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상가 인수한 롯데…주변 상인들 “마트 들어서나” 전전긍긍
“재개발 이후 입점할 것” 전망돼…시공사로 롯데건설 참여설도
롯데그룹이 지난해 6월 CS유통을 인수할 당시만 하더라도 대형마트가 기업형슈퍼마켓(SSM)을 인수하는 첫 사례라는 점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 SSM 업계 7위의 CS유통은 굿모닝마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유진상가에 입점한 굿모닝마트는 CS유통이 보유한 매장 가운데 최대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0년대 주상복합으로 세워진 유진상가는 당시 서대문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꼽히기도 했다. 유진상가를 건설한 신성건설은 아파트 부분은 개인에 분양했고, 상가 부분은 직접 운영해 오다가 부도를 맞으면서 매각하게 됐다. 신성건설이 2010년 매각에 나서자 당시 유진상가 1층에서 굿모닝마트를 운영하고 있던 CS유통이 사들였고, 지난해 롯데쇼핑이 CS유통의 지분 85%를 인수하면서 유진상가도 롯데그룹의 소유가 됐다.
유진상가, 롯데마트 될까?
굿모닝마트는 현재 유진상가 1층의 5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롯데가 유진상가 전체를 롯데마트로 변경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서울 서대문·은평구 지역은 인구밀집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는 이마트 은평점과 킴스클럽 불광점 정도뿐이다. 홈플러스 월드컵경기장점과 롯데마트 서울역점이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대형마트다. 서대문구에는 대형마트가 전무한 상황이다. 이는 이 지역에서 대규모 부지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고, 전통시장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굿모닝마트가 롯데쇼핑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이미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인왕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지금은 롯데가 직접적인 운영을 하는 것도 아니고 기존 CS유통에서 그대로 운영을 하면서 이전과 큰 차이는 없다”며 “다만 지난 4월부터 굿모닝마트와 롯데마트의 포인트가 통합되면서 롯데를 애용하는 고객들이 그쪽으로 더욱 쏠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통시장 코앞에 롯데마트
롯데의 CS유통 인수가 장기적인 안목으로 진행됐을 가능성도 있다. 유진상가를 당장 롯데마트로 변경하지 않더라도 추후 재개발이 진행될 경우 기존 영업권을 내세워 롯데마트를 입점시키는 방식이다. 유진상가 부지는 2003년 균형발전촉진지구로 지정되면서 현재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5월 서울시는 제10차 건축위원회에서를 열고 유진상가를 포함한 ‘홍제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계획안’에 대한 건축심의를 통과시켰다. 계획안에 따르면 홍제동 298-9번지 일대 2만6665㎡ 부지에 지하 4층, 지상 48층 업무시설 1개동(판매·문화시설)을 비롯해 공동주택 3개동(693세대)이 건설된다.
이와 함께 재개발 시공사로 롯데건설의 참여를 염두하고 유진상가 인수에 나섰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조합 관계자는 “롯데건설 관계자가 시공사로 참여하기 위해 홍보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며 “롯데가 유진상가 지분을 통해 조합원 자격이 생길 경우 시공사로 롯데건설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고 말했다.
유진상가 재개발 일정이 빨라질수록 롯데의 CS유통 인수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기존에 굿모닝마트가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마트가 들어서는 일은 없을 것이고 그럴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면서 “재개발과 관련된 사안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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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홍 기자 sliz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