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l강휘호 기자] 북한 인권 운동가 김영환 씨를 비롯해 다수의 우리 국민들이 중국 공안으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우리 정부가 적극적이고 강력한 대응을 통해 중국의 추가적인 가혹행위를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이번에도 소극적 태도를 고치지 않는다면 현재 중국에 구금된 우리 재소자에 대한 가혹행위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 없이 미온적인 태도만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자국민 인권 유린에 모호한 태도 취하는 정부 존재 이유 없다”
김영환 석방대책위원회는 29일 성명을 내고 “자국민의 심대한 인권 유린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정부는 존재 이유가 없다”면서 정부 당국의 책임 있는 노력을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도 정부가 이번만큼은 분명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민주통합당의 정성호 대변인은 29일 “외교부의 김영환 고문 사건 묵인은 국가가 자국민 보호의 책무를 포기한 중대한 직무유기”라고 비판하면서 “청와대와 외교부는 즉각 진상조사를 실시하고 가혹행위 등이 사실로 드러나면 이를 묵인한 책임자를 처벌하고 중국에도 엄중한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도 지난 27일 논평을 통해 “우리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책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며, 제2, 3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인권유린 사태 발생을 방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의 비난은 더욱 뜨겁다. 탈북난민구출네트워크 등 4개 단체들은 27일 서울시 종로구 효자동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영환 씨를 고문한 것은 중국이 지난 1988년 가입한 고문방지협약을 위반한 것이고 심각한 인권침해”라며 “한국 정부도 저자세 외교를 취할 것이 아니라 이 사건을 엄정히 조사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한국 정부의 고민 ‘中 대응 수위 어떻게 하나’
김영환 씨가 중국에서 고문을 당한 사건과 관련해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중국에 대한 대응 수위’에 대한 고민에 휩싸였다.
유엔기구 청원, 국제 소송 등 다양한 방안이 김 씨 주변에서 거론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외교부는 현재 중국의 장관급 이상 고위층 인사들을 통해 이번 사안과 관련한 국내의 비판 여론을 전달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문의 증거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을 상대로 쓸 수 있는 외교적 대응 카드가 없다는 점이 정부의 고민이다. 또 정부가 직접 나섰다가 양국 간 첨예한 외교 갈등으로 번질 수 있어 조심스럽다는 전언이다.
한편 이러한 상황에 직면하자 일각에서는 유엔인권이사회 산하 ‘고문에 관한 특별보고관’이나 ‘임의적 구금 실무그룹’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통영의 딸’ 신숙자 씨 모녀의 송환 요청 때와 비슷한 대응 방식으로 피해 당사자인 김 씨와 민간단체들이 앞장서고 정부가 물밑에서 지원하는 형식이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