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사람은 사건 당일 오후 8시 45분께 이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뒤 오후 11시께 김씨가 근무하던 H산부인과에서 만났다.
이후 김씨는 수면마취제 미다졸람에 다른 약품을 섞어 이씨에게 주사했고, 이씨는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당시 이씨가 “왜 프로포폴이 아니고 이거냐”고 묻자 김씨는 “이것(미다졸람)도 좋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경찰조사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이씨에게 영양제를 주사해줬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검찰은 우유가 남성의 정액, 주사는 성기를 뜻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관계를 의미한다고 추측했다. 또 실제 두 사람은 사건 당일을 포함 지난 6월부터 약 여섯 차례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반면 이 같은 해석이 억측이라는 주장도 있다.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은 물에 잘 녹지 않기 때문에 대두유에 타서 주사로 쓰기도 한다. 이로 인해 주사액이 우유처럼 뿌옇게 보인다는 점에서 ‘milk of amnesia(기억상실증 우유)’라는 이름을 갖고 있기도 하다. 만약 이씨가 이날 미다졸람이 아닌 프로포폴을 투약 받았다면 의문의 ‘우유주사’는 프로포폴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프로포폴 과다 투약으로 사망에 이른 故 마이클 잭슨 역시 이 약을 ‘우유(milk)’라고 불렀다는 후문이다. 프로포폴은 피로 해소와 함께 기분이 좋아지는 등 환각 효과가 있지만 호흡 억제, 혈압 저하 등의 부작용이 있어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지난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의 수사를 맡은 서울 서초경찰서는 김씨에 대해 시체 유기, 업무상 과실치사, 마약류 관리법 위반, 의료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9일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앞서 김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11시께 H산부인과를 찾은 이씨에게 미다졸람 5mg을 생리식염수에 섞어 주사했다. 이씨는 약 기운이 퍼져 이내 잠들었지만 20분 뒤 깨어났다.
그러자 김씨는 포도당 영양제 1L가 담긴 링거에 수술용 마취제, 항생제, 진통제, 비타민제 등 10여 종류의 약품을 섞은 뒤 다시 투약했다. 이런 가운데 이들은 성관계를 갖기 시작했고, 이씨는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한편 김씨와 이씨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이 공개되자 현재 H산부인과 홈페이지는 폐쇄됐다. 성수대교 남단 사거리에 위치한 H산부인과는 병원을 옮기려는 산모들의 거센 항의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고은별 기자 eb8110@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