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착각 유발 유머 광고 즐거움 주며 구매 유도
유머 광고는 재치와 익살스러운 표현 등으로 소비자들을 즐거운 착각에 빠뜨려 기쁨을 준다. 치밀하게 계산되어 있지만 판매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소비자들의 긴장과 경계심을 풀어 주의 집중을 높이면서 친밀감을 갖게 한다. 광고로서의 성공 여부는 소비자한테 제품으로 다가가며 웃음을 줬는지 아니면 단순한 웃음만 줬는지가 관건이다.
심리학적 분석의 유머광고 유형은 대략 세 가지이다. 먼저 부조화 유형은 소비자들이 처음에 기대한 것과는 달리 광고 내용이 갑자기 우스꽝스럽게 뒤바뀌는 코믹(Comic)한 상황의 발견 등으로 유머를 경험한다는 이론이다. 1997년 무렵 영풍 <알카바> 건전지 광고는 처음엔 무도장의 위엄에 가득 찬 노(老)사부(師父)가 제자가 되고자 하는 아이들의 머리를 순서대로 빡빡 깎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머리를 다 깎고 나서 건전지 약이 남아 있자 이를 카세트에 끼워 신나게 춤을 춘다는 내용이다. 광고가 처음엔 엄숙한 분위기로 시작되지만 나중에는 코믹에 의한 반전으로 예기치 못 한 전혀 다른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유머를 자아낸 사례이다. 부조화의 두 장면을 보여주는 이 같은 유머 광고는 소비자들을 ‘웃게 하는 급소’인 펀치라인(Punchline)을 잘 활용하여야 한다. ‘핫 식스’ 광고도 부조화가 살짝 보이긴 하지만 결정적 일격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두 번째로 각성이론(Arousal Theories)에 의한 유머광고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스트레스 등 심리적 긴장을 해소시켜 제품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이끌어내는 유형이다. 이런 점에서 ‘핫 식스’ 광고는 이런 유형에 더 가까운 듯하다. 그러나 광고의 드라마타이즈(Dramatize) 된 의도가 너무 쉽게 드러날 뿐 아니라 시츄에이션(Situation) 연기 과정의 모델들 동작이 ‘슬랩스틱 코미디(Slapstick comedy)’의 채플린을 보는 것처럼 과장되어 있다. 유머의 각성 정도를 지나치게 만들어 제품과의 연결 고리를 약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동통신 초기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011> 광고는 ‘잘 터진다’가 콘셉트였다. 채시라가 사건현장에서 기절을 하자 이를 본 형사 권용운이 그 기회를 놓칠세라 인공호흡을 통한 입맞춤을 하려는 순간 휴대폰 벨이 울려 뺨을 맞게 되는 장면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광고다. 유머적 상황과 제품 특성을 알리는 각성수준이 적절히 잘 조화된 사례이다. 세 번째는 우월성(Superiority)에 근거한 유머 광고 형태다. 이 유형은 어리석은 자기 자신과 비교하거나 다른 사람의 약점을 자신의 능력과 비교하여 웃게 하는 광고다. 임창정이 모델로 등장하는 <뉴면> 광고를 들 수 있다. 광고에서 모델은 라면가게에서 라면을 주문하지만 주인은 라면은 없다고 말한다. 당황한 손님이 “저 사람들은 죄다 라면을 먹고 있잖아요"라고 대꾸하자 주인은 “라면이 아니라 뉴면"이라고 한다. 그 사이에 제품 특성이 설명 되고 마지막 장면에서 모델은 자신의 잘못을 고쳐 <뉴면>을 주문하게 된다. 이 광고에서 라면을 주문을 하는 손님은 바보처럼 취급되고 있으며 모델의 어눌한 동작으로 인해 그것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런 유형의 광고는 그 제품을 모르는 소비자를 일부러 얕잡아 보는듯하지만 기실은 제품 인지도와 구매 욕구를 높이는데 초점이 맞춰진다. ‘핫 식스’ 광고도 이런 기법을 어느 정도 활용하고 있지만 모델들의 실수나 바보 같은 상황의 연기가 역시 억지로 웃기는 요소에만 치우쳐 있어 그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억지 설정 유머는 광고 효과 못 살려
이처럼 ‘핫식스’ 광고는 유머 광고의 세 가지 유형을 조금씩 차용하고 있지만 어느 것 한 가지라도 제대로 그 의도를 잘 살리질 못 하고 있다. 광고가 아닌 개그라고 해도 ‘멘붕’ 상태의 젊은이들을 구제하는 소재로는 밋밋하여 유머는커녕 쓴 웃음만 자아낸다.
이 제품의 제조·판매원인 롯데칠성음료는 ‘맑고 깨끗한 세상을 지켜나갑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그러면서도 젊은이들의 건강은 뒷전이고 ‘바쁘니까 청춘’이라며 ‘청춘차렷!’ 하면서 윽박지르고 있다. 필요 이상 고 카페인 음료 섭취는 중추신경을 자극하여 신경과민 등 온갖 부작용을 낳는다. 술과 섞어 마시게 되면 폭음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이 음료는 일할 때도 놀 때도 마시기에 적합하지가 않는 것 같다. 김난도 교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 했다. 아픈 청춘에게 자칫 더 아플지도 모를 음료를 강권해서 되겠는가.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 IMI (Issue Management Inc.)대표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