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최은서 기자] 희귀 성씨를 가진 사회지도층 인사 8000여명에게 종친회를 사칭해 가짜 족보책을 만들어 팔고 문중발전기금 명목으로 14억여 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텔레마케터를 고용한 뒤 종친회를 사칭한 전화를 걸어 8000여 명으로부터 문중발전기금 14억여 원을 뜯어낸 혐의(사기 등)로 송모(52)씨를 구속하고 직원 1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송씨는 지난 2010년 1월 서울 강동구에 한국보학자료원이라는 회사를 차린 뒤 텔레마케터 13명을 고용해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를 걸어 종친회를 사칭, “문중 ‘대동보감’을 보내드리니 문중발전기금을 보내달라”고 요구해 한 사람 당 19만원씩 8000여명으로부터 모두 14억여 원을 뜯어냈냈다. 송씨가 사칭한 종친회는 43개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동보감은 특정 씨족에 관한 중대사나 출세한 인물 등을 담은 일종의 족보와 같은 서적이다. 송씨는 출처가 불분명한 문헌과 각종 자료를 짜깁기해 문중별 대동보감을 만들었다.
헌책방에서 구입한 학교 동문록, 공·사기업 직원 명부 등을 통해 입수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피해자를 선정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가운데는 대학 보직교수, 고위공무원, 법조인 등 사회지도층 인사가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피해자들이 그동안 종친회 일에 소홀한 점을 강조하고 먼저 책자를 발송한 뒤 독촉전화나 문자로 강권해 구매율을 높이는 수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유사범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지속적인 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