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실계열사 키워 경영악화 초래…노사 팽팽한 대결
‘파워게임 中’ 이상준 골든브릿지금융그룹 회장 vs 노조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골든브릿지금융그룹(회장 이상준)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실타래를 풀지 못한 채 오히려 노사 양측의 대립이 팽팽하다.
지난달 31일 현재 파업 100일을 맞이하고 있는 노조는 파업 기간 중 사측과 3차례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오히려 사측과 노조는 상대에 대한 비방을 일삼고 있다. 그 결과 골든브릿지금융그룹의 신뢰도 하락만을 야기하고 있다. 더군다나 사측의 최고경영자인 이상준 회장이 노동운동 출신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이 회장의 과거가 재조명되기도 한다. 그 누구보다 파업에 있어 명석한 그이기에 이번 파업 장기화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이다. 골든브릿지금융그룹의 파업현장을 찾아가봤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31일 오후. 골든브릿지금융그룹 사옥이 있는 충정로 앞에는 붉은 글씨의 현수막들이 대거 걸려있다.
“금융감독원은 골든브릿지금융그룹 이상준 회장의 부당경영 배임행위에 대해 즉각 현장 감사에 나서라”, “공동경영 무시하는 골든브릿지금융그룹 이상준 회장은 각성하라” 등 대부분의 표어들이 이 회장에 대한 불신을 표현하는 글들이다.
이와 함께 노조원들은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이상준은 공동경영 약정을 준수하라”는 글귀가 적힌 복장과 팻말을 들고 거리를 누빈다.
이 회장이 과거 노동운동권 출신이라는 점에 대한 불신을 표출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호열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노조 지부장은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골든브릿지)인수 즉시 이 회장의 자산이 불어나는 계약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유상감자까지 감수하면서 인수주체로 골든브릿지를 택한 것은 노조 경력이 있는 이 회장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이제는 믿음이 깨졌다는 것. 이 회장은 1989년 전국보험노련 홍보부장으로 일한 적이 있다.
실타래 찾지 못하는 골든브릿지 파업사태 왜
그렇다면 골든브릿지금융그룹의 파업이 장기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10월 사측이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노사는 멀어졌다. 회사 측은 “노조가 단협을 이유로 인사와 경영권에 관여하려 했다”며 “업계 수준에 맞는 노사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 단체협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반면 노조는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제도 정립을 요구한 것 뿐, 업계 수준을 넘어서는 과도한 요구는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단체 협약은 해지 통보 이후 6개월 뒤에 효력이 발생된다. 해지 효력이 발생한 지난달 16일 이후에도 사측과 대화에 진전이 없자 노조는 같은 달 23일 총파업에 나섰다.
또한 지난 6월 7일 사측이 개최한 정기주총이 “절차와 내용면에서 심각한 하자가 있다”며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지방법원에 ‘비밀주총, 비공개주총 주주총회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박조수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대표발언에서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노동자의 권한과 합의사항을 파기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지난 주총에서 우리사주조합이 지분을 가지고 참가해 사측의 부당한 행위에 대해 따지려고 했으나 남궁정 대표는 우리사주조합의 주총장 입장을 막아섰다”고 지적하면서 “우리사주조합의 의결권 행사와 이사 추천권을 배제한 채 강행한 주주총회는 절차상 내용상 분명 상당한 하자가 있기 때문에 주총이 무효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의 비리 의혹도 갈등을 키웠다. 노조는 부실 계열사(골든브릿지저축은행) 부당 지원, 이 회장이 설립한 재단(한베재단) 부당 지원, 회사 펀드가 투자한 부동산을 사택으로 이용 등을 들어 이 회장의 ‘5대 의혹’을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회사 측은 “의혹이 있다면 노조가 검찰에 고발했을 것”이라며 “단협 문제를 다른 이슈(이 회장 의혹)로 알리려는 행위는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노조 측은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투쟁을 하고 있다”며 “이 회장 의혹은 회사의 대응에 따라 검찰 고발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브릿지인베스트먼트홀딩스(BIH)에 맞선 총파업도 17일에 그쳤는데 이번 파업은 100일째를 맞고 있다”며 “회사 측은 노동조합의 양보만을 요구하지 말고 즉각 성의 있는 대화에 나서라”라고 요구했다.
그야말로 노사가 팽팽히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동종업계는 골든브릿지금융그룹의 노사파업은 앞으로도 장기화될 전망이며, 이로 말미암은 투자자들의 신뢰도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지적한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