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유수정 기자]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던 한 주부가 이웃 남성에 의해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한 ‘인천캣맘 폭행사건’이 네티즌의 눈살을 찌푸렸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25일 인천 연수구 선학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이웃주민 B(52·여)씨를 때리고 음식물 쓰레기통에 거꾸로 집어넣은 혐의(상해)로 A(52)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평소 B씨가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으며 B씨는 이로 인해 전치 4주의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번 사건은 같은 아파트 주민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당시 상황을 공개하며 ‘인천캣맘 폭행사건’이라는 이름으로 네티즌의 공분을 샀다.
글쓴이는 “우리 아파트 주민이자 우유배달을 하는 아주머니 B씨가 새벽에 우유배달을 하다가 같은 아파트에 사는 남자에게 머리채를 잡힌 뒤 정말로 개 끌리듯이 끌려가서 음식물 쓰레기통에 처박혔다”며 “너무 무섭고 황당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현장을 담은 사진을 공개하며 “B씨는 이마가 찢어져서 10바늘 정도 꿰맸고 갈비뼈에 금이 가서 병원에 입원 중”이라며 “당시 B씨는 피를 얼마나 흘렸는지 땅바닥까지 피범벅이었다”고 전했다.
게시글에 따르면 알코올중독 3급자인 A씨는 며칠 전부터 ‘길고양이를 다 죽여버리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며 몽둥이를 들고 다닌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접한 네티즌들은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한다’며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통해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길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사건과 같이 길고양이와 관련한 민원이 급증하자 서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도심 길고양이의 개체 수 조절을 위한 TNR(Trap-Neuter- Return)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는 길고양이를 잡아 중성화 수술을 시킨 뒤 고양이를 잡아왔던 지역에 다시 방사하는 사업이나 일부 지자체는 원지역이 아닌 다른 곳에 무분별하게 방사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서주연 고양시캣맘협의회 회장은 “중성화 수술 뒤 원지역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길고양이의 개체수를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일부 지자체는 길고양이 포획인에게 1마리 당 2만5천 원의 금액만을 지불한 채 방사 과정은 신경 쓰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 회장은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기 때문에 특정 영역에 서식하는 개체수가 일정하다”며 “일부 지자체의 무분별한 사업으로 자연의 섭리가 파괴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음식물 쓰레기의 관리가 철저해져 길고양이들의 먹이가 사라졌다”며 “인적이 드문 야간에 특정한 장소에서 먹이를 주면 길고양이와 사람의 공존이 가능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폭행을 당한 B씨의 상태가 심각하고 음식물 쓰레기통에 사람을 거꾸로 넣는 등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해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유수정 기자 crystal07@ilyoseoul.co.kr