은 사람이 있다’, ‘한 택시기사가 A가든 앞 논두렁에 추락해 죽었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흉흉한 소문이 A가든을 둘러싸고 떠돌고 있다.
제천 A가든을 직접 다녀온 신모(26)씨도 A가든을 둘러싼 또 다른 소문을 기자에게 들려주었다. 신씨의 말에 따르면 이곳은 가게가 운영될 당시에도 터가 좋지 못한 탓인지 장사는 파리만 날리기 일쑤였다. 어느 날 가게 2층으로 올라간 손님이 따라 올라온 종업원에게 주문을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음식이 나오지 않았다. 손님은 가게 안에 손님들이 많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테이블을 무신경하게 대한다고 생각, 주인에게 ‘왜 음식을 갖다 주지도 않고, 늦게 나오는 것에 대한 설명도 한 마디 없느냐’고 화를 냈다. 그러자 그 주인은 주문을 받지도 못했다고 말하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알고 보니 손님이 본 종업원은 A가든에 존재하지 않는 종업원이었다. 신씨는 이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 종업원이 A가든에 있었던 귀신이었지 않겠느냐”며 “A가든은 가게 운영 당시보다도 흉가가 되고 난 후 일화가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김모(26·여)씨도 흉가체험을 하고 싶어 A가든을 찾았다 수풀이 우거진 건물을 보고선 건물의 기에 눌리는 기분이 들었다. 김씨는 동호회 회원들과 같이 갔지만 불길한 생각이 엄습해 도저히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괜한 호기심으로 왔다는 후회만 들 뿐이었다. 입구에서부터 잔뜩 경직된 김씨는 동호회 회원들에게 ‘도저히 못 들어가겠다’고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장난기가 발동한 동호회 회원들은 ‘막상 들어가면 괜찮을 것이다’, ‘함께 가는데 뭘 그리 떨고 그러느냐’며 김씨의 등을 A가든 안으로 떠밀었다.
A가든 안에 발을 딛자 마자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하고 불쾌한 분위기에 압도된 김씨는 자신도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극심한 압박감과 공포감에 맞딱드린 김씨는 급기야 혼절을 하고 말았다. 놀란 동호회 회원들은 물먹은 솜처럼 축 늘어진 김씨의 양 팔과 다리를 붙잡고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밖으로 나오고서야 김씨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
강화도 H목장도 A가든 만큼이나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산중턱 입구를 지나 산길을 조금 올라가면 3층짜리 전원주택과 축사가 있다. 집 앞에는 구릉지가 펼쳐져 있는데 관리를 전혀 하지 않는 곳이다 보니 수풀이 제멋대로 우거진 채 바람 따라 흔들려 스산한 분위기를 풍긴다.
워낙 외진 곳에 집 한 채만 덩그러니 있다 보니 이곳 역시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들이 난무하고 있다. 흉가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곳 축사에서 남자가 자살을 해 흉가가 됐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이곳은 밤마다 공포로 시청자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했던 각종 공포 특집 프로그램 등에 자주 등장하기도 했다.
검도인인 이모(35)씨는 자신의 담력도 시험해볼 겸 귀신이 많기로 소문난 H목장을 찾았다. 한 밤에 찾은 그 곳은 기괴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긴 했지만 극심한 공포를 느끼지는 못했다. 하지만 머리가 쭈뼛 서는 일이 발생한 건 우연한 데서였다. 검도인이라 늘 차 트렁크에 목검을 가지고 다녔던 이씨는 H목장 주변에 우거진 수풀을 향해 목검을 내리치며 몸을 풀었다. 한 밤 중에 죽도로 조용한 밤공기를 가르며 기합을 넣던 이씨는 순간 기급하고 말았다. 아무런 이유 없이 목검이 세로로 쫙 갈라지고 말았던 것. 그 순간 이씨는 등골이 오싹거렸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일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H목장을 다녀온 직후, 집에서 애지중지 기르던 애완견이 돌연 입에 거품을 물면서 앓기 시작한 것이다. 곧장 동물병원에도 데려가고 정성껏 병간호를 했지만 갈수록 상태가 나빠지더니 앓기 시작한지 3일 만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공포 영화 속 주인공 된 기분
영덕 J해수욕장은 6·25 당시 상륙작전의 실패로 수백 명이 전사한 곳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위치한 J해수욕장 흉가는 1980년께 지어진 2층 건물로 식당 등이 줄줄이 망해서 나가고 무속인 부부도 세 들어 살다가 견디지 못하고 나갔다는 이야기가 흉가 체험 마니아들 사이에서 떠돌고 있다. 실제로 이 집을 지을 때도 많은 유골들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한 티비 프로그램에 귀신이 자주 출몰하는 곳으로 소개돼 흉가 마니아들에게는 공포를 체험하기 좋은 곳으로 인기를 끌었다.
경기도 광주의 G폐정신병동은 2006년부터 흉가를 방문해 공포를 체험하고자하는 사람들에게 현장실습의 좋은 장소가 된 곳이다. 이곳은 규모부터 다른 흉가들을 압도한다. 폐정신병동인 이곳은 3층짜리 건물로 661㎡(200평) 이상의 규모다. 이곳을 다녀간 후 몸이 안 좋아지거나 불행한 일을 당한 사람이 많다는 흉흉한 소문도 음침한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신씨는 새벽 1시께 동호회 회원들과 이 곳을 찾았다 섬뜩한 경험을 했다. 동호회 회원 10여명과 일렬로 서서 3층에서 2층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신씨는 제일 뒤에서 회원들을 따라갔다. 회원 모두 우회전으로 복도로 꺾어 들어가고 있는데 한 사람만 좌회전을 하고 있었다. 놀란 신씨는 “잠시만요”라고 외치고 “지금 좌측으로 가신 분 계세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회원들은 “무슨 소리냐. 모두다 우회전 하기로 한 것 아니었냐”라고 되물었다. 신씨는 이를 이야기하면서 “그때 내가 본 것은 귀신이 아니었을까”라고 반문했다.
4대 흉가 외에도 대전 C폐교, 이태원의 한 주택, 부산 폐병원, 부산 D재개발 아파트, 대구 K동굴 등이 흉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흉가 체험 마니아들은 ‘자신이 공포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을 가장 큰 매력으로 꼽는다. 깜깜한 한 밤에 불 하나 켜져 있지 않은 흉가에 들어가 어둠 속에 홀로 놓이는 듯 한 기분에 스릴과 오싹한 공포를 느끼는 것. 이들은 ‘마치 건물에 압도당하는 기분을 느낀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흉가 체험 마니아들에 따르면 흉가에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습기가 많고 건물 곳곳에 곰팡이가 빽빽이 피어있다. 건물 안의 습기 탓인지 천장은 대부분 내려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흉가 체험을 하는 사람마다 신기하게 여기는 것은 흉가마다 특정 곳에서 이상한 기운을 느끼는 것이 사람마다 동일하다는 점이다. ‘이 방에 뭔 가 있을 것 같다’, ‘왠지 여기 있으면 안될 것 같다’, ‘여름인데도 스산하고 춥다’라고 느낀 곳이 같다는 것.
흉가체험의 또 다른 묘미는 ‘심령사진’이다. 심령사진이 사람의 모습으로 찍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빛 덩어리나 안개, 담배 연기처럼 찍히는 경우가 대다수. 수풀이 다 말라있는 건조한 날에도 사람 형상과 비슷한 안개 등이 찍히는 경우도 잦다고 한다.
“흉가에 가면 반드시 일이 생긴다”
흉가체험의 경우 퇴마사와 함께 가는 경우도 많다. 흉가체험 도중 빙의를 겪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휴대폰이나 카메라 오작동, 방송 촬영 중 조명이 꺼진다거나 문이 저절로 열렸다 닫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리는 등 원인불명의 기이한 현상도 자주 일어난다.
퇴마사로 유명한 김영기 법사는 “폐가와 흉가는 엄연히 틀리다. 폐가는 사람이 오랫동안 집을 비워 방치돼서 황폐화된 것이고, 흉가는 사람이 들어갔을 때 잘 되던 일이 망하거나, 아프거나 죽는 등 반드시 일이 생기게 돼있다”며 “흉가는 귀신의 작용일 수도 있고 풍수적 원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법사는 흉가에 영능력자나 귀신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을 대동하지 않고 가게 되면 무차별적으로 빙의되거나 해코지를 당할 수 있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흉가를 다녀온 사람들은 ‘빙의’를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빙의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김 법사에 따르면 놀랍게도 빙의는 스스로 귀신을 불러들이는 경우가 대다수다. 무엇인가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몰두하면 귀신이 그 파장에 자연스럽게 맞춰 몸 속안에 자리 잡게 된다는 것. 특히 자신이 빙의됐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수년간 그대로 놔두게 되면 사람의 혼과 귀신이 동화가 되어서 퇴마사라고 하더라도 한 번에 몸에 깃든 귀신을 뽑아내기가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끝으로 귀신이라는 존재는 하나의 영 덩어리라고 정의했다. 김 법사는 “귀신이 항상 구석진 자리에 위치하는 것은 자신의 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귀신이 머무르고 있는 모서리 쪽은 음습하고 습기도 많고 축축하다”고 덧붙였다.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