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무사통과?… “박재완 만큼은 반드시 낙마시킬 것”

민심 의식한 개각했지만 ‘부실 인사’ 비판
민주당, 이채필·권도엽·박재완 정조준
[전성무 기자] = 5·6 개각에 따른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개각마다 논란이 불거졌던 ‘회전문 인사’를 의식한 듯 실용성 개각을 단행했다. 정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치러진 4·27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하면서 레임덕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초 예상보다 소심하고 부실한 인사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인사 청문회에 대비한 인사라는 조롱섞인 반응마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철저한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장관 내정자 한명이라도 낙마될 경우 MB 정권 레임덕을 가속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5월 말부터 치러질 인사청문회의 핵심 쟁점을 알아봤다.
“이번 개각은 대체로 무난히 통과되지 않겠느냐.”
정부의 5·6개각을 두고 정치권에서 내놓는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동안 개각 때마다 측근 재배치를 의미하는 ‘회전문 인사’ 비판에 직면해 왔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지난 5월 6일 개각이 있을 것이라는 소식이 청와대발로 흘러나왔다. 이 대통령은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하다 개각 명단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표 전부터 이 대통령의 측근인 류우익 주중 대사의 통일부장관 내정설이 기정사실화처럼 받아들여졌지만 없던 것이 됐다. 권재진 민정수석 역시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한다는 말이 나왔지만 역시 무산됐다. 이 대통령이 이번 개각에서 얼마나 여론을 의식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권은 이번 개각이 실무형으로 채워진 이상 장관 후보자들이 무난히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변수가 남아있다. 일부 후보자들이 야당의 검증망에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고용노동부 이채필, 국토해양부 권도엽,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 후보자를 집중적으로 검증할 방침이다.
이채필 인사청탁성
‘금품수수 의혹’
민주당은 먼저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탁성 금품수수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03년 7월 당시 총무과 민원실 별정직 6급 김모씨는 경기도 안양시 범계역 부근에 위치한 이 후보자의 아파트에 찾아가 현금 1000만 원 등을 담은 봉투를 이 후보자 부인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씨는 돈을 돌려받았다.
문제는 돈을 되돌려 받은 시점이다. 김씨는 공석인 민원실장 자리를 희망하고 있었는데 실제 승진이 이뤄지지 않았고 이 후보자 측에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항의해 석 달 뒤 돌려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다음 날 돌려줬다”고 반박하는 상황.
돈을 전해준 정황도 다르다. 김씨는 고급 화장품과 현금 1000만 원을 한지 상자에 담아 건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고급 화장품은 없었으며 한지 상자가 아니라 반으로 접은 행정봉투(A4)에 ‘과장님 보실 자료’라고 쓰여 있었으며 그 안에 1000만 원이 담겨있었다”고 해명했다.
돌려받은 장소 역시 다르다. 김씨 측은 총무과장실에서 돌려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후보자 측은 “김씨가 근무하는 1층 민원실로 내려가 인사청탁을 하지 말라고 훈계하며 다른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되돌려 줬다”고 해명했다.
당시 현장을 목격했다는 민원실 직원은 “당시 이채필 총무과장이 민원실로 내려와 김모씨에게 ‘어제 우리 집에 왔었느냐’고 물은 뒤 행정봉투를 집어던지며 ‘그런 식으로 살지 말라’고 크게 화를 냈다”고 전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홍영표 의원은 지난 12일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최근 제기된 이 후보자의 ‘돈봉투 수수’ 의혹을 거론하며 “후보자의 장관직 수행 역량과 도덕성을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또 금품수수 의혹 외에도 이 후보자가 현 정부에서 고용정책 실무를 맡았던 점을 강조하면서 ‘일자리 대란 책임’ 등에 대한 질문 공세를 펼 방침이다.
이 후보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에서도 ‘공공의 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해 타임오프 제도와‘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개정의 주역으로 노동계가 이 후보자를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는 또 개각 명단 발표 당시 중·고교를 모두 검정고시로 마친 것으로 발표됐으나 중학교는 울산제일중을 정식으로 졸업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을 빚기도 했다.
권도엽, 전관예우-고액급여
논란 직면
권 후보자에 대해서는 법무법인 ‘김앤장’ 재직 경력과 고액 급여 수수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토부 제1차관에서 물러난 뒤 같은 해 12월 김앤장 고문으로 영입됐다가 최근 사직했다. 김희철 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당 고위정책회의에 참석, 권 후보자를 겨냥해 “전관예우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을 장관으로 불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권 후보자는 4년 반 동안에 무려 세 번이나 자신이 근무하던 부처를 들락날락 했다”며 “2006년에 건설교통부에서 사퇴한 후 7개월 만에 공기업인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임명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8개월도 안 돼 국토부 제1차관으로 다시 공직에 돌아왔다”며 “이후 2010년 12월부터는 김앤장의 고문으로 영입돼 활동하다가 이번에는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됐다. 더욱이 지난달까지 권 후보자가 몸담았던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전관예우로 감사원장 후보에서 낙마됐던 전력이 있는 회사”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최근 법조계의 현안으로 떠오른 전관예우 문제를 청문회에서 걸고 넘어 지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것이다. 이 대통령이 그를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선택한 것은 그의 정책운영 스타일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내부에서는 권 후보자가 후배들에게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으며 부드럽고 꼼꼼한 업무스타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지난 국무총리,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곤혹을 치룬 것을 상기시키며 비교적 청렴결백한 인물을 물색하다가 권 후보자를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개각 당일 오전부터 기재부 장관 후보자를 놓고 이 대통령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대통령은 이번 기재부 장관 임명을 놓고 막판까지 고민했다고 한다. 그동안 기재부 장관으로 다수의 인물이 거론돼 왔지만 박 후보자는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던 만큼 의외의 인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 후보자는 이 대통령의 ‘회전문 인사’ 논란의 한 축을 담당했던 인물인 만큼 지난 청문회의 쟁점이 재점화 될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자는 지난해 인사청문회에서 병역기피와 위장전입 논란에 휩싸인바 있다. 청문회에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다.
민주당 등 야당에선 그가 고혈압을 이유로 보충역 판정을 받은 것을 병역기피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당시 박 후보자는 “어릴 때 경기를 여러 차례 했고 그 과정에서 큰 상처가 나 흉터로 남았는데 신체검사 때 정밀검사를 받으라고 해서 검사한 결과 격한 훈련을 받으면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병무청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재완, 병역기피-위장전입
재점화 될 듯
위장전입 논란은 1996년 9월 서울시 강남구 일원동 소재 아파트에 전세로 살다가 강동구 명일동 아파트로 전입했는데 5개월 만에 다시 일원동 아파트로 돌아온 사실 때문에 불거졌다. 박 후보자는 이에 대해서도 “주민등록 정리를 늦게 했다”며 “자녀교육이나 탈세, 금융 소득공제 등의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는 박 후보자의 자질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도 있다. 관료 출신이지만 기재부 경력이 짧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예산·세제, 거시정책 및 부처 간 정책조율 등 사실상 경제전반의 업무를 총괄하는 곳이다. 기재부 장관은 부처의 업무 특성을 이해함은 물론, 청와대와 국회의 가교 역할까지 해야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박 후보자는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관료생활은 1983년부터 1996년까지 13년 동안이며, 서기관에서 공직을 사퇴했다. 공직시절 기재부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2년 12월부터 1994년 12월까지 당시 재무부 세제실 사무관으로 근무한 2년이 전부다. 그 뒤로는 성균관대 교수를 역임했으며 2004년 제17대 한나라당 의원으로 당선돼 정치에 입문했다. 국회의원 시절 산업자원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을 거쳐 기재부와는 인연이 별로 없었다.
예상대로 민주당 등 야당의 반발이 거세다. 대표적인 ‘왕의 남자’로 통하는 박 후보자만큼은 반드시 낙마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야권은 일제히 박 후보자의 입각에 대해 ‘국정파탄 외면한 인사’, ‘회전문 인사’, ‘반노동·친기업 정책 강행 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지난 재보선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한 치의 반성도 없는 벽창호, 독일병정 인사”라며 “이재오 특임장관을 비롯해 남북정책의 실패를 책임질 통일부 장관, 법무부 장관은 제자리에 눌러 앉았다. 국정기조는 한 치도 바꾸지 않고 지친 장관 솎아낸 후 다시 돌격내각을 꿈꾸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유선진당도 박재완 장관의 기재부 장관 내정과 차관급 인사의 장관 내정이 ‘회전문 인사’, ‘측근인사’라며 “함량미달의 실망스러운 개각”이라고 혹평했다. 민주노동당 역시 “청와대는 중폭개각이라며 떠들고 있지만 국정파탄과 실정의 핵심 상징 부처 수장은 그대로 유임했다”며 “결국 4·27 재보선을 통한 총체적 국정파탄에 대한 심판을 철저히 외면한 개각이며, 국민무시 개각”이라고 비판했다.
진보신당은 “이번 개각은 하마평에 오르던 최측근 인사를 배제해 ‘친위내각’,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면했다”면서도 “그러나 ‘기업 프랜들리’와 행정관료를 택한 점에서 민심을 달래기엔 부족한 개각”이라고 평가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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