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열의 광고비평] 날개 달아준다며 영(Young)세대 중독성 유발하는 동서식품 레드불 광고
[김재열의 광고비평] 날개 달아준다며 영(Young)세대 중독성 유발하는 동서식품 레드불 광고
  •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 입력 2012-08-07 15:37
  • 승인 2012.08.07 15:37
  • 호수 953
  • 4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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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루스(Icarus) 환상’의 추락 모르는 척 뒤탈 날까 걱정 되네

▲ 레드불이 후원하는 ‘익스트림 스포츠(Extreme Sports)’의 한 장면
작가 이문열은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날개를 달아준다며 ‘익스트림 스포츠(Extreme Sports)’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을 꼬드기며 유혹의 손길을 뻗치는 음료가 관심을 끌고 있지만 사회적 논란도 적지 않다.

‘Extreme(극한)'에서 ‘X'를 따서 X게임이라고도 칭하는 이 스포츠는 갖가지 묘기와 스릴이 넘치는 청소년 중심의 레포츠다. 1993년 스포츠 전문 케이블TV ESPN이 ‘X게임'이란 타이틀로 대회를 개최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바이시클 스턴트·스케이트보드·롤러 블레이드·맨발 수상스키·스포츠 클라이밍·스카이 서핑·번지 점프·스트리트 루지(누워서 달리는 썰매의 일종) 등의 종목이 있다. 몸매유지와 유산소운동 목적의 종목도 있지만 몸을 크게 다치거나 심지어는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종목도 있어 위험이 따르기도 한다.

날개 달아준다며 구매욕구 부추기지만 과음 부작용은 모른척

고 카페인 음료인 레드불(Red Bull)은 이들 스포츠의 스폰서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몸에 날개를 달아준다(Redbull Gives You Wings)'는 광고 메시지로 모험을 즐기는 영 세대의 구매 욕구를 부추기고 있다. 극한 스포츠와 접목시키며 특히 F-1의 경우 아예 팀을 짜서 우승시키기도 한다. 에너지 음료인 척 하지만 그 특성이 이들 스포츠를 닮은 듯 적당히 마시면 다소의 활력을 주기도 하지만 과하면 갖가지 부작용 등 위험을 초래하기도 한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근교에 본사를 둔 레드불은 1987년 자국에서 판매를 시작해 유럽 전역과 호주, 북미 등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전 세계 에너지 드링크 시장의 50~60%가량을 장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2011년 8월부터 동서식품이 수입해 유통·판매하고 있다.

광고는 눈 덮인 산악에서 스포츠 선그라스를 쓰고 산악 스키를 즐기는 사나이, 그 아래 절벽의 바다에 거칠게 몰아치고 있는 파도와 사이클 다이빙, 스카이다이빙, 비 보잉 등 여러 가지 극한의 스포츠들을 모두 모아 놓은 듯 다이내믹한 영상들을 보여준다. 짜릿한 느낌과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 음료를 마시면 당신도 이렇게 할 수 있다며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이 광고는 맛이 신 포도를 연상하면 침이 분비되는 현상인 ‘조건 자극’의 이론을 활용하고 있다. ‘고전적 조건화 모델(Classical Conditioning Model)’이라 일컫는 이 기법은 광고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중성자극)에 대해 긍정적 이미지(무조건적 자극)를 계속적으로 반복하면 소비자는 긍정적 반응(무조건적 반응)을 나타낸다는 이론이다. 이 광고에서도 ‘익스트림 스포츠’를 무조건적 자극으로 지속적으로 등장시켜 ‘나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무조건적 반응을 이끌어낸다. 그러면서 ‘익스트림 스포츠’하면 레드불이 연상되도록 하여 젊은 층 소비자들의 뇌에 이를 각인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음료는 ‘붉은 소(황소)’라는 뜻의 브랜드 네임부터가 역동적이고 강한 느낌을 준다. 황소는 힘이 넘치는 동물이기도 하거니와 붉은 색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 또한 열정적인 것이어서 이 음료의 특성과 잘 맞아떨어진다. 브랜드 로고에서도 두 마리의 황소가 서로를 마주보고 돌진하는 형상으로 되어 있어 양 날개를 연상시킨다. 그래서 날개를 단 것처럼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다며 아무런 거리낌도 없는 척 말하고 있는 것이다.

▲ 레드불 각종 인쇄광고

‘조건 자극’ 활용 광고

레드불이 세계 각국의 시장으로 진입하는 마케팅 방식 또한 상식을 뒤엎는다. 마케팅 컨설턴트인 ‘알렉스 위퍼퍼스(Alex Wipperfurth)’가 쓴 책 <BRAND HIJACK>을 일별해보면, 레드불은 빈 깡통을 클럽의 화장실에 던져 놓는 방법으로 마약과의 연관성을 유발했다. 혹시 마약이 아닐까. 음료 속의 ‘타우린’이란 성분을 황소의 고환에서 추출한다는 것이 사실일까. 그렇다면 일종의 비아그라 역할도 하는가. 소문은 꼬리를 물었지만 레드불은 이를 잠재우려 하지 않고 오히려 발 빠르게 웹사이트에 ‘루머’란을 만들어 이것을 키우기까지 했다. 레드불 마케팅의 또 하나의 특징은 사회적·경제적 신분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모두의 친구가 되는 것이다. 트럭기사·클럽 족·X스포츠 마니아·직장인·사회 명사나 심지어 회춘을 꿈꾸는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라도 ‘에너지 업’을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단골로 삼는다. 이처럼 과다하게 마시면 당신이 나중에 어떻게 되던 ‘마시고 싶으면 마셔라’라 하며 이 제품의 고객층을 확산시키고 중독성을 키우는 데만 온갖 마케팅 역량을 쏟아 붙고 있다.

국내에서 유통·판매되는 현실도 별반 다르지 않는 것 같다. 중고생과 대학생들이 시험 기간에 이 음료를 열병도 더 마신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청소년들이 일찍부터 카페인을 접하게 되면 적응성이 약하여 카페인 음료의 독성이 강하게 나올 수 있다. 무엇보다도 운동능력과 집중력 향상이라는 광고 콘셉트는 ‘More is Better’를 노리고 있는 듯 하다. 몇 병을 마셨더라도 힘들어지면 또 한 병을 마시게 되는 중독성의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 점이 우려되는 것이다. 이젠 이 음료가 밤새도록 춤을 추며 마셔도 지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독일 술인 ‘예거마이스터(Jagermeister)’에 레드불을 섞어 들이키는 소위 ‘예거밤(Jgerbomb)’ 스타일이 클럽 등 밤의 음주문화를 휩쓸고 있어 더욱 걱정스럽다. 환상의 광고로 제품의 강점만 부각시키고 그 위해성은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는 것도 커다란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 속 ‘이카루스(Icarus)의 날개’는 인간 욕망의 무모함을 경계하는 교훈이다. 너무 높이 날면 날개가 녹을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한 아들은 결국 태양 가까이에서 녹아 바다에 추락해 죽는다. 태생적으로 부작용의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음료가 ‘날개를 달아준다’며 젊은이들을 지나치게 꼬드기면 이카루스의 날개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카루스 패러독스’는 기업은 성공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어제의 성공 신화만 믿다간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  IMI (Issue Management Inc.)대표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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