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중 주가, “지금이 바닥” vs “실적 악화될 것”
- MJ의 대선 행보 따라 춤추는 주가… 연말까지?


현대중공업(최대주주 정몽준)의 주가가 1년 새 반토막이 났다. 지난해 7월 8일 종가 기준 49만1000원이던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24일 현재 21만250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4월 장중에는 55만4000원까지 치솟던 주가이기에 고점에 물린 투자자들의 원성이 자자한 형국이다.
물론 현대중공업에도 항변은 있다. 지금은 현대중공업뿐만이 아니라 다른 조선사들도 모두 어려운 시기이고 이에 따른 주가 하락을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주가 하락이 업계의 불황뿐 아니라 실적 및 정몽준의 대선 행보와도 관계있다는 시각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주가 하락에 대해 아직 유로존 금융위기 등 불안요소가 해소되지 않아 수주가 끊기고 업황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이어져 어쩔 수 없다고 토로한다. 같은 조선업계 ‘빅3’인 삼성중공업(사장 노인식)과 대우조선해양(사장 고재호)의 주가 역시 좋지 않음도 덧붙였다.
실제로 경쟁사인 삼성중공업의 경우 같은 시기인 지난해 7월 8일 4만8700원이던 주가는 24일 현재 3만5150원에 그쳤다. 부근의 저점은 지난달 4일 3만3650원으로 절반 수준은 아니지만 하락폭이 크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현대중공업과 비슷하게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7월 8일 4만4150원이던 주가는 24일 현재 2만3800원까지 미끄러져 내려갔다.
최근에는 일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현대중공업은 지금이 바닥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보고서들이 나오고 있다. 근래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지난해 말 순자산을 기준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02배를 하회하고 있다. 더구나 현대중공업은 보유자산가치 등을 고려할 때 쓰러질 가능성이 매우 낮은 안정적인 기업임에 틀림없다.
현중, 실적 왜 이러나…실망한 시장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대형주이면서도 월봉상 주가흐름이 경쟁사들보다 훨씬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현대중공업이 처한 상황이 단순한 업계의 불황으로 보기에는 힘들 정도로 어렵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당장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만 봐도 7166억 원으로 전년동기 및 전분기 대비 각각 30%, 26% 낮고, 이마저도 6000억 원 전후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또한 상반기 수주실적도 삼성중공업이나 대우조선해양에 비해 크게 뒤졌는데, 하반기 및 내년 실적 역시 현재 추정하는 수준보다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게다가 현대중공업 측이 미래 실적에 대한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적어도 다음해까지는 시장의 예상보다 실적이 더 악화될 여지가 있다는 분위기다.
또한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12개월 후 추정 주가수익비율(12M PWD)이 7.99배로 삼성중공업의 10.14배나 대우조선해양의 8.91배에 비해 다소 싼 것처럼 보이지만, 만약 위에서 언급한 실적 하향이 이뤄질 경우 실제 밸류에이션은 더 비쌀 수 있다. 실제 가능한 예상이익을 기준으로 하면 올해와 다음해 이익 모두 현대중공업이 삼성중공업이나 대우조선해양보다 비싸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는 상황이다.
오너의 대선 행보 주춤…주가 악영향
최대주주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행보 역시 현대중공업의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현대중공업의 경우 PBR이나 PER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면서 “기업의 실적만큼이나 최대주주인 정몽준 의원의 행보 역시 큰 변수다”라고 말했다.
여권의 유력대선주자 ‘빅3’ 중 하나였던 정 의원은 지난 9일 새누리당의 대선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앞서 정 의원은 지난 4월 29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바 있으나,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당내 경선을 포기한 것이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도 있겠지만 지난 9일 이후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꾸준히 내려갔다. 물론 대표적인 정몽준 테마주로 꼽히는 현대통신과 코엔텍 역시 지난 9일 이후 계속해서 내림세다. 결국 현대중공업의 주가 하락은 조선업계의 불황 이외에도 개별 기업의 실적 부진과 정 의원의 대선 행보에도 기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