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기차를 숙소삼아 강행군으로 건강과시
김정일, 기차를 숙소삼아 강행군으로 건강과시
  • 이현정 기자
  • 입력 2011-05-23 11:32
  • 승인 2011.05.23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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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방문 중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무숙박'강행군 일정이 주목받고 있다.

20일 새벽 지린성 투먼(圖們)을 통해 방북한 김 위원장은 22일까지 사흘간 특별열차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투먼-무단장(牧丹江)-하얼빈(哈爾濱)-창춘(長春)-선양(瀋陽)-텐진(天津)-양저우(揚州)로 향하는 일정을 모두 소화해 냈다.

21일 오후 2시20분께 창춘역을 출발한 김 위원장은 약 30시간을 달려 22일 저녁 7시54시께 장쑤(江蘇)성 양저우(揚州)역에 도착하고서야 양저우 영빈관에 여장을 풀었다.

그는 투먼에서 헤이룽장성 무단장으로 이동, 홀레데이인 호텔에서 만찬을 한 뒤 곧바로 열차에 올라 하얼빈을 무정차 통과한 뒤 다음날인 오전 8시20분께 창춘역에 도착했다.

창춘에서는 중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기업 이치자동차를 방문하고 난후호텔에서 중국측 인사들과 오찬 회담을 한 뒤 열차를 타고 선양과 텐진을 통과해 양저우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은 사흘간 어떤 호텔에서도 숙박을 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투먼부터 양저우까지 중국을 종단한 거리만 해도 3000km가 넘는다.

김 위원장은 양저우에서 1991년 10월 중국을 방문한 김일성 주석과 장쩌민 전 주석이 유람선을 탔던 호수 서우시후(瘦西湖)를 방문하고 장 전 주석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 신문은 김 위원장이 장 전 주석의 안내로 양저우 경제기술개발구와 김 주석이 관람했던 유적지 등을 시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무숙박 강행군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일정을 소화하려는 것도 있겠지만,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자신의 중국 방문을 이슈화 시키고 2008년 뇌질환을 앓았던 70세 노인의 이동경로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장거리 여행을 할 정도로 건강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내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4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평얀북도 구장군 구장양어장 현지지도 사진에서도 평소 신던 굽 없는 검은색 '스니커즈'나 '컴포트화'를 벗어던지고 2~3cm의 굽 있는 구두를 신고 등장해 건강이 호전된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김 위원장의 장기 기차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01년 7월26일부터 8월18일까지 이뤄진 러시아 방문과 2002년 러시아 극동지역 방문 때에도 평양에서 모스크바까지 왕복 2만여㎞를 무려 24일에 걸쳐 오고갔다.

당시 크렘린의 이고리 코로미츠 지역공보장관은 AP TV와 가진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이번 방문은 역대 국가수반급이 행한 외국방문 중 최장거리 여행으로 기네스북에 기록될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열차 여행을 유독 좋아한다는 분석도 있다. 아버지 김일성 주석도 열차 여행을 좋아했으며 김 주석을 롤 모델로 삼은 김 위원장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 방문을 위해 24일간 열차를 탔을 때도 유쾌한 기분으로 차창을 통해 보이는 대륙의 곳곳을 살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탑승한 특별열차는 외부 방탄 장치는 물론 82㎜ 박격포까지 갖추고 있으며 1호 객차 내부는 고급 호텔 못지 않은 침실이 있고, 이동 경로를 직접 볼 수 있도록 위성 전자지도와 인터넷, 영화 감상을 위한 대형 스크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연회실과 회의실, 의료실까지 완비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에서는 특별열차에 첩보위성과 정찰기의 추적을 피할 수 있는 기능이 장착됐을 것이라는 설도 나오고 있지만 확인되진 않았다.

그는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으로 북한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른 이후 2000년 5월과 2001년 1월, 2004년 4월, 2006년 1월, 2010년 5월, 2010년 8월 중국을 방문할 때 특별전용열차를 이용했다.


이현정 기자 hj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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