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 금융의 사회적 책임 버리나
KB-신한, 금융의 사회적 책임 버리나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2-07-30 11:00
  • 승인 2012.07.30 11:00
  • 호수 952
  • 3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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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대출... 임의조작에 학력차별까지

 - KB, 고객 동의 없이 대출서류 위조...검찰에 고소 당해
- 신한, 학력 낮다고 대출 거절하거나 비싼 이자 물려 적발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은행권이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담합 의혹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KB국민은행(은행장 민병덕)과 신한은행(은행장 서진원)이 각각 대출 임의조작과 고객 학력차별 논란으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대출자의 동의 없이 서류를 조작해 대출기간을 마음대로 줄인 정황이 드러났고, 신한은행은 대출자들의 학력에 따라 대출을 거절하거나 대출이자를 더 많이 받은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자칫 전 금융권에 대한 불신을 형성할 수 있는 이번 논란을 짚어봤다. 

국민은행은 CD금리 담합 의혹이 채 가라앉기도 전인 지난 22일 전후 고객 30여 명으로부터 집단대출서류를 조작한 혐의(사문서 위조)로 검찰에 고소당했다. 고소인들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집단대출자들의 대출계약서 원본에서 상환기한을 임의적으로 지우고 숫자를 변조해 서류를 조작했다.

실제로 한 대출자의 경우 3년 만기로 아파트 중도금 대출을 받았는데 2년이 넘자 갑자기 대출의 만기됐으니 상환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확인 결과 지점 측에서 날카로운 칼끝 등으로 종이를 긁어 숫자를 지우고 서류를 조작한 흔적이 드러났다. 다른 대출자의 서류에는 원래 숫자 위에 스탬프를 찍어 대출기한을 앞당기고는 연체된 대출금을 갚으라는 독촉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파문이 일자 국민은행 측은 서류 조작을 시인하고 부랴부랴 해명에 나섰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집단대출의 경우 처음부터 개인의 입주예정기간을 고려해야 하는데 일괄적으로 기한을 잡았다가 추후 임의 변경해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면서 “추가적인 고객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고 향후 동일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대출자들을 비롯한 거래고객들의 분노는 당분간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은행 측에서 대출기간을 변경하는 것은 반드시 대출자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사안이다. 만약 미리 고객들에게 유선상으로라도 동의를 구했다면 이렇게까지 문제를 키우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지점이 독단적으로 임의 조작을 한 것이 아니라 본점과의 연계성이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의 눈초리가 쏠리고 있다. 

KBㆍ신한…대표 시중은행들의 신뢰도 추락

신한은행의 경우에는 거래고객들을 넘어 전 금융사 이용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신한은행이 개인신용대출자들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학력에 따라 점수를 차등적용했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지난 23일 발표한 ‘금융권역별 감독실태’ 공개문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개인신용대출자들의 학력을 고졸 이하에서 석ㆍ박사 출신까지 4개 등급으로 분류한 뒤 고졸 이하 대출자는 13점, 석ㆍ박사 학위 소지자에게는 54점의 신용평점을 부여했다. 대출상환능력의 직접적인 기준이 되는 자산이나 소득이 아닌 학력만으로 4배 이상의 차등을 둔 것이다.

결국 학력에 근거한 신용평점 때문에 대출이 거절된 신한은행 고객은 모두 1만4138명이며 신청했던 대출금은 1241억 원으로 집계됐다. 신한은행의 개인신용대출 거절 중 3분의 1에 달하는 수치가 학력 때문이었던 것이다.

대출승인 여부만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학력이 낮은 대출자들은 대출이 허용되더라도 더 비싼 대출이자를 물어야 했다. 이 신용평점은 대출금리 산정 시에도 포함돼 총 15만1648건 중 7만3796건은 대출금 2346억 원에 대해 17억 원의 이자를 추가로 부담하게 했다. 신한은행의 개인신용대출자 2명 중 1명은 상대적인 학력 기준에 의해 더 높은 이자를 낸 셈이다.

소위 말하는 자수성가형 현금부자들 중에는 어린 시절 집안이 어려워 고등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의무교육조차도 끝마치지 못한 채 중퇴한 사례가 종종 있다. 지금은 ‘따뜻한 금융’을 부르짖는 신한은행이지만 초기에는 상위 1%를 위한 마케팅으로 자산가들을 끌어모았던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당시부터 거래했던 일부 큰손 고객들은 신한은행의 숨겨왔던 차별에 적잖은 배신감을 느껴 경쟁 은행들의 프라이빗 뱅킹 (PB) 서비스를 알아보고 있다는 전언이다.

신한은행 측은 “고객의 성향 파악을 위해 한시적으로 학력을 반영했으나 현재는 학력 부분을 폐지했다”면서 “학력을 반영한 신용평가모형도 임의대로 만든 것이 아니라 금감원의 승인을 받아 만든 모형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타행 관계자는 “학력은 물론 인종, 종교, 나이에 관계없이 오로지 대출고객들의 상환능력에 기초한 등급부여 후 심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특정 은행에서 일어난 일로 인해 자칫 금융권 전반에 대한 고객들의 불신이 자리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정대웅 기자>photo@ilyoseoul.co.kr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강한 유감을 표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국민은행의 대출서류 위조와 신한은행의 대출승인 거부 및 금리 차등을 두고 “이런 행태는 금융회사와 금융감독에 대한 신뢰에 씻을 수 없는 손상을 주고 차후 금융시장과 산업이 설 자리를 잃게 할 수도 있다”면서 “금감원 최정예 인력을 투입해 관련 사항의 조사를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행하는 등 불법과 비리를 엄단하는 응분의 조처를 하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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