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여야 경선레이스의 막이 올랐다. 새누리당은 지난 21일 선거운동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경선전에 돌입했으며, 민주통합당 역시 23일 TV토론회를 시작으로 대선레이스가 본격화됐다.
현재 새누리당은 임태희, 박근혜, 김태호, 안상수, 김문수(경선 기호순) 후보가 당내 경합 중이며, 민주통합당에서는 손학규, 조경태, 문재인, 박준영, 김정길, 김두관, 김영환, 정세균(경선 기호순) 후보가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다.
문제는 박근혜 후보(새누리당)와 민주통합당 빅3(문재인, 손학규, 김두관)를 제외한 여타 후보들의 지지율과 입지가 턱없이 낮은 탓에 경선 흥행을 위한 ‘들러리’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마이너’ 주자로 불리는 이들은 경선이 진행되는 동안 지지율 반등을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는 점에서 향후 정치적 행보를 염두에 둔 ‘도전’이라는 관측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각 주자들의 이유 있는 대선출마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각각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일찌감치 흥행을 포기하고 ‘박근혜 추대식’을 택한 새누리당은 이변이 없는 한 예상대로 박근혜 후보의 선출이 유력해 보인다.
민주통합당은 문재인 후보가 지지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손학규, 김두관 후보가 결선투표제를 통한 막판 역전을 기대하고 있지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원장의 등장으로 경선자체가 ‘마이너리그가 됐다’는 불만이 당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5명의 후보가, 민주통합당은 8명의 후보가 이번 경선에 뛰어들었다. 이들 모두 자신이 ‘정권재창출’과 ‘정권탈환’의 적임자임을 각각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경선 전부터 이미 최종 후보의 윤곽이 드러난 상황에서 유력주자를 제외한 나머지 약체후보들은 대선 그 자체의 목적보다는 대선경선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번 경선을 발판삼아 또 다른 정치적 목적을 구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소후보들 스스로 자신이 대선후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수억 원의 돈과 에너지를 쏟아 붓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바로 차기나 차차기 또는 지방선거내지는 재보궐선거를 염두에 둔 까닭이다.
조직 정비를 통해 다음을 준비할 수 있고, 대선판에 뛰어듦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다. 아울러 이로 하여금 유권자들은 물론 당내 입지 역시 강화시킬 수 있다. 더욱이 최종 후보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적절한 보상 또한 기대할 수 있다. 앞으로의 정치행보가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충분하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6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마이너들의 대선경선 출마에는 이유가 있다”면서 “괜히 나가는 사람은 없다. 모두들 이번 대선을 통해 정치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함이 깔려 있다”고 강조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도 같은 날 기자와 통화에서 “군소후보들이 1위 후보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짧은 시간 동안 이들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약체후보들이 대선에 참여하는 것은 다른 정치적 목적이나 구상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대선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포스트 박근혜’ 노리는 김문수
새누리당의 대선경선 구도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로 비유된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박근혜 후보(최근 원외의 안철수 원장이 근소한 차이로 역전함)의 벽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박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의 지지율을 모두 합해도 40%대인 박 후보의 지지율과는 게임이 되지 않는다.
중견 언론인들의 모임인 관훈클럽이 주최하는 대선주자 초청 토론회만 봐도 이러한 점을 상징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현재 관훈토론회에 초청받은 인사는 여권후보의 경우 김문수, 박근혜 후보 두 명뿐이다. 야권에서는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후보가 토론회를 진행한 가운데 나머지 후보들이 줄기차기 참여를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민주통합당 정세균 후보 외에 아직 추가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문수 후보의 출마는 ‘포스트 박근혜’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당초 ‘비박연대’(김문수·정몽준·이재오)가 불출마를 예고했지만 김 후보만이 경선에 합류했다. 김 후보는 친박(친박근혜)계로부터 계속해서 경선 참여를 요청받았다. 그나마 ‘심심한 경선’에 위안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스스로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강조한 그는 박 후보에 대한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당초의 예상보다 공세의 칼끝이 무디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이번 경선이 차기를 위한 노림수가 숨어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윤희웅 실장은 “김문수 후보는 ‘포스트 박근혜’로서 이번 경선을 통해 일정부분 리더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김 후보의 위상을 유지하는 측면에서 미래 지도자의 이미지를 구축하려 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태희-김태호-안상수’의 대선출마
새누리당 임태희, 김태호, 안상수 후보의 출마는 이들에 대한 국민적 평가에 비춰봤을 때 다소 의외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현 정부 실정에 무한 책임이 있는 인물이다.
또한 김태호 후보는 지난 2010년 8월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목되는 등 여권의 차세대 인물로 떠올랐지만 인사청문회에서 그에 대한 실상이 낱낱이 파헤쳐지면서 낙마했다. 안상수 후보 역시 인천시장 재직 당시 늘어난 부채로 인천시가 파산직전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들의 대선출마는 ‘이미지 세탁’을 위한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차기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기도 하다.
더욱이 임태희, 안상수 후보의 경우 이번 대선이 또 다른 의미에서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방선거나 재보선을 노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지 쇄신은 물론 당내 입지 강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인천시장을 역임한 안상수 후보는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송영길 현 인천시장에게 고배를 마셨다. 이후 지난 4.11총선에서 인천지역 출마를 원했지만 당 공천추진위원회에서 안 후보를 배제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간 야인으로 있었던 안 후보가 차기 재보선을 노린다는 측면에서 이번 대선은 그에게 또 다른 의미의 돌파구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 정세균

민주통합당은 당내 빅3를 제외하고는 5명의 후보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정세균 후보는 조금 남다르다. 그는 자신의 화려한 정치이력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좀체 오르지 않아 고심 중이다.
정 후보가 대선출마를 선언할 당시 많은 이들은 차기를 위한 움직임이라 평가했다.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후보에 비해 다소 지지율은 낮지만 당내 ‘저평가 우량주’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에서 차기를 위한 몸풀기라는 분석이 많았다.
정 후보는 ‘비문재인 연대’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견지하고 이를 통해 당내 입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여러 현역의원들이 그를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 후보의 차기 대권 도전은 밝은 편이다.
그러나 정 후보 측 대리인 최재성 의원은 최근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권은 이미 두 번의 도전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회창 전 총재는 두 번 도전에 모두 실패했고, 박근혜 후보도 사실상 세 번째 도전이라는 점에서 국민적 피로감이 적지 않다”며 “차기를 노리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약체후보들의 노림수는?
민주통합당 내에서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조경태 후보는 부산에서 내리 3선을 했다는 점에서 통합과 지역주의 극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조 후보의 대선경선 참여가 2014년 6월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3선인 허남식 현 부산시장의 임기가 끝나면 조경태 후보가 새로운 새누리당 후보에 맞서 부산시장을 노린다는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부산후보 김정길 전 행자부장관의 대선경선 참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 후보는 특히 민주통합당 후보등록일인 지난 21일 갑작스레 대선출마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사고 있다.
김 후보는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에 출마한 바 있으며, 지난 4월 총선에서는 부산 진구을에 출마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차기 부산시장을 놓고 조경태 후보와 겨룰 수 있다는 점에서 김 후보 또한 출마를 결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윤희웅 실장은 “조경태 후보와 김정길 후보는 차기 부산시장과 연관 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며 “광역지자체장 선거에서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인지도를 제고한다는 측면에서 대선경선 참여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부장관 출신의 4선 김영환 후보는 향후 당권도전이 유력시되어 보인다. 지난 2007년 한 차례 당권도전에 나선 바 있는 그는 대선출마 선언 전까지 당내에서 그다지 돋보이거나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출마 선언 이후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는 평가다. 일단 이번 경선을 통해 자신의 인지도와 당내 입지를 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대선경선 출마는 긍정적이다.
박준영 전남지사가 대선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많은 이들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측근들 사이에서조차 ‘생뚱맞다’는 지적이 많았을 정도다. 그러나 그가 처한 상황과 앞으로의 정치적 행보를 감안한다면 그에게 이번 대선은 더없이 좋은 기회이다.
박 후보는 국회의원 출신이 아니다. 국민의 정부 시절 공보수석 비서관 출신인 그는 전남도지사만 내리 3선을 했다. 도지사 퇴임이후 ‘정치적 은퇴’를 선언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는다면 결국 재보선이나 총선에 도전할 것이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그의 대선출마는 향후 정치적 행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도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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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