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류(친박+SD+소장파) VS 구주류(친이) 당권전쟁 서막

한나라 ‘합종연횡’ 본격화 권력 지형 대개편
황우여, 당대표 권한 대행 일단 ‘고지선점’
[전성무 기자] = 한나라당 신주류와 구주류가 당권 장악을 위한 물밑 전쟁을 벌이고 있다. 오는 7월 초로 예정된 조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에서 ‘합종연횡’이 본격화 되고 있다. 일단 황우여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기로 하면서 소장파의 ‘젊은 기수론’이 힘을 받는 분위기다. 친이-친박계가 각각 어떤 인물을 지지할지도 주목받고 있다. 박근혜-이재오 두 인사가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고 해도 사실상 두 인사간 사활을 건 당권을 두고 전운이 감돌고 있다. 경우에 따라 한나라당이 와해될 수도 있는 당권 대회전을 따라가 봤다.
한나라당의 권력 지형이 대이동하고 있다. 4·27 재보궐선거 패배로 인해 지도부가 총 사퇴한 이후 친박계와 소장파 그룹이 당의 신주류로 평가받고 있는 것. 지난 6일 원내대표 경선 이후 친박계와 소장파 의원들은 주요 당직 대부분을 장악했다. 새 원내사령탑에 오른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들의 지지를 받아 안경률 이병석 의원 등 구주류 후보들을 누르고 당선됐다.
친박 성향인 황 원내대표는 당 대표 권한대행까지 겸임하게 되면서 사실상 신주류가 당권을 손에 넣었다. 황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로 경선에 나선 이주영 정책위의장 역시 친박 성향으로 분류된다. 안상수 대표-김무성 원내대표-심재철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가 모두 친이계였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권력 이동이다.
재보선 이후 원희룡 의원의 사퇴로 사무총장직도 공석이 됐고, 친박계인 정희수 제1 사무부총장이 다음 전당대회까지 사무총장 권한대행을 하기로 했다. 사무총장직은 당의 살림과 사무처 운영을 책임지는 핵심 당직으로 꼽힌다. 사무총장과 함께 상당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전국위원회 의장 역시 지난해 9월 연임에 성공한 친박계 이해봉 의원이 자리 잡고 있다.
결국 한나라당 내에서 구주류는 대부분 핵심 당직에서 물러났고 친박계와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권력지형이 개편된 셈이다.
황우여 VS 이재오
신경전 본격화 되나
이에 따라 신주류의 핵심으로 더 오른 황 원내대표와 이재오 특임장관 간 신경전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황 원내대표는 친박계와 소장파 의원들의 지지에 힘입어 원내사령탑에 올랐고, 이 특임장관은 안경률 의원을 밀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당내 최고 실세로 군림했던 이 장관의 경우 지난 4월 재보선과 원내대표 경선 패배 이후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한 달도 안 된 사이 당내 입지에 큰 상처를 입었다.
황 원내대표는 이런 이 장관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원내대표에 당선된 이후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간 ‘주류 책임론’이라는 이름으로 ‘강경 드라이브’를 해온 데 대한 비판이 있었다”며 “이제 적절한 위치에서 당을 위해 일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패배를 인정하고 권력의 끈을 놓으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장관은 현재 거취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은 항간에 떠돌고 있는 장관직 사퇴설에 대해 측근의 입을 빌려 “사퇴의사는 없다. 장고에 들어간 것은 미래를 고민하기 위한 것이지 거취를 고민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또 “내 이름 앞에 ‘2인자’ 등의 수식어를 붙여 공연히 사람을 으스스하게 만든다”며 “이재오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사람을 이상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권 예비주자들
대략 10여 명
한나라당의 당내 정치 지형이 새롭게 짜여 지면서 관심은 차기 당권으로 집중되고 있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는 전당대회를 오는 7월 4일 서울에서 열기로 했다. 새 지도부는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을 떠안게 된다. 이 때문에 기존의 구주류 측보다는 ‘젊은 피’로 구성된 신주류 측이 당권에 근접해 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권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당내에서 하마평에 오르는 예비 당권주자는 누가 있을까. 당내에서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당권 도전 예상자는 10여 명에 이른다. 김무성 남경필 홍준표 권영세 나경원 원희룡 유승민 정두언 김태호 의원 등이 유력 당권 주자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김무성 의원은 전대 출마 여부를 묻는 일부 언론에 “그런 고민은 하지 않고 있다. 차기 대표는 정권 재창출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사람, 당 위기를 수습할 경험과 어느 세력에도 치우치지 않을 중립적 마인드를 갖춘 사람이 적격”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은 “지금은 당권 운운하기보다 한나라당이 반성부터 해야 할 때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남경필 의원은 “나이가 아닌 생각과 행동이 젊은 대표가 필요하다. 그간 당 운영을 하지 않은 소장파와 친박계가 전면에 나서고 (구)주류는 한 발 물러서서 새 지도부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희룡 의원 역시 말을 아끼며 신중한 모습이다. 당직에 있을 때 한나라당이 재보선에 완패한 책임감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당권 도전에 대해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원 의원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그가 출마 결심을 이미 굳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권영세 의원은 “지금은 통합보다는 개혁에 방점을 찍을 때. 정책적으로 좌로 한 클릭하고 감세, 복지, 남북관계 등에서 열린 생각을 갖고 접근할 대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은 “정치적 미래가 있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대표가 나와야 한다. 관리형 대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두언 의원은 “한나라당의 취약 계층인 20~40대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젊은 인사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면서 “당이 살고 전체가 이기려면 구주류 일부 인사(이재오 특임장관과 이상득 의원 등)들이 물러나고 간판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서실장 격인 유승민 의원은 “고민하고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당의 정책과 사람을 확 바꿀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4월 재보선에서 당선된 김태호 의원측은 출마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했다.
‘박근혜 역할론’ 대두
당권 잡고 대권까지?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권구도가 짜여 지고 있는 가운데 박 전 대표의 행보도 주목된다. 재보선 이후 박 전 대표가 당 대표에 전면 나서야 한다는 ‘역할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최근 네덜란드 등 유럽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상태. 정치권은 박 전 대표의 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지난 8일 인천공항 귀빈실에서 마중 나온 친박(박근혜)계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을 만난 것을 끝으로 별다른 공식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그는 공식 활동을 자제하면서 여러 경로를 통해 ‘박근혜 역할론’에 대한 의견을 전해 듣고 있지만 구체적인 행보에 대한 언급은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귀국 직후 한 친박계 의원으로부터 “당에서 움직일 공간이 마련되면 적극적으로 활동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듣고 “잘 알고 있다”고 답한 것이 전부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랑 의원들은 박 전 대표의 활동이 언제부터 본격화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친박계에서는 박 전 대표가 즉각 차기 당 대표로 나서거나 당내 현안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이다. 대선 정국이 조기 과열되는 것에 부담을 느껴서다.
하지만 1년~1년6개월 전에는 대권 행보를 시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는 만큼 추석을 전후해 대권주자로서의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9월달 실무진을 중심으로 캠프가 꾸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친박계 4선의 이경재 의원은 “현재로서는 당헌·당규를 고쳐 대권주자로서 대표를 동시에 맡는다든가 하는 부분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다만 그동안 침묵을 많이 했으니 (입장 발표나 정치 행보를) 점차 늘려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대통령의 임기가 엄연히 2년 남았는데 정책 집행권도 없으면서 나서면 결국 책임만 뒤집어쓸 수도 있다”며 “(지금의 박근혜 역할론은) 박 전 대표에게 비우호적인 측에서 자꾸 끌어내려는 건데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의도도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측근의 관측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의 당권 개입 여부는 오는 7월 4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해봐야 알 수 있다.
한나라당 전대서
당헌·당규 뜯어 고치나
차기 전대의 최대 쟁점이 대표 선출 방식과 관련된 당헌·당규 개정 여부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나라당 당헌·당규에는 차기 대선에 출마하려는 인사는 대선 1년 6개월 전에 선출직 당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당권·대권 분리 조항이 있다. 이 조항이 개정될 경우 대선주자인 박 전 대표도 전대 출마가 가능해진다. 당 내부에서는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이 장관과 김문수 경기지사, 오세훈 서울시장 등 대권주자들이 당권에 도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4월 재보선 패배로 지도부가 총사퇴한 것을 예로 들며 관리형 대표 체제의 한계를 주장, 차기 대선주자들이 전대에 집적 출마를 해야 한다는 입장과 현 조항을 바꾸는 것은 개혁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와 함께 전당원 투표제와 대표·최고위원 분리선출안이 관철될 지도 관심사다. 한나라당 쇄신모임인 ‘새로운 한나라’는 계파선거 방지를 위한 장치로 이 같은 안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반면 친이계는 전당원 투표제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상태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드러난 대로 60명 안팎의 계파 의원들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원외 위원장도 30명가량 정도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원내대표 경선을 기점으로 본격화된 친이 친박간 당권전쟁. 7월 전대까지 친박계-SD-소장파 연합으로 대변되는 신주류와 경선 패배에 대한 설욕을 하겠다는 구주류(친이재오계)와의 대립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